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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38: 예수님 시대 여성들의 역할

60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9-15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38) 예수님 시대 여성들의 역할


그날 밤 예수님의 ‘증언 공백’ 누가 메웠을까

 

 

한국 수녀회 장상들이 지난해 5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UISG) 총회에 참석해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국의 장상들을 대사관저에 초대해 조촐한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남자들이 야반도주하자 여자들이 빈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재판에서 증언 능력도 인정받지 못했던 ‘비천한’ 여자들이 결정적인 순간 예수님의 거룩한 말씀을 증언했습니다.

 

최후의 만찬과 겟세마니의 기도가 끝난 후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이 시작된 것입니다. 예수님이 체포되어 카야파 대사제의 저택에서 신문을 받습니다. 빌라도 총독의 형사재판에 앞서 열린 종교재판이었습니다.

 

 

예수님 제자와 지지자들은 어디에

 

여기서 증언 공백이 발생합니다. 복음서의 기록상으로 그렇습니다. 대통령 경호원이 경호 대상(대통령)과 분리되어 안전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경호 공백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국가 안위 차원에서 큰 사건이지요. 공생활 동안 예수님 곁에는 항상 증언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카야파의 종교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예수님 말씀을 세상에 증언해줄 제자나 지지자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증언 공백’이라 부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증언 공백은 중대한 사건입니다. 예수님을 죽이려고 작정한 카야파 측이 예수님 말씀을 왜곡해 세상에 퍼뜨릴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일방적으로 왜곡하여 기록해 놓은 일본 경찰의 수사 자료가 엉터리인 것과 비슷한 이치지요.

 

예수님의 증언 공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재판이 자정 무렵 심야에 열린 데다 예수님이 체포되는 것을 본 열두 제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모두 도망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카야파의 신문에서 당신의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마르 14,61-62 참조) 카야파가 물었습니다.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렇다!” 증언 공백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말씀이 세상에 제대로 전달되었습니다. 누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왜곡 없이 세상에 전달해주었을까요. 카야파 측이 이런 선행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찌 된 일일까요.

 

저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여성들의 리더였던 막달레나는 증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모종의 ‘작전’을 구사했을 게 분명합니다.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재판 일정을 알아냈을 것이고, 예수님 말씀을 증언해 줄 ‘요원’을 확보해 놓았을 것입니다. 심야였으니 여자를 남자로 변장하여 투입했을 수도 있고, 대사제 저택에서 일하는 똑똑한 시종을 포섭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당시 여성 후원자들은 이런 일을 할 정도의 재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마태 4,1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한 도반(道伴)이 아니라 당신의 증언자가 되어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제자들은 이 임무를 잘 수행했습니다. 적어도 겟세마니의 기도 때까지는! 그 뒤의 증언은 여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카야파의 신문(종교재판), 빌라도의 신문(형사재판), 사형 선고, 골고타 언덕의 수난(십자가형), 빈 무덤 사건과 부활!

 

 

막달레나와 여성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가 정점에 이르는 장면에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막달레나는 예수님 부활의 첫 증인이요, 그분의 부활을 첫 번째로 선포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을 증언했습니다. 이만한 은총이 또 있겠습니까. 실제로 3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히폴리토 성인이 그녀를 “사도 중의 사도”라고 부른 이후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 등 많은 성인이 그녀를 “사도 중의 사도”로 칭송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7월 22일)을 의무 축일로 격상시켰습니다.

 

여자들은 사실 갈릴래아 시절부터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예수님 곁에는 항상 여성 삼총사가 이끄는 든든한 후원 그룹이 있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수산나, 요안나! 그리고 다른 여자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 일행의 행차를 보살폈습니다.(루카 8,3) 많은 학자가 예수님 일행에 대한 재정 지원은 대부분 여자의 몫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남자들 못지않게 많이 했으나 그 행적이 대부분 감춰져 있습니다. 고대 근동지역의 남성주의 사회질서가 반영된 탓입니다. 예수님 시대 여성의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복음서의 행간과 맥락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13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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