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근 신부님_* 오늘의 말씀(4/3) : 주님 수난 성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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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69 최원석 [wsjesus] 스크랩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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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독서 : 이사 52, 13 - 53, 12
* 제2독서 : 히브 4, 14 - 16, ; 5, 7 - 9
* 복음 : 요한 18, 1-19, 42
* <오늘의 강론>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사형을 당한 사건 앞에 서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을 죽인 사건입니다. 그것은 인간들의 계획된 악이 저지른 사건입니다.
오늘은 ‘주님 십자가의 신비’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참으로 인간의 이해로는 다 알 수 없는 ‘신비’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비’가 바로 “우리를 위해서”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이 죽음의 길을 능동적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결연하게 가십니다. 어둠 속을 걷되 빛을 향하여 나아가며, 패배 당하되 승리로 나아가며, 죽음의 길로 걷되 생명의 길로 나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기쁨으로 걸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수난은 사고가 아닙니다.
그분의 죽음은, 그 죽음은 (성경에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악할 만한 신비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라는 보이는 역사 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역사가 담겨 있는 ‘신비’입니다. 곧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역사가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보이는 역사 안에 감추어져 있는 ‘신비’입니다.
그것은 그 고통이 기쁨이요, 그 패배가 승리요, 그 배척이 사랑이라는 신비입니다. 그 어둠이 빛이요, 그 죽음이 생명이요 구원이라는 깊은 ‘신비’입니다. 또한 그 무력함은 전능함 안에서, 그 비참함은 거룩함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입니다. 우리는 이 ‘신비’를 ‘그리스도의 부활’과 결합되지 않고서는 결코 알아들을 길이 없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길로 제시해주십니다. 비록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본래의 당신의 사랑으로 되돌아오게 이끄십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지고한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십자가의 길’은 ‘사랑의 길’이며, ‘사랑을 완성하는 길’이 됩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이야말로 사랑의 완성이요, 동시에 완성된 사랑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는 말한다.
“십자가의 하느님의 침묵 속에 완성되어 있는 저 함성의 신비를 들으십시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면서, 결코 비통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를 경배하며, 승리와 감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설혹 가슴 쓰린 일이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실은, 우리네 가슴이 심하게 쓰리고 아려올 때, 바로 그 때가 오히려 우리 안에서 사랑의 십자가를 꽃 피우시고 계시는 그분을 보아야 할 때입니다. 바로 그 고통 안에서 예수님을 관상해야 할 때입니다. 비록 ‘당신이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당신이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사 52,5 참조)일지라도, 혹은 당신께서 베풀고자 하시는 사랑과 자비를 우리가 가로막고 있다할지라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루카 23,34) 하시면서, 우리를 용서하심을 관상해야 할 때입니다.
‘부활’은 죽음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죽음 안’에서 옵니다. 곧 십자가의 고통이 끝난 후에 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십자가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의 생명’은 우리의 ‘죽음 안’에서 싹을 틔웁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고통과 죽음은 그분의 현존을 드러내는 장소입니다. 그 속에서 당신의 참된 사랑을 주십니다. 우리는 죽음의 십자가 안에서, 사랑을 퍼주고 계시는 예수님을 봅니다. 이토록 ‘십자가’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 ‘십자가의 신비’, 곧 죽음을 통한 ‘사랑의 신비’를 살아갑니다.
주님! 이제 오늘 우리는 당신 사랑의 십자가를 입 맞추며 경배합니다.
오, 참으로 아름다운, 이토록 시린, 우리의 말문을 막는, 이 형언할 수조차 없이 강한,
사랑의 십자가를 경배합니다. 아멘.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요한 18,11)
주님!
오늘도 고통과 죽음 앞에 서 있습니다.
나의 허약함과 죄 앞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고통과 죽음 속에 감추어진 신비를 알게 하소서.
십자가에 걸려 있는 완성된 사랑의 향기를 맡게 하소서.
그 사랑을 알고, 그 신비를 살게 하소서.
고통에서 기쁨을, 패배에서 승리를,
어둠에서 빛을, 죽음에서 생명을 이끄소서.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하여 나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기쁨으로 걸어가고,
패배 당하여도 승리로 나아가게 하소서.
우리네 쓰린 가슴에서 사랑을 퍼 올리소서.
무력함이 전능함 안에서,
비참함이 거룩함 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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