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대축일(파스카 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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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56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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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세례를 받으시는 15명의 예비자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오늘, 이 밤에 단순히 한 예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은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대표해서, 그리고 사제로서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왜 축하합니까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한 생명이 세상에 왔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축하하는 것은 긴 과정을 견뎌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올랐을 때입니다. 전 국민이 축하했습니다.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은 2027년에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50년을 지낼 수 있었기에 내년에 다채로운 축하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축하할 때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축하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991년 8월 23일 사제가 되었을 때입니다. 10년간의 신학교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999년 10월 1일 처음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보좌 신부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본당 신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9월 3일 그린카드가 나왔을 때입니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축하’는 좋은 일이 있을 때 하는 것이고,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까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부활의 기쁨은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의미를 모르면 해마다 반복되는 행사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미를 알면 부활은 우리의 존재 이유가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사건의 기념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과 희망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라고 하며, 부활이 신앙의 핵심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고 그분의 부활은 죄와 죽음을 이기신 승리이며 우리가 모두 새 생명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선포하는 기쁜 소식입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라고 권고하며, 부활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임을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안에서 죽음을 넘어선 희망과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발견하며, 그 승리를 기쁨과 감사로 축하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는 예수님의 탄생, 공생활, 수난과 죽음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히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녔기 때문입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바오로 사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회심’하였습니다. 베드로 사도와 함께 초대교회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초대교회 공동체에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한 기적 사건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담대함으로, 절망에서 선교로 나아가게 한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십자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뒤 완전히 변화되었고,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셨다”라는 선포는 공동체의 신앙 고백이자 존재 이유가 되었습니다. 부활은 예수님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낸 하느님의 확증이었고 죄와 죽음의 권세가 더 이상 최종 권력이 아님을 선언하는 승리의 표지였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확신으로 세상 한가운데로 나갔습니다. 부활은 그들에게 교리 이전에 체험이었고, 희망이었으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생명의 중심이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열매 맺을 수 없습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환상일 뿐입니다. 또한 부활이 없는 십자가는 고통일 뿐입니다.
2026년의 부활은 나에게 단순한 전례적 기념일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하느님의 초대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십니다. 갈릴래아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내가 처음 부르심을 받았던 자리, 기쁨과 상처, 실패와 희망이 함께 있었던 삶의 현장입니다. 부활은 먼 훗날의 약속이기 전에 오늘의 결단이며,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라는 삶으로 드러나는 현재의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을 축하하는 사람으로서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하고, 두려움 대신 사랑을 선택하며, 상처 입은 이웃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2천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나의 갈릴래아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사건입니다. 오늘 나의 갈릴래아는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입니다. 오늘 나의 갈릴래아는 내가 만나는 가족, 이웃입니다.
오늘 세례를 받으시는 15명의 형제자매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밤, 주님의 빛이 여러분의 삶을 영원히 밝히시기를 기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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