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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이 말이 궁금해요: 피정

227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8-05

[이 말이 궁금해요] 피정


세속 떠나 고요히 지내는 것, 기도 · 묵상으로 자신 돌아보고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 가져

 

 

피정(避靜, retreat, recessus spiritualis)

일상을 떠나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 일.

 

예수회 랑데부 피정.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시원한 곳이나 물놀이 등에서 더위를 잊을 수 있게 피서(避暑)를 떠난다. 피서와 피정은 말도 비슷하지만, 실제로도 닮은 면이 많다. 둘 다 일상을 잊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 즐거움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정이 찾는 즐거움은 하느님 안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것 아닐까.

 

피정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요함을 피한다’는 의미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는 상반되는 뜻이 된다. 이는 피정이 피세정념(避世靜念) 혹은 피속추정(避俗追靜)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각각 ‘세상을 피해 고요하게 마음을 지닌다’, ‘세속을 피해 고요함을 따른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일상을 떠나 고요하게 지낸다는 말이다. 영어와 라틴어로도 ‘후퇴하다, 멀어지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자신을 돌아본다는 뜻으로 피정을 일컫고 있다.

 

피정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예수의 모범에서 찾는다. 예수는 세례를 받은 후 공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광야로 떠나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예수의 행적을 따라 사막으로, 광야로 떠나 기도했고, 이는 초기 수도자들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피정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는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역할이 컸다. 성인은 「영신수련」을 저술해 구체적인 피정의 방법을 제시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피정운동이 전개됐다. 이런 피정을 위해 조용히 머물 장소가 필요해지면서 17세기경부터는 ‘피정의 집’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이냐시오 성인의 축일인 7월 31일 트위터를 통해 “이웃을 돕기에 앞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의 말처럼 피정은 나와 하느님의 인격적 만남을 위해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여름엔 피정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가톨릭신문, 2019년 8월 4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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