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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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 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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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2-08-17 ㅣ No.156993

신학생 때입니다. 가을이면 북한산으로 교구 신학생들이 소풍을 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산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삼겹살, 김치찌개, 소주 한잔은 산행의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식사 후에 모두 모여서 장기자랑을 하였습니다. 마칠 때는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교가를 부를 때도 있었고, ‘임쓰신 가시관을 부를 때도 있었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를 때도 있었습니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공동체가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수들의 공연장을 가면 한국의 관객들은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이터를 켜거나 야광봉을 들고 공연하는 가수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외국의 가수들은 한국 관객들의 떼창에 매료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가수는 노래하고, 관객은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가수와 관객이 공연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함께 즐기는 것이 한국의 공연문화입니다. 미국에서 야구경기를 두 번 보았습니다. 응원의 열기는 한국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은 야구경기에서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응원을 통해서 선수들과 하나가 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도 한국은 미국과 다른 모습을 봅니다. 피정, 교육, 미사와 전례가 있는 것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본당에 다양한 행사가 있습니다. 전 신자 도보성지 순례를 가기도 합니다. 제가 본당에 있을 때도 수리산 성지, 절두산 성지를 전 신자가 걸어서 순례했습니다. 미사를 마치면 구역별로 음식을 준비해서 나누었습니다. 전 신자가 기차를 타고 성지순례를 하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갈 수도 있지만 함께 가면서 친교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금마련 바자회를 하기도 했고, 체육대회를 하기도 했고, 본당의 날 행사를 하기도 했고, 전 신자가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매년 여름캠프를 갔습니다. 구역별로 연도대회, 성가 경연대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장례가 나면 빈소로 가서 함께 연도를 바쳤습니다. 제가 함께하는 부르클린 한인 성당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행사가 있습니다. 장례가 나면 빈소에서 연도를 함께 합니다. 야외미사도 있습니다. 매 주일 미사가 끝나면 친교실에서 음식을 나눕니다. 한국인들은 신앙생활에서도 전례의 엄숙함을 따르기도 하지만 친교와 나눔을 통해서 신앙의 기쁨을 나누기도 합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복음을 전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종교는, 신앙생활은 어쩌면 하느님과 사람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베들레헴 구유에서 탄생하신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선으로 넘어오신 표징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언어와 인간의 감정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권한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삶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규정을 넘어서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혼인잔치에 비유하시곤 했습니다. 등잔에 기름을 잘 준비한 처녀들은 신랑이 오면 기쁘게 맞이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복을 잘 갖춘 사람은 혼인잔치에서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기름은 우리가 하늘에 쌓아야 하는 재물입니다. 기도, 자선, 희생, 나눔입니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예복은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정결, 가난, 순명입니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희는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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