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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저 산 너머, 신앙의 전수와 자각

120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6-15

[그리스도와 함께. 영화] ‘저 산 너머’, 신앙의 전수와 자각

 

 

10여 년 전 한국 교회가 유아 세례와 신앙 교육의 감소를 우려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젊은 부모들이 신앙을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 유아 세례를 기피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당시 제가 ‘경향잡지’ 기획을 위해 교회 전문가들에게 가정 신앙 교육의 의미를 여쭈었을 때, 어느 신부님이 신앙을 양식에 빗대어 인용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엄마 젖은 네 허락 받고 물렸니?” 이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년기를 극화한 영화 ‘저 산 너머’를 보며 생각난 말씀이기도 합니다.

 

순교자의 집안에 태어난 막내 순한(추기경이 어린 시절 불리던 이름). 그가 받은 세례와 신앙교육이 어머니의 신념으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정이 선택의 대상이 아니고 오늘날 신앙보다 우선시된다는 지식 교육도 부모의 판단에 좌우되기는 마찬가지이니, 뭇사람들이 유독 신앙에 엄격하게 적용하고 싶어 하는 자율성에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청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줄 책임이 있고, 순한의 어머니는 ‘좋은 몫’으로 신앙을 택한 것입니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일찍 여윈 순한은 인삼 장사로 돈도 많이 벌고 색시도 얻어 홀어머니께 효도하는 꿈을 꿉니다. 한낱 상상이었을지라도 어린이에게도 생활에 대한 책임감과 ‘큰 그림’은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음 밭의 씨앗을 들여다보며 소년은 ‘저 산 너머’로 상징되는 성소에 대한 끌림을 자각합니다. 사제서품식에 감화된 어머니의 권유와 신부님의 모범도 큰 몫을 했지만, 소년의 결정적인 자각은 어머니의 부재 기간에 이뤄집니다.

 

원작 소설에 없었던 ‘옹기’에 대한 감독의 해석도 인상적입니다. 순한이 옹기 장독에 숨는 모습은 집 모형이나 다락방 같은 자기만의 공간에 애착하는 어린이의 습성과 어울립니다. 동시에 그 장독은 커다란 알 같기도 하고, 요나 예언자가 갇혔던 고래 배 속, 이냐시오 성인의 만레사 동굴과도 닮아 보입니다. 고독 안에서 깨달음과 회심을 이루는 공간 말입니다.

 

병아리가 부화할 때 어미와 새끼가 안팎에서 힘을 합쳐 알을 쫀다는 ‘줄탁동시’는 신앙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순한의 마음속 씨앗은 어른들이 물과 거름을 준 자리에서 자신과 홀로 대면했을 때 싹텄으니까요. 그 장면을 보며 저는 교리교사 시절에 서투르게 보살폈던 어린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허락 없이도 신앙을 선물할 수 있지만, 신앙이 어린이들의 힘으로 자라나려면 얼마간의 공백과 결핍도 필요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거름이 되었는지, 섣부른 욕심으로 여린 싹을 잡아당기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봐야겠습니다.

 

[2020년 6월 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수원주보 5면, 김은영 크리스티나(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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