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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2: FABC-아시아 주교들의 역사적인 첫 만남

47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4-17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2) FABC-아시아 주교들의 역사적인 첫 만남


1970년, 한자리에 모인 아시아 주교들 “가난한 이들의 교회” 다짐

 

 

본지는 아시아복음화를 위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과 함께 공동기획을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의 특징과 현황을 알리기 위한 본 공동기획에는 한국교회는 물론 아시아 교회의 신학자와 선교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첫 회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유희석 신부에 이어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황경훈 박사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의 태동과 아시아복음화를 위한 FABC의 활동, 향후 전망 등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시아 주교단이 2016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11차 FABC 총회 개막미사를 공동집전하고 있다. FABC 제공.

 

 

쉽지 않은 길, 아시아 복음화

 

유럽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와 비교해 인구나 지리를 말하는 정도라면 아시아에 대해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언뜻 쉬워 보인다. 그러나 한 발자국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지리적 범주를 빼고는 다른 어떤 것으로 아시아를 범주화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시아에 공통된 무엇인가를 찾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를 하면 할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시아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미궁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문외한이 아니라 아시아를 좀 안다는, 이른바 ‘아시아 전문가’들의 푸념 섞인 이야기다. 

 

아시아의 몇 가지 특징 중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대륙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는 ‘극심한 가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도 비슷하겠지만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가난의 참상을 목격하고 자신이 타던 하얀색 리무진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마더 데레사에게 양도했다는 일화는 이런 상황을 잘 말해준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UN 기준으로 극빈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이나 방글라데시 수준이었다고 하니 55년 전에는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쉽지 않다.

 

식민시대가 끝난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은 ‘신식민 시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게 경제문화적인 종속상태에 있고, 거기에 더해 빈부의 양극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단화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적인 가난도 힘겹고 고통스러운데, 아시아 상당수 나라의 민중들은 여전히 억압적 정치체제나 군사독재에 신음하고 있다. 가깝게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라오스가 공산주의 국가로 일당독재를 지속하고 있고, 많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군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에 놓여 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남아시아 나라들에서는 카스트, 사티(사망한 남편과 함께 부인을 화장 또는 매장하는 풍습), 명예살인, 인신매매, 결혼지참금 등 로봇이 인간노동을 대체한다는 21세기와는 전혀 딴판인 세계가, 봉건적이며 원시적인 사회적 억압이 문화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믿을 수 없는 현실’로 공존하고 있다.

 

양상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불교, 힌두교, 이슬람, 그리스도교 등의 대(大)종교 출생지일 뿐만 아니라 각종 토착 종교들, 그리고 그것을 믿고 따르는 수백 아니 수천의 다른 인종이 그만큼의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지금도 살고 있는 ‘다양성의 땅’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종교문화적, 인종적 다원성이야말로 온갖 분쟁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자 억압적 사회체제를 낳게 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시아 복음화를 말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러한 아시아의 현실, 곧 지독한 가난과 정치사회적 억압, 또 종교문화적 다원성을 직시해야 하며 아마도 이것이 지금까지도 아시아 주교들이 씨름해온 어려움의 핵심이라고 보인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고 있는 필리핀 어린이들. CNS 자료사진. 

 

 

성 바오로 6세 교황 ‘피습 사건’과 김수환 추기경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고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70년, 아시아 주교들이 처음으로 마닐라에 함께 모이는 역사적인 기회를 갖게 된다. 서쪽으로는 이란에서 시작해 호주와 필리핀을 거쳐 홍콩까지 장장 4만5000㎞의 ‘선교 여행’에 나선 성 바오로 6세 교황을 맞이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 15개 나라에서 180명의 주교들이 필리핀 마닐라에 모였다. 교황은 인도를 다녀 간지 6년 만에 아시아를 다시 찾았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아시아 주교들의 이 첫 모임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아시아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있어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사실보다는 당일 마닐라 공항에서 벌어진 ‘교황 피습사건’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970년 11월 27일 이 소식은 AP, UPI, 로이터 통신 같은 세계적 언론을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긴급 전송되었다. 당시 UPI 통신사가 속보로 타전한 기사의 내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긴급속보 - 바오로 6세 교황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피격 당해. 교황 옆에 있던 김수환 추기경이 가라데 무술로 괴한을 제압했지만 김 추기경 부상 입음….”

 

물론 과장된 오보였지만 단도를 빼든 35세의 볼리비아인이 사진기자단 사이에서 튀어나와 ‘이단자’ 교황을 해치려 한 것까지는 사실이었다. 김 추기경에 따르면, 당시 괴한을 제압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건장한 외국 주교였으며 범인의 비수를 빼앗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흘린 피가 김 추기경의 흰 수단 팔뚝 부위에 묻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부상을 입었다고 기사가 나간 것 같다고 했다.

 

필리핀에서는 당시 수세에 몰려 있던 독재자 마르코스가 이 틈을 타서 자신의 정치적 인기를 만회하려고 “마르코스 대통령, 가라데로 괴한을 물리치고 교황 지켰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사건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나서도 필리핀에서는 여전히 (괴한을 제압한 이가) ‘마르코스냐, 김 추기경이냐’에 관한 기사가 보도됐다고 한다.

 

여성신학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메리놀 수녀회 헬렌 그레함(Helen Graham) 수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김 추기경의 인기가 “김 추기경을 차기 교황으로”(Kim for Pope)라는 캠페인으로 이어질 정도였고, 자신도 ‘Kim for Pope’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달고 그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는 마르코스의 실정도 한몫을 했겠지만, ‘교황 피습’과 이 첫 주교 모임에서 보여준 김 추기경의 리더십, 또 그 과정에서 FABC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제안문을 만들어 주교들의 동의를 얻은 뒤 이후에 직접 교황청 방문단을 꾸려 교황을 설득해낸 일 등이 다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난한 이의 교회 되어야”

 

‘교황 피습’ 오보로 외부의 많은 이들이 교황의 안위를 걱정한 것과는 상관없이 모임에 참석한 아시아 주교들은 ‘첫 만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심각한 토론을 이어갔다. 주교들은 식민 통치기에 가톨릭교회가 서구 정복자들과 함께 들어와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식민세력의 부역자 노릇을 했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가톨릭교회가 자신들이 과거의 식민잔재를 청산했으며 가톨릭교회 역시 민족과 국가의 발전에 공헌하는 애국자임을 보여주는 것은 복음화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했다.

 

이를 위해 주교들은 한편에서는 아시아 고유의 종교문화를 존중하는 토착화의 길이 필요불가결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이 회의 최종메시지에 잘 드러난다. “과거의 식민주의를 지나… 아시아의 유산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 의식에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며, 민족의 삶과 운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한다.(9항)… 무엇보다도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가난한 이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결의한다.(19항)

 

[가톨릭신문, 2019년 4월 14일, 황경훈(우리신학연구소 소장 ·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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