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남북통일 기원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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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6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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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우리는 한 민족이지만 오랜 세월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조상을 기억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어졌습니다. 분단은 단순히 국토의 분단만이 아닙니다. 마음의 분단이고, 기억의 분단이며, 용서하지 못한 역사와 상처의 분단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릅니다. 학자들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으로 왔을 때 유럽에는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럽에는 아프리카에는 없던 질병이 있었기에 현생인류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고 합니다. 현생 인류가 그런 피해를 극복하는 방법은 네안데르탈인과 결합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인 강점이 현생 인류에게 전해졌고, 지금의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2% 정도 있다고 합니다. 현생 인류가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적응하는 방법도 비슷했다고 합니다. 고지대에는 ‘데니소바인’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현생 인류는 데니소바인과 결합하여 고지대에서 적응하는 유전적인 강점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현생 인류는 혼자만의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 이웃한 인종과 결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미주한인사제 협의회’ 총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와 미국에서 서품받은 사제가 함께 모여서 총회를 했습니다. 미국에서 서품받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로부터 새로운 사목의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들은 미국에서 서품받은 사제로부터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들은 ‘레지오 수첩과 교본, 매일 미사와 본당 달력’과 같이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에서 서품받은 사제들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성경 공부 프로그램을 소개하였고, 교우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영상으로 제공되는 성경 공부 프로그램이 좋았다고 합니다. 한국 교우들을 위해서 영상에 한국어로 자막을 만들어 나누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함께하니 총회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내년에는 달라스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남과 북의 현실도 그렇습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계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말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갈라진 담을 허무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서로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계산이 아닙니다. 화해는 조건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고백성사 때 듣는 기도문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셨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먼저 화해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먼저 용서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통일은 정치와 경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합니다. 서로를 향한 미움과 편견이 치유되어야 합니다. 상대를 악으로만 바라보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형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 나는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위로하리라.” 하느님께서는 흩어진 백성을 다시 모으시는 분이십니다. 상처를 치유하시는 분이십니다. 눈물을 기쁨으로 바꾸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때때로 통일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장벽도 무너졌습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도 끝났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였지만 결국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움이 아니라 희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도 그런 희망이어야 합니다. 서로를 저주하는 기도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축복하는 기도여야 합니다. 정치적 승리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민족의 치유를 위한 기도여야 합니다. 전쟁의 논리가 아니라 화해의 논리를 선택하는 기도여야 합니다. 화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안에서 시작됩니다. 부부 사이의 용서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와 자녀의 화해에서 시작됩니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품어 주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화해가 모여 큰 화해가 됩니다. 작은 용서가 모여 민족의 치유가 됩니다.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면서 우리 모두가 먼저 화해의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 땅에도 미움과 분단의 장벽이 무너지고, 평화와 사랑의 새 길이 열리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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