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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효 불 효 교(孝不孝橋)

190823 김중애 [ji5321] 스크랩 2026-07-27

 

효 불 효 교(孝不孝橋)

뼈대 있는 가문이라 하여

어린 나이에 시집왔더니

초가삼간에 화전밭 몇 마지기가

전 재산입니다.

정신없이 시집 살이 하는 중에도

아이는 가졌습니다.

부엌일에 농사일하랴,

길쌈 삼으랴, 저녁 설거지는

하는 둥 마는 둥 파김치가 되어

안방에 고꾸라져 누우면,

신랑이 치마를 올리는지

고쟁이를 내리는지 비몽 사몽 간에

일을 치른 모양입니다.

아들 여섯 낳고 시부모 상 치르고

또 아이 하나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때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백약이 무효

덜컥 저 세상으로 가 버렸습니다.

유복자 막내아들을 낳고 유 씨 댁이

살아가기는 더 바빠졌습니다.

혼자서 아들 일곱을 키우느라

낮엔 농사일, 밤이면 삯바느질로

십여 년을 꿈같이 보내고 나니

아들 녀석 일곱이 쑥쑥 자랐습니다.

열여섯 큰아들이 “어머니!

이젠 손에 흙 묻히지 마세요”

하며 집안 농사일을 시원시원하게

해치우고, 둘째는 심마니를 따라다니며

약초를 캐고 가끔씩 산삼도 캐 쏠쏠하게

돈벌이를 하고, 셋째는 형들이

등을 떠밀어 서당에 다니게 됐습니다.

일곱 아들이 효자라 맛있는 걸 사다

제 어미에게 드리고 농사는 물론

부엌일도 손끝 하나 못 움직이게 했습니다.

살림은 늘어나고 일을 하지 않으니

유 씨 댁은 몇 달 만에 새 사람이 됐습니다.

새까맣던 얼굴이 박꽃처럼 훤해지고

나무뿌리 같던 손이 비단결처럼 고와졌습니다.

문제는 밤이 길어진 것입니다.

베개를 부둥켜안아봐도, 허벅지를

꼬집어 봐도 잠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 씨 댁은 바람이 났습니다.

범골 외딴집에 혼자 사는 홀아비 사냥꾼과

눈이 맞았습니다.

농익은 40대 후반 유 씨 댁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깊은 맛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일곱 형제가 잠이 들면 유 씨 댁은

살며시 집을 나와 산허리를 돌아

범골로 갔습니다.

어느 날 사경 녘에 온몸이 물에 젖은

유 씨 댁이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개울을 건너다 넘어져 발을 삔 것입니다.

일곱 아들은 제 어미 발이 삐었다고

약방에 가서 고약을 사 오고

쇠다리뼈를 사다 고아 줬습니다.

며칠 후 유 씨 댁은 발의 부기가 빠지고

걸을 수 있게 되자 또다시 아들 일곱이

잠든 후 집을 빠져나와 범골로 향했습니다.

유 씨 댁은 깜짝 놀랐습니다.

개울에 다리가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일곱 아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효불효교(孝不孝橋)라

불렀습니다. 이승에 있는 어미에게는 효요,

저승에 있는 아비에게는 불효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신라시대의 다리

(경상북도 사적 제457호 지정)랍니다.

일명 칠성교로 불리기도 합니다.

-옮긴 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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