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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음욕 - 성경과 교부들이 소개하는 음욕

96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9-24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 음욕] 성경과 교부들이 소개하는 음욕

 

 

성경이 소개하는 음욕

 

성경은 오늘날 우리에게 성에 대한 윤리적인 가르침을 의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사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실재에 주목하면서 성에 관한 하느님의 뜻을 소개한다.

 

• 하느님의 선물 - 성경은 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근본 진리를 보여 준다. 첫째, 인간의 육체와 성은 하느님의 업적이다. 둘째, 죄로 말미암아 성과 남녀 관계가 손상되었음에도 성은 타락의 근원이 아니라 선한 것이다. 셋째, 성은 신앙과 은총을 통해 구원에 참여하게 된다(「한국 가톨릭 대사전」, ‘성’ 참조).

 

성경은 혼인 안에서의 성적 결합을 거룩하고 선한 행동으로 여겼다. 예수님 또한 혼인만이 성적 결합의 고유한 자리이고 이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임을 강조하신다(마태 19장; 마르 10장 참조). 바오로 사도 또한 혼인 안에서 성생활을 하는 것은 하느님의 계획이고 이는 본성 안에 새겨진 욕구를 충족시키며 욕정의 무질서함을 다스릴 유일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소개한다(1코린 7,2 참조).

 

•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행위 -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의 선물을 통해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으며, 성적 방종은 성행위 안에서 드러나야 하는 하느님의 거룩함을 모독한다고 보았다(레위 18장 참조).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와 가나안에서의 관습과 이방 지역의 성 문화(근친혼, 간음, 동성애, 수간 등)와 마주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이들의 성적 방종을 엄격하게 배격하면서 성을 종교 의식과 결부시켜 신앙의 차원으로 확대하였다(레위 15장 참조). 특별히 성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는 십계명에서 더 분명하게 제시된다(탈출 20,14.17 참조).

 

그렇지만 성경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러한 관습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바오로 사도 또한 당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 음란한 행위와 비윤리적 성행위들을 지적하면서(1코린 5―7장 참조)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라.’고 권고한다(1코린 6,20).

 

• 큰 악(죄) - ‘요셉과 포티파르의 아내’(창세 39장 참조) 이야기에는 요셉에게 동침하자고 유혹하는 포티파르의 아내가 소개된다. 요셉은 그녀의 행동을 “큰 악”이라고 일컫는다.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창세 20장 참조) 이야기에서도 간음을 “큰 죄”로 여기는 모습이 소개된다.

 

• 강한 힘 - ‘다윗의 범죄’(2사무 11,1-12) 이야기는 음욕이 수치심이나 죄책감, 두려움보다 강해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을 소개한다. 포티파르의 아내 또한 요셉에게서 거절당하자 애정이 분노로 돌변하여 그를 모함하고 감옥에 갇히게 한다. 이 이야기들은 음욕이 이성의 존재와 힘을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 추잡한 짓, 공동체가 개입해야 할 일 - ‘암논과 타마르’(2사무 13장 참조) 이야기는 성적 일탈을 ‘추잡한 짓’으로 여기는 성경의 관점을 소개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추잡한 짓’은 이스라엘 공동체가 직접 개입(판관 20,11 참조)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신성 모독과 같게 생각했다. 예수님 앞으로 간음한 여인을 끌고 나온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행동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다(요한 8,1-11 참조). 바오로 사도 또한 불륜을 저지르는 이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공동체에서 제거하라고 가르친다(1코린 5,11-13 참조).

 

• 음욕의 결과 - 성경은 음욕에 빠진 이들의 결과가 참혹함을 소개한다. 암논은 자신의 욕정을 채운 뒤 타마르를 쫓아냄으로써 그녀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형제들과도 원수가 되어 훗날 다윗 왕국의 분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살해당한다(2사무 13,1-22 참조). 밧 세바를 범한 다윗은 음욕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되어 결국 그의 왕국이 내리막길을 가게 된다(2사무 11―12장 참조). 바오로 사도는 음욕에 빠진 자는 하느님 나라를 소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1코린 6장 참조).

 

 

교부들이 소개하는 음욕

 

초기 교부들과 수도자들의 실제 체험을 통한 성찰은 우리에게 음욕의 실체와 그 유형들 그리고 음욕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공한다.

 

• 마음과 정신의 죄 - 에바그리오와 카시아노는 ‘음란의 영’(이하 ‘음욕’으로 표기)이 ‘육체에 속한 죄’이지만, 근원적으로는 마음과 정신에서 나오는 죄로 보았다. 아우구스티노 또한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면서 음욕이 육체의 약함보다는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찾고자 하는 의지의 약함 때문에 온다고 보았다(「고백록」, 8.11.25-26 참조).

 

나아가 토마스 아퀴나스는 음욕을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정신의 병’으로 이성을 따르는 것에서의 무능력이며 만족을 향한 멈춤 없는 추구로 소개한다(「신학대전」, II-II, q.46. a.3; II-II, q.153.1.1 참조).

 

• 금지된 쾌락에 대한 동의 - 에바그리오는 음욕이 일반인들에게는 주로 사물을 통해서 오지만, 수도승들에게는 생각을 통해 온다고 지적하면서 악마는 그들을 쾌락의 순간들에 대한 환영으로 유혹한다고 보았다. 그는 생각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생각이 제시하는 금지된 쾌락에 동의하는 것은 죄라고 강조한다(「수도승을 위한 권고」, 11.75 참조).

 

• 오래 지속되고 완전히 승리하기 어려운 싸움 - 에바그리오에 따르면, 음욕은 수도승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 길이 끝나지 않는 한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안티레티코스」, 음욕, 10a 참조). 카시아노는 음욕을 대적하는 싸움이 다른 어떤 싸움보다 오래 지속되며 완전히 승리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제도집」, 6,1 참조).

 

• 다른 죄종과 연결 - 에바그리오와 카시아노는 음욕이 탐식과 함께 육체의 죄에 속하는 것으로 이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탐식이 음욕을 자극한다고 보았다. 또한 음욕은 나태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몸과 마음이 나태하게 되면 마음의 방황이 생겨 음욕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보았다. 특별히 카시아노는 분노와 음욕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분노의 독이 침투하는 곳에 음욕의 불이 들어온다.”(「제도집」, 6,23)고 말한다.

 

• 고행을 실천하는 이를 더욱 공격하는 - 에바그리오는 음욕이 고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더 강하게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프락티코스」, 8항 참조). 십자가의 성 요한은 기도하는 동안 수련자가 피할 틈도 없이 음욕이 영혼의 감각적인 부분에서 일어나고 외설적인 행동에 빠지기도 함을 지적한다(「정화론」, 143항 참조).

 

• 음욕의 형태 - 에바그리오는 「안티레티코스」에서 당시 수도승들이 대면해야 했던 음욕의 유혹을 예순네 가지 생각들로 소개한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욕은 본능이고 견디는 것이 불가능하며 죄가 되거나 비난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둘째, 음욕을 극복할 희망과 승리에 대한 기대 상실, 싸우기를 포기하게 하는 생각. 셋째, 낮과 밤의 성적 환상들. 넷째, 영적 유익을 핑계로 여성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이를 합리화하는 생각. 다섯째, 성경의 내용(‘죄인에 대한 용서’와 같은)으로 구실을 찾아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려는 생각. 여섯째, 이 정도는 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9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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