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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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7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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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뉴스를 검색합니다. 세상의 소식이 손안으로 들어오는 시대입니다. 뉴스를 검색하다가 제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 본사, 텍사스 플레이노 이전’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본사는 뉴저지에 있었습니다. 제가 뉴욕에 살 때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 뉴저지로 가면서 삼성전자 건물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미국 본사가 달라스 인근 플레이노 쪽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27년 말까지 이전한다는 보도입니다. 이 소식을 보면서 저는 단순히 기업의 이전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과 가족들이 달라스 지역으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에 천주교 신자가 있다면 우리 본당에도 새로운 교우들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은 2027년 설립 50주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0주년을 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 신자분과를 중심으로 전입해 오는 교우들이 본당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동북쪽으로 도시가 계속 확장되면서 성당에 오기 어려운 교우들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본당 분가를 위한 위원회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교구장님과 면담을 추진하고, 미국 성당 안에 한인 공동체를 세우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하느님을 찾고 있는가” 세상은 넓어지고, 도시는 커지고, 기업은 이동하고, 사람들은 더 좋은 기회와 더 높은 자리를 찾아 움직입니다. 물론 그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늘 물어야 합니다. 내가 찾는 것은 단지 성공인가 내가 바라보는 것은 단지 숫자의 증가인가 내가 준비하는 것은 단지 건물과 조직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있는가
많은 사람을 영적으로 이끌어 주었던 헨리 나웬 신부님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하버드와 예일 같은 대학에서 가르쳤고, 많은 명예와 존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그 자리를 내려놓고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슈로 갔습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좋은 자리를 떠나서 힘들고 낮은 곳으로 가셨습니까” 그때 신부님은 이런 뜻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제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때보다, 낮은 곳을 향해 내려갈 때 더 잘 보였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엉뚱한 곳에서 진리의 보물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느님께서는 높은 자리, 많은 소유, 성공의 꼭대기에서만 보이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낮은 자리, 아픈 자리, 실패의 자리, 눈물의 자리에서 더 분명하게 우리를 만나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미가 예언자는 악을 꾸미는 사람들을 꾸짖습니다. 그들은 잠자리에서도 악을 계획하고, 아침이 되면 그것을 실행합니다. 남의 밭을 탐내고, 남의 집을 빼앗고, 힘없는 사람의 재산을 차지합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이 욕망으로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권력을 향해 날아가는 사람에게 가난한 이웃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 이익만 바라보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보았지만,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쳐 주시고, 사람을 살리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눈앞에 진리가 있었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눈앞에 자비가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눈앞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계셨지만 믿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닫히면 예수님께서 눈앞에 계셔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받던 사람들,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왔고, 예수님 안에서 위로를 얻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지 않으셨습니다.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셨습니다. 세상은 쓸모없다고 버릴 수 있지만, 주님은 다시 세워 주십니다. 세상은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주님은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 주십니다. 우리 본당이 50주년을 준비하면서 기억해야 할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건물이 넓어지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본당이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새로 오는 교우들이 낯설지 않게 맞아 주는 공동체, 신앙이 약해진 교우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 상처받은 이들이 위로를 얻는 공동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기도로 하느님께 접속하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은 충전하지 않으면 꺼집니다. 컴퓨터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영혼도 그렇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사랑의 힘이 약해집니다. 말씀을 듣지 않으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하느님께 접속하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욕망과 걱정과 두려움에 끌려갑니다. 오늘 시편의 말씀처럼 주님께 몸을 맡기면 좋겠습니다. “힘없는 이가 당신께 몸을 맡기고, 당신은 친히 고아를 돌보시나이다.” 이 말씀처럼 우리도 주님의 마음을 닮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우리 본당이, 우리 가정이, 우리 각자의 마음이 주님께서 머무시는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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