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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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은총의 바닥 체험을 한 사람에게는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이 뒤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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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석 [pys2848] 쪽지 캡슐

2022-01-24 ㅣ No.152490

정통 유다인이자, 바리사이 가운데 바리사이였으며, 유다교 수호에 목숨을 건 돌격대원이었던 청년 사울의 회심 여정을 전하고 있는 사도행전의 말씀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입니다.

  

사울은 그리스도교 섬멸이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사제에게 갑니다. 그리고 특별권한을 발부해줄 것을 청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자기 마음대로 구속할 수 있는 일종의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입니다.

  

사울이 그리스도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체포하기 위해 살기를 내뿜으며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드디어 주님께서 개입하십니다. 엄청난 밝기의 빛과 함께 사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집니다. 이어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질책하는 듯, 타이르는 듯한 예수님의 음성과 함께 사울의 인생은 급격한 수직 낙하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좋던 시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언제나 당당하게 활보하던 사울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겨우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었던지 그는 사흘 동안이나 음식을 입에 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울은 사람들의 손에 의지해서 겨우 다마스쿠스까지 당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충격에 그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 사흘은 사울의 일생에서 가장 춥고 배고픈 사흘, 가장 끔찍하고 혹독한 사흘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그 사흘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은혜로운 사흘, 자신의 삶을 180도 전환시키는 은총의 사흘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사울은 식음을 전폐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을 했을 것입니다. 사흘간의 대 피정을 통해 그간 자신이 얼마나 그릇되게 살아왔는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윽고 완전한 새사람, 온전한 예수님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비워낸 사울, 완전한 바닥까지 내려간 그의 마음 안에 드디어 주님의 성령께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십니다. 드디어 은총의 순간이 온 것입니다. 그 순간은 바오로 사울이 주님 이외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든든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주님 외에 더 이상 길이 없고, 그분만이 자신의 원천이자, 마침, 전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그 옛날 청년 사울이 겪었던 은총의 바닥 체험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 체험을 통해 온전한 당신의 자녀로 거듭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인생의 전망,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행복한 새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은총의 바닥 체험을 한 사람에게는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이 뒤따르는데, 그것은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비어있는 데서 충만을 바라보게 합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져가는 석양에서도 아침노을의 서광을 바라보게 합니다. 죽음에서도 생명을 바라보게 합니다. 복종에서 자유를 느끼게 합니다. 바닥에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가끔씩 사울에게 행하셨던 방식으로 접근해오십니다. 때로 기고만장한 우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내려치시고 심연의 밑바닥으로 내려보내십니다. 우리의 완고함, 우리의 똥고집을 완전히 꺾어놓으십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인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네 인생길 안에서 가끔 겪게 되는 추락, 실패, 바닥 체험, 미끄러짐의 순간들이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조금도 원치 않았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통해 주님께서는 우리를 새롭게 재창조하시고, 당신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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