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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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곱과 에사우의 만남[27]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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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4-07 ㅣ No.13739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7. 야곱과 에사우의 만남

 

이스라엘로 새로 태어난 야곱의 이야기는 이제 그 절정으로 나아간다. 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 형 에사우가 장정 사백 명과 함께 힘차게 초원을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야곱이 먼저 보낸 세 무리의 선발대를 만났음이 틀림없다. 더구나 여러 종류로 이루어진 무리를 볼 때마다 참으로 잘 길들인 가축들임을 직감했을 게다. 그리고 그 가축을 이끄는 우두머리들의 한결같은 대답에 참으로 감격스러웠으리라. ‘이것들은 나리의 종 동생 야곱의 것인데, 주인이신 에사우께 보내는 선물입니다. 동생분도 저희 뒤에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 형이 지금 힘차게 다가오고 있다. 장장 이십 년 전에 헤어진 형이다. 인사조차 건넴이 없이 서운하게 헤어진 형, 얼마나 서운했던지 자신을 죽이려 까지 한 그 형(27,41)이 무리를 이끌고 오고 있다.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레아와 라헬, 그리고 열두 자녀는 물론 모두가 말문을 닫았다. 그저 침묵으로 야곱의 눈치만 그저 볼 뿐이다. 야곱은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아이들을 각자 나누어 맡긴 다음, 두 여종과 그들의 아이들을 앞에 세우고, 레아와 그의 아이들을 그 뒤에, 그리고 라헬과 요셉을 맨 마지막에 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은 그들보다 한 발치 앞장서 가면서, 형에게 다가갈 때까지 일곱 번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이는 완전한 굴복을 뜻하는 것으로, 왕실에서 임금을 알현할 때 보이는 의전적인 몸짓을 상기시킨다. 그러자 에사우가 달려와서 야곱을 껴안았다.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형의 껴안음은 오랫동안 헤어졌던 사랑하는 동생을 다시 만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습이다. 달려와서 포옹하는 에사우, 형에 말없이 안기는 야곱에서 과거의 저주는 어느 한 자락도 찾을 수 없었다.

 

에사우는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 입 맞추었다. 그렇게 용서의 표시로 입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한없이 흘린다. 그들은 서로가 부둥켜안고는 함께 울었다. 동생 야곱의 두려움과 조바심보다 형 에사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진실감이 넘친다. 참으로 많이 변한 에사우다. 그는 야곱에게 복수의 칼을 갈면서 죽이기로 다짐한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니다. 동생을 죽이고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려 온 독기 품은 형이 아니다. 세월 속에 그의 마음에 남아 있던 앙금은 다 사라지고, 이제는 객지에서 고생만 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만이 오로지 간직한 형의 모습이다.

 

비록 용서한다는 말은 없었지만, 용서보다 더 찐한 포옹이었다. ‘형님,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얼마나 고생했냐?’라는 물음만이 그들의 입안에 맴돌고 있었다. 달려와 그 찐한 포옹은 용서를 전제로 했고, 말보다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지녔다. 더구나 서로 움켜쥐고 흘리는 닭똥 같은 눈물은, 수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이 포옹과 눈물이 지나온 과거의 것들을 용서와 화해로 마무리되는 촉진제 작용을 한다.

 

에사우가 눈을 들어 여자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네 곁에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구냐?” 하고 묻자, 야곱이 하느님께서 당신의 동생인 이 종에게 은혜로이 주신 아이들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두 여종과 그들의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에사우에게 큰절을 하였다. 레아와 그의 아이들도 앞으로 나와 큰절을 하고, 마지막으로 요셉과 라헬이 앞으로 나와 큰절을 하였다. ‘레아와 그의 아이들요셉과 라헬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부모의 서열에 따라 소개되는 것이 보통이나, 요셉은 라헬 대신 먼저 거명됨으로써 마치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에 이어 네 번째 성조인 듯 암시된다. 과연 요셉이 야곱의 정통 후손으로 자리매김하는지는 추후 별도의 묵상 거리로 남긴다.

 

에사우가 물었다. “내가 오다가 만난 그 무리는 모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야곱이 대답하였다. “형님께서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셨으면 해서 준비한 것입니다.” 야곱이 형에게 주는 선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만약 형이 선물을 거부한다면, 아직도 동생에 대한 원한이 남아 있다는 뜻일 수도. 그렇지만 에사우가 그 선물을 받아준다면 용서는 물론, 자신이 빼앗긴 복을 되찾는 것일 게다. 어쩌면 야곱은 빼앗은 복을 형에게 다시 돌려주고자, 정말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다.

 

에사우가 내 아우야, 나에게도 많다. 저 많은 장정을 보아라. 네 것은 다 네가 도로 가져라.” 하고 말하였지만, 야곱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신다면, 이 선물을 제 손에서 받아 주십시오. 정녕 제가 하느님의 얼굴을 뵙는 듯 주인인 형의 얼굴을 뵙게 되었고, 형님께서는 이렇게 저를 기꺼이 받아 주셨습니다. 제발 형님께 드리는 이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저는 이처럼 모든 것이 아주 넉넉합니다.”

 

이렇게 야곱이 거듭하여 간곡히 권하자, 에사우는 그것을 간청에 못 이겨 끝내 받아들였다. 이로써 형은 동생을 용서한다는 사실을 그의 식솔들 앞에서 드러내었고, 야곱은 그런 형의 용서를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에사우가 말하였다. “, 일어나 가자. 내가 앞장서마.” 그러자 야곱이 그에게 말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8. 야곱과 에사우의 헤어짐‘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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