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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22: 침묵으로 사랑하다 - 카르투시오회 수도원

7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3-07

[성당 이야기] (22) 침묵으로 사랑하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원

 

 

지난 회에 시토회의 퐁트네 수도원 성당을 소개하면서, 건축과 전례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로만 구성된 단순하고 절제된 수도원의 모습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수도자의 삶을 묵상하면서, 시토회와 동시대의 또 하나의 수도회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성 브루노(1030/32~1101)가 1084년에 설립한 “카르투시오회”입니다. 지난 성탄절에 KBS 1TV에서 방영한 “세상 끝의 집 -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3부작을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입니다. 카르투시오회가 2004년에 한국에 진출하여 세운 “성모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성 브루노는 쾰른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일찍이 프랑스 랭스의 주교좌 성당 학교에서 수학하고 그곳의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교황 그레고리오 7세의 개혁에 동참하였는데, 당시 랭스 교구장이 성직 매매로 착좌하자 이에 저항하여 그를 파면으로 이끌었습니다. 신자들은 브루노가 교구장이 되기를 원했으나,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베네딕도회 몰렘 수도원장 로베르토의 도움으로 수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로베르토는 이후에 시토회를 설립합니다(1098년).- 하지만 브루노는 베네딕토회 수도 생활보다 더 엄격한 은수 생활을 원하여 동료 6명과 함께 그르노블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당시 그르노블의 주교 성 후고는 ‘샤르트뢰즈’의 험한 산골에 은수처를 마련해주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침묵의 은수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브루노의 수도회를 그곳 지명 ‘샤르트뢰즈(Chartreuse)’의 라틴어 ‘카르투시아(Cartusia)’에서 이름을 따서 ‘카르투시오회’라고 부릅니다. 사실 브루노에게 필요했던 것은 수도규칙이나 수도회가 아니라 은수 생활을 위한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수도회의 특징은 수도원 안에서 은수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공동 생활과 독수 생활이 공존하는 형태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침묵 속에서 성경을 묵상하고 영적 독서와 저술 활동을 통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합니다.

 

브루노가 처음 지었던 작은 수도원이 있는 곳에 지금은 모든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의 모원인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이 있습니다. 이 수도원은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침묵을 깼습니다. 필립 그로닝 감독은 알프스 산골짜기의 수도자들의 일상을 필름에 담고 싶어서 무려 16년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결국 허락을 받아 홀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총 6개월 동안 조명도 없이 촬영했고, 음향이나 해설도 보태지 않고 오로지 수도원의 ‘침묵’ 소리만으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카르투시오 수도원은 매우 작은 성당, 긴 회랑(클로이스터), 그리고 회랑 주위의 독수처들(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셀에서 생활하지만 하루 세 번 전례 시간에는 회랑을 지나 성당의 자기 자리에 앉습니다. 카르투시오회는 쇠퇴하거나 번창한 적이 없습니다. 변질된 적도 없고(numquam deformata) 그래서 개혁된 적도 없습니다(numquam reformata).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절대 침묵 속에서 내적인 힘을 유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 8일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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