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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16일 (화)부활 제3주간 화요일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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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신앙: 기도 - 교부들의 기도

56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2-02

[교부들의 신앙 – 기도] 교부들의 기도

 

 

“기도란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상하는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고 천사들과 같은 영예를 누리는 것이다. 선에 있어 진보하는 것이며 악을 물리치고 죄인들이 회복되는 것이며 앞날의 기초를 이루는 현재의 선을 누리는 것이다”(「주님의 기도 I」).

 

니사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주님의 기도’를 풀이하며 기도를 이처럼 정의합니다. 그에 따르면 기도란 “거룩한 신적 활동이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살면서 소홀히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무일도’는 ‘하느님의 일’(Opus Dei)을 우리 식으로 옮긴 것이지요. 이는 본디 수도원 전통에서 시간마다 바치던 기도, 시간경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 곧 삶 전체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 기도의 본 뜻입니다. 교부들의 글을 대하다 보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다가도 자연스럽게 기도로 넘어가는 대목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삶이 곧 기도였던 그분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에프렘 성인과 암브로시오 성인의 기도를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에프렘의 기도

 

“왕 중의 왕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생명과 죽음의 권한을 쥐고 계십니다. 당신은 숨은 것과 비밀스러운 것을 아시니 우리 생각도 감정도 당신께는 환히 드러나 있습니다. 저의 많은 죄를 씻어 주소서. 당신 앞에서 저는 악을 행하였습니다.

 

날마다 저의 삶은 저물어 가고 저의 죄는 날마다 쌓여 갑니다. 육신과 영혼의 주인이신 하느님, 당신은 제 육신과 영혼이 얼마나 약한지를 아십니다. 주님, 제 약함을 당신 힘으로 채우시고 저의 비참을 당신이 지탱해 주소서.

 

많은 사람이 저를 놀라워하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다. 당신이 저의 굳센 반석이시기 때문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제게 주소서. 그리하여 제가 모든 선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이 하신 좋은 일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헤아릴 수 없는 저의 죄를 기억하지 마시고 수많은 저의 배신을 용서하소서.

 

주님, 저의 기도, 비참한 이의 기도를 외면하지 마소서. 지금까지 저를 지키셨듯이 저를 지켜 주시어 마지막 날까지 당신 은총을 제게 보존하소서. 당신 은총은 제게 지혜를 가르치셨습니다. ‘당신 길을 걷는 이는 복되니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지혜입니다.

 

주님, 저의 부족함 속에서도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께 영광을 드립니다. 당신 자비가 제게 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저의 도움, 저의 보호이셨습니다. 당신의 크신 이름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우리 하느님이신 당신께 영광 있으소서. 아멘”(「잠언의 모방」, 130).

 

시리아인 에프렘(306-373년) 성인은 ‘성령의 수금’이라 불리는 교부입니다. 흔히 ‘노년의 기도’라고 불리는 이 기도에서 성인은 이제 저물어 가는 인생과 그에 비례하여 쌓여 가는 죄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비참 속에서도 주님을 찬미하는 노년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암브로시오의 기도

 

“‘치유받을 수 있도록 네 상처를 의사에게 열어 보여라. 보여 드리지 않아도 그분은 네 아픔을 아시지만, 그분은 네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기다리신다. 눈물로 너의 상처를 씻어 주신다. 복음서 속 여인도 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닦고 제 허물을 깨끗이 씻어 버렸다. 그렇게 죄를 씻고 제 죄의 악취에서 멀어졌다.’

 

오 예수님, 제 인생길을 함께 걸으시느라 더럽혀진 당신 발을 제가 씻도록 허락하신다면! 제 행업으로 당신 걸음마다 더럽혀 놓은 얼룩들을 씻어 드릴 수 있도록 당신 발을 제 앞에 내어놓으신다면! 하오나 당신 발을 씻어 드릴 살아 있는 물을 어디서 구하리이까? 당신 발을 씻어 드릴 수 없다 해도 저 자신이라도 깨끗이 씻을 수 있다면!

 

‘그는 죄를 용서받았다. 그는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들으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리까? 저는 제 죄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 크게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적 통치라는 두려운 권력과 시장의 분노한 소란으로부터 주교직에 부름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두렵습니다. 당신은 그토록 너그럽게 저를 용서하셨음에도, 제가 적게 사랑한 자, 은혜를 모르는 자로 심판받을 것이 두렵습니다”(「참회론」, 1-2.8).

 

권력자들에게 굽히는 일이 없었고 죄인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암브로시오 성인은 사목자들의 모범이었습니다. 암브로시오의 전기 작가 파울리노는 그런 성인을 이렇게 전합니다.

 

“그는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였고 우는 이들과는 함께 울었다. 누가 죄를 고백하기 위해 찾아올 때마다 울곤 하여 고백하는 이마저 울게 하였는데 그것이 마치 주교 자신이 죄에 떨어진 사람과 함께 죄에 떨어진 듯하였다. 그러나 고백한 죄에 대해서는 그가 전구해야 할 주님 말고는 그 누구와도 말하는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하여 그의 후임 주교들에게 사람들의 고발자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전구자가 되라는 훌륭한 모범을 남겨 주었다.”

 

그의 말대로 암브로시오가 죄인들과 함께 울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가 하느님 앞에서 죄인임을 깊이 새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암브로시오 성인이 남긴 찬미가 한 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성무일도 제1주간 주일 제1 저녁 기도 찬미가로 바치는 기도지요. ‘우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Deus, creator omnium)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기도인데 「고백록」 제9권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어머니 모니카 성녀를 여읜 뒤 기억하는 찬미가이기도 합니다. 본디 모두 여덟 연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가 바치는 성무일도에서는 여섯 연으로 되어 있지요.

 

세상에 어둠이 내려오는 시간에 하느님께 올리는 찬미가입니다. 저녁 기도는 어둠 속에서 하느님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문에서 암브로시오는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의 빛이 꺼지는 일이 없이 우리 마음이 그분을 향해 깨어있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만물의 창조주신 우리 하느님

우주의 지배자도 당신이시니

낮에는 태양 빛을 내려 주시고

밤에는 단잠으로 쉬게 하시네.

 

피곤한 뼈마디를 쉬게 하시어

다시금 일하도록 힘을 주시고

피곤한 마음까지 쉬게 하시어

쌓여진 근심 걱정 풀어 주시네.

 

은총의 하루해가 이미 저물고

또다시 어둔 밤이 다가왔으니

지은 죄 뉘우치며 용서받도록

찬미의 노래 불러 감사 드리세.

 

마음을 가다듬어 주님 기리며

처절한 가락으로 하소연하고

정결한 사랑으로 섬겨 드리며

마음을 가다듬어 예배 드리세.

 

깊은 밤 어두움이 누리를 덮어

대낮의 밝은 빛을 몰아내어도

우리의 믿음만은 한결 같으니

이 밤도 믿음으로 환히 밝으리.

 

사랑의 아버지와 독생 성자와

위로자 성령께서 삼위일체로

영원히 무궁토록 살아 계시며

만물을 사랑으로 다스리소서. 아멘.

 

* 황인수 이냐시오 - 성바오로수도회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와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황인수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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