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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다양한 묵상으로 바치는 십자가의 길 기도

128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3-11

다양한 묵상으로 바치는 십자가의 길 기도


우리 모두 짊어집니다 저마다의 십자가를

 

 

- 위에서부터 수원교구 양근성지 십자가의 길, 청주교구 배티성지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있는 신자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3월 30일 로마 콜로세움 밖에서 거행된 십자가의 길 기도에 참가한 프란치스코 교황(CNS).

 

 

매년 사순 시기마다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시지만 십자가의 고통을 짊어진 희생 제사로서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셨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는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위한 길을 걸어감으로써 그분의 길을 따라간다. 교회의 전통과 우리 삶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십자가의 길 기도를 살펴본다.

 

 

‘십자가의 길’ 기도의 유래

 

‘십자가의 길’ 기도는 가톨릭교회의 신심 행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도 중 하나다. 이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 선고를 받으신 후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 산에 오르셔서 돌아가시기까지 14가지의 중요한 사건을 성화나 조각으로 표시해 각 처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바치는 기도다. 

 

‘십자가의 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중세 이후부터다. 12세기경에 예루살렘 성지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다시 높아지면서, 순례자들은 각자 자기 고장에 예루살렘의 거룩한 장소들을 닮은 모형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모형들이 예수의 고난 여정을 나타내는 14개의 처를 경배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십자가의 길 기도가 14개로 고정된 것은 18세기에 들어와서다. 1688년 복자 인노첸시오 11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전대사를 허락했다. 이어 1694년 인노첸시오 12세 교황이 이 특전을 확증했다. 1731년 클레멘스 12세 교황은 모든 교회에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했고 처의 숫자도 14개처로 고정했다.

 

 

다양한 형태와 주제들

 

십자가의 길 기도는 14처의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면서 각 처마다 각자의 상황과 시대적인 요청 등에 따라 다양한 묵상과 기도문이 곁들여질 수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14처가 고정돼 있지만 기도의 주제와 순서는 상당히 유연하게 구성된다. 

 

교황청에서는 매년 성 금요일에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십자가의 길을 봉헌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9년부터 원형경기장에서의 십자가의 길 기도를 직접 주재해 왔다. 1991년과 1992년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 기도에서는, 정확한 성경적 근거가 없는 일부 처를 제외하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극심한 번민으로 기도하시는 예수님”(제1처), “유다로부터 배반당하시어 붙잡히신 예수님”(제2처), “최고 의회에서 대제관들에게 심판 받으신 예수님”(제3처), “베드로에 의해 부인된 예수님”(제4처), “회개한 강도에게 당신 나라를 약속하신 예수님”(제11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와 제자”(제12처) 등을 첨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황청은 전통적인 14처와는 다른 내용의 십자가의 길 기도문 사용을 종종 허가해 왔다. 전통적인 십자가의 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의 신비는 어떠한 기도의 구조로도 남김없이 다 드러낼 수 없으며, 고정된 형태와 주제 외에도 더욱 풍요로운 신비의 요소들이 있음을 보여 준다. 

 

각 처의 주제뿐만 아니라 묵상과 기도문은 더욱 다양하다. 2000년 대희년 기간 중의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 묵상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직접 작성했다. 하지만 대체로 매년 다양한 나라와 처지의 사람들이 묵상글을 집필한다. 2002년에는 전세계 언론인들이 묵상 자료를 집필했다. 총 14명의 평신도 남녀 언론인들은 나자렛 예수의 수난 신비를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과제들과 연결지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인류의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도했다. 2008년에는 당시 홍콩교구장 젠 제키운 추기경이, 2013년에는 레바논의 한 젊은이가 묵상 자료를 집필했다. 특히 지난해 3월 30일 거행된 십자가의 길 묵상은 16~27세의 젊은이 15명에 의해 쓰여지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을 담은 성경을 읽고 함께 묵상을 나눈 뒤, 각 처의 묵상들을 집필했다.

 

 

책으로 만나는 십자가의 길 기도

 

십자가의 길 기도는 이처럼 시대적 상황과 개인의 처지에 따라서 다양하고 풍요로운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십자가의 길이 소개돼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가톨릭출판사, 2500원)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으로 구성한 기도서. 각 처마다 기도할 주제와 교황 말씀을 바탕으로 한 묵상을 소개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3500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인 2005년 성 금요일에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바친 기도를 번역한 것이다. 

 

▲ 「십자가의 길, 기도 모음」(기쁜소식, 7000원) 20여 가지의 기도문을 수집해 엮었다. 가톨릭 기도서에 있는 기도문과 함께 인터넷과 여러 자료를 모아 수정 보완했다. 

 

▲ 「십자가의 길, 김수환 추기경」(가톨릭출판사, 3000원) 김수환 추기경의 묵상과 최종태 교수의 청동 14처 모습을 전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가 성경 구절로 엮어 만든 기도다. 

 

▲ 「사형수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가톨릭출판사, 6000원) 5명의 사형수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십자가의 길을 묵상했다. 사형 제도와 사형수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이끈다. 

 

▲ 「어린이 십자가의 길」(생활성서, 5000원) 어린이들이 겪는 일상 생활 속의 다양한 문제들을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며 헤쳐나가도록 인도한다. 

 

▲ 「수도자와 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분도출판사, 4500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안에서 복사본으로만 전해 오던 ‘십자가의 길’을 더 많은 신앙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엮었다. 

 

▲ 「부부를 위한 십자가의 길」(성바오로출판사, 3500원) 부부가 살아가면서 겪는 시련과 갈등을 예수의 수난의 길을 통해 조명, 용서와 치유, 화해의 삶으로 승화하도록 이끈다. 

 

▲ 「생활 속 십자가의 길」(성서와함께, 4500원) 신앙인들이 삶 속에서 겪는 고난과 고통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성찰하며 극복하고 다시금 자기 십자가를 지도록 격려한다.

 

[가톨릭신문, 2019년 3월 10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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