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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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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일본 도쿄의 순례길을 걷다

188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2-14

도쿄의 순례길을 걷다


걸으며 느꼈다, 일본도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임을…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당시 한국교회는 124위 복자 시복으로 순교신심의 열기가 뜨겁게 타올랐다. 교황은 지난 11월 23~26일 방문한 일본에서도 나가사키의 26성인 기념비를 방문해 순교신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 바 있다. 교황이 다녀간 일본의 수도 도쿄 역시 순교자들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도쿄의 도심 한복판, 많은 여행자들이 관광을 위해 찾는 이 길을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걸었다.

 

 

아사쿠사성당

 

 

아사쿠사·도리고에 처형터 - 아사쿠사바시역에서 걸어서 10분

 

아키하바라. 수많은 직장인들이 통행하는 길목이자 수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불과 걸어서 10분 거리. 도쿄대교구 아사쿠사성당(浅草教会) 뒤편에 있는 작은 순교비에서 순례의 여정을 시작했다.

 

‘아사쿠사·도리고에 기리시탄(그리스도인을 일컫는 옛 일본말) 순교기념비’. 일본의 박해 당시 도쿄에는 수많은 신자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신앙으로도 우리와 관계가 있지만, 조금 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곳은 조선인 신앙선조가 순교한 곳으로, 우리나라의 선조들이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순교한 역사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주님 저의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1613년 7월 1일 조선인으로 신심회 회장을 역임하며 신자들을 이끌던 하치칸 요아킴은 처형대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기도를 바쳤다. 박해자들은 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신심회 지도자들 8명을 참수했고, 그로도 모자라 전신을 조각냈다. 이후로도 이 처형장에서 약 30명의 신자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에도 덴마초 처형장 터.

 

 

덴마초 감옥터 - 고덴마초역에서 걸어서 3분

 

순교비를 뒤로 하고 30분 정도 순례길에 올랐다. 고덴마초역에 다다르니 작은 공원이 보였다. 짓시공원(十思公園), 바로 덴마초 감옥터가 있는 곳이다. 1612년 기리시탄 금교령이 내린 이래 1500여 명이 이곳에 갇혔다고 한다. 박해자들은 이곳에서 온갖 방법으로 신자들을 심문했고, 배교를 강요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선 단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1639년 7월 이곳에서 복자 키베(岐部) 베드로 신부는 박해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복자는 예수회 선교사로 2008년 시복된 일본의 188위 복자 중 한 명이다. 복자는 거꾸로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했지만, 신앙을 향한 마음은 죽는 순간까지도 올곧았다. 짓시공원 맞은편의 다이안라쿠지라는 절 울타리에 작은 비석이 보였다. 비석에는 붉은 글씨로 ‘에도 덴마초 처형장 터(江戸伝 馬町処 刑場跡)’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랬듯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려는 한 가지 마음으로 박해를 무릅쓰고 선교지를 찾았다.

 

 

다이안라쿠지.

 

 

 

- 겐와기리시탄유적 비석.

 

 

후다노쓰지·겐와기리시탄유적 - 미타역에서 걸어서 5분

 

약 2시간의 순례가 이어졌다. 도쿄역, 도쿄의 큰 번화가인 긴자, 도쿄타워가 서있는 하마마츠초에 이르는 도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길을 걷는다. 어쩐지 서울을 도보 순례할 때 명동 등의 도심을 지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 다음으로 찾은 순례지는 후다노쓰지다.

 

후다노쓰지는 금지령 등을 알리는 게시판이 있던 광장을 일컫는 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신자들 중 주요한 인물들은 덴마초 감옥에서 이곳으로 끌고 와 형을 집행했다. 본보기를 위해서였다. 내가 2시간에 걸쳐 걸어온 그 길을 순교자들이 걸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죄인으로 취급받으며 그 길을 걸었을 순교자들을 기억했다. 후다노쓰지는 현재 큰 교차로가 자리하고 있어, 기도나 묵상이 어려웠지만, 5분 거리에 자리한 공원 언덕 위에 후다노쓰지에서 있었던 순교를 기리는 겐와기리시탄유적 비석이 세워져 있어 잠시 머무를 수 있었다.

 

 

- 다노쓰지.

 

 

에도의 순교자 현양비 - 시나가와역에서 걸어서 10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도쿄대교구 다카나와성당(高輪教会)이다. 성당 입구 앞에는 ‘에도의 순교자 현양비’가 세워져있었다. 이 성당은 감옥터나 순교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 비석은 1956년 후다노쓰지 인근에 세워졌던 비석으로, 이곳 도쿄에서 일어난 1623년의 순교를 현양하는 비석이다. 성당은 도쿄의 가장 큰 순교지에서 가까운 만큼, 순교자 현양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석도 이 성당으로 옮겨졌다. 매년 11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는 순교자 기념미사가 거행되고 지하의 자료실에는 박해시기에 관한 자료들도 보관하고 있다.

 

일본의 수도로만,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도쿄의 순교지들을 순례하면서 새삼스럽게, 일본 역시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교회임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26성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은 모두 42위의 성인과 393위의 복자를 현양하고 있고, 또 새로 시복시성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성당에서 순례를 마치며 기도를 하던 중 교황이 지난 11월 23일 일본 나가사키의 26성인 기념비 앞에서 전한 메시지의 한 구절을 묵상했다.

 

“순교자의 피는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것인 사람에게, 우리들 모두에게 주어지리라 희망하는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됐습니다. 그 증거는 선교하는 제자로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신앙을 강화하고, 헌신과 결의를 새롭게 합니다.

 

 

다카나와성당

 

 

도쿄 에도기리시탄 순례코스

 

도쿄대교구는 도쿄의 순교자 순례를 위한 코스를 제안하고 있다. 코스는 아사쿠사·도리고에 기리시탄 순교기념비(아사쿠사성당)-덴마초 감옥터(짓시공원, 다이안라쿠지)-후다노쓰지-겐와기리시탄유적-에도의 순교자 현양비 순이다. 도보의 경우 10㎞ 구간이다. 대중교통 이동시에는 아사쿠사·도리고에 기리시탄 순교기념비(아사쿠사성당)는 아사쿠사바시(浅草橋)역에서 도보 10분, 덴마초 감옥터(짓시공원, 다이안라쿠지)는 고덴마초(小伝馬町)역에서 도보 3분, 후다노쓰지는 미타(三田)역에서 도보 5분, 에도의 순교자 현양비는 시나가와(品川)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 도쿄 에도기리시탄 순례코스

 

[가톨릭신문, 2019년 12월 15일, 일본=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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