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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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99 박영희 [corenelia] 스크랩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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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루카 11,5-13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네 발로 기어다니던 아기는 어느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걷게 되는 게 아닙니다. 두 발로 온전히 서기까지, 그리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수 백, 수 천번 이상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지요.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괴롭지만, 어차피 또 넘어질 거 일어서면 뭐 하나 하고 자괴감이 들 법도 하지만, 아기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다리와 허리에 점점 힘이 붙고 요령이 생겨서 어느 순간 제 힘으로 일어서고 걸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그와 비슷합니다. 하느님은 우리 기도를 청하는 즉시 이뤄주시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리 기다려도 바라는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요. 그러나 그 인내와 좌절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강해지고 성숙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하느님을 향한 우리 믿음도 단단해지고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느님께 간절히 매달리며 정성을 다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반드시 우리 마음과 영혼에 놀랍고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먼저 ‘청하라’고 하십니다. ‘청하라’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온전히 신뢰하며 겸손한 자세로 그분께 희망을 두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내가 청하는 그것을 주시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 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신께서 주고자 하시는 그것을 우리 편에서 먼저 청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무분별한 탐욕을 절제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식별하는 지혜가, 그것을 진정으로 바라는 간절함이 우리 마음에 생기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찾으라’고 하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는 것처럼 눈 앞이 캄캄해도, 그분께서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듯한 느낌에 깊은 절망에 빠져도,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거두지 말고 끝까지 그분을 찾으며 간절히 매달리라는 뜻입니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그분은 우리를 되찾아 당신 품에 안으시는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섣불리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우리가 써내려가는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도 기쁨과 영광이라는 결말로 반전시킬 능력을 지니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두드리라’고 하시는 것은 먼저 받지 않아도 기꺼이 내어드리는 능동적인 사랑으로, 남의 눈치를 보거나 계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랑으로 하느님 나라의 문을 두드리라는 뜻입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 하느님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만, 그분 뜻을 따르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다른 것보다 먼저 실행해야만 그럴 수 있지요. 하느님은 우리가 그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바로 열어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시니, 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고, 그 문 너머에 있는 하느님 나라가 잘 안보인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두드려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성령을 가득히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과 눈을 활짝 열어 하느님과 그분 나라를 알아보고 누리게 하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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