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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 시대의 신앙: 엉터리 과학

37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6-17

[과학 시대의 신앙] 엉터리 과학

 

 

엄마는 시집간 막내 이모를 보러 당시 아직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부산에서 마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철로 위에서 증기를 내뿜고 있던 기차에 올라탔는데 몇 시간 뒤 마산에 도착했다.

 

기차를 처음 타 본 어린 나는 막내 이모를 보자마자 기차가 어떻게 마산까지 왔는지 나름 설명해 드렸다. 지구는 둥글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다는 둥, 그래서 동쪽인 부산에서 서쪽의 마산으로 기차가 미끄러운 철로 위로 저절로 굴러갈 수 있었다는 둥 아주 신이나서 떠들어 댔다.

 

지구가 둥글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다는 것은 학교에 다니던 형들한테 흘려들은 이야기였고, 나머지는 내가 대충 지어낸 이야기였다. 기차 바퀴나 철로는 만질만질하고 미끄러워서 꺼끌꺼끌한 자동차 바퀴와 길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맙게도 이모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며 틀렸다거나 맞다고 대꾸하지는 않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 주기만 하였다. 이모 집에서 며칠 머무른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마산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그 뒤 나는 오랫동안 왜 기차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올 수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대중 매체 속 엉터리 소리들

 

요즘 ‘유튜브’(YouTube)라는 웹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널리 펼쳐 보이려는 수많은 사람이 개인 방송을 한다. 그 가운데는 무척 유익한 내용도 많으나, 황당하고 심지어 해로운 것도 많아서 이를 보는 사람들의 건전한 판단력 형성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얼마 전 일이다. 학교 동창들이 소통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둥근 지구는 거짓말이다.’라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소개되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또 그런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내가 누구인가! 호기심 많은 나는 이를 도저히 뿌리치지 못하고 궁금하여 들여다보았다. 그나마 시간이 아까워 재생 속도를 두 배 가까이 빨리 돌려 대충 건너뛰어 가며 보았다.

 

조금만 생각하고 배웠다면, 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따져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임에도 억지로 무시하고, 평평한 지구를 해와 달이 그 위에서 돌고 있으며, 한국 최초로 지구 궤도에 올랐던 이소연의 우주여행도 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이 만든 ‘평평한 지구’를 구독한 이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이 내용에 동의하는 댓글도 많이 달린 것으로 보아 추종자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그는 산소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태양이 수소 폭발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 또한 말도 안 된다며 기어이 자신의 무지를 드러냈다. 태양의 에너지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는 화학적 반응이 아니라 수소 원자들의 핵이 융합되며 줄어드는 질량이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E=mc²’ 공식대로 에너지로 변환되는 핵융합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 참고로 이 ‘평평한 지구’는 주로 극단적인 창조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듯한데, 창조 과학 누리집에서조차도 이를 부정하는 논설을 실었다.

 

 

잘못된 과학의 이모저모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 받아 보던 신문에서 한 신부님이 나뭇가지로 지하수를 찾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여름이면 가뭄에 시달리는 우리 농촌을 도우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노력이었으리라.

 

이 방법은 그 당시 유럽에 널리 퍼져있던 ‘다우징’(dowsing)이라는 것으로, 나뭇가지 같은 장치를 든 사람의 영이 주변 사물과 반응하여 이 장치를 통해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럴듯하게 설명하였다. 글을 쓴 신부님은 아마도 당시 프랑스 선교사 신부님들에게서 이를 배운 듯싶다.

 

이 다우징을 통하여 지하수를 찾은 농민들은 그 신통함에 감탄하여 주변에 널리 퍼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땅은 어디든 파 보면 상당한 확률로 지하수가 나온다고 한다. 조금 파 내려가다가 물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을 경우라도, 다우징과 같은 확신이 뒷받침된다면 물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팠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다우징은 과학적으로도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듯하다. 신통력을 가진 스님이 그린 ‘달마도’로 수맥을 막는다느니, 남한 깊숙이 침투한 북한의 땅굴을 다우징으로 찾는다느니 하니 말이다.

 

비슷한 엉터리 원리를 이용하여 ‘양자 공명 장치’(quantum resonance system)라는 유사 의료 기기가 암암리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적도 있다. 퀀텀, 레저넌스와 같은 어려운 과학 용어를 덧붙이면 이해하지는 못해도 뭔가 있겠거니 하는 심리에 넘어간 것일까.

 

오래 전 본당 신부님이 강론 중에 “하늘의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햇빛을 반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태양의 빛을 반사한다는 것을 별까지 확장한 셈인데,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말이다. 보통 별이라고 하는 것은 ‘항성’(Star)을 가리키는 단어로, 태양처럼 수소 핵융합 등의 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다.

 

옛날에 항성이라고 여겼던 수성과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별이 아니어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빛을 받아서 빛난다. 이를 ‘행성’(Planet)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이론을 배운 학생들이 이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신앙을 무시할까봐 강론을 듣는 내내 걱정되었다.

 

 

이성과 신앙의 조화

 

이 땅은 평평하고 해와 달이 그 땅의 위아래로 돈다는 생각은 고대 문명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구세사의 하느님 백성들도 그렇게 생각하였을 테고 성경도 이를 바탕으로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과학 교과서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이해 수준에 맞게 하느님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려는 전달자 구실을 성경이 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하셨지만(루카 18,17 참조), 이 또한 신앙적인 면을 가리키신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신앙과 이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나는 영으로 기도하면서 이성으로도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영으로 찬양하면서 이성으로도 찬양하겠습니다”(1코린 14,15).

 

“나는 교회에서 신령한 언어로 만 마디 말을 하기보다, 다른 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내 이성으로 다섯 마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형제 여러분, 생각하는 데에는 어린아이가 되지 마십시오. 악에는 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에는 어른이 되십시오”(1코린 14,19-20).

 

예수님께서도 표징, 곧 기적만을 요구하는 이들을 나무라셨다. 오늘날의 우리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닌 이성에 반하는 기적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 8,12; 루카 11,29-32; 마태 12,39).

 

* 김재완 요한 세례자 – 고등과학원(KIAS) 계산과학부 교수로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양자 텔레포테이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6월호, 김재완 요한 세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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