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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12: 유근영 작가

105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3-31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 (12) 유근영 작가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적 성화 늘 고민"

 

 

- 유근영 作. ‘성 프란치스코와 목동성당역사’

 

 

화가라는 꿈을 위해 달린 소년

 

저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는 별로 못 듣고 자랐어요. 하지만 내가 그리고 싶어서 그림을 시작했어요. 어릴 적에는 산수 이런 걸 잘했어요. 당시는 살기가 어려웠어요.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요. 주변 친구들도 대개 돈을 벌기 위해 실업학교나 상업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고등학교 졸업한 후 취업하던 때였어요.

 

저도 그랬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취업하고 가정에 보탬도 돼야 할 상황에서 고집을 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했어요. 미술대학에 가려고 그랬던 거죠. 당시 대전에는 변변한 미술학원도 없었어요. 학교 미술실에서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도 없이 혼자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이라는 게 누가 지도를 해줘야 하는 데 형편상 그렇지 못했어요.

 

당시에도 미술 쪽에서는 서울대와 홍익대가 유명했어요. 저도 서울대에 가고 싶었어요. 등록금이 쌌기 때문이었어요. 한번은 홍익대에서 주관하는 사생대회에 출전했는데, 거기서 조교하시던 분이 저를 보고는 ‘너는 홍대에 와라. 와서 장학금을 받으면 서울대 등록금과 비슷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홍익대 미술대학에 입학했어요.

 

- 유근영 작가. 사진 최용택 기자

 

 

그림 세계를 찾기 위한 혼란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순조롭게 화가의 꿈을 이루는 듯했어요. 하지만 항상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갈등도 많이 생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벌어지많아요? 제게 그림 세계를 찾기 위한 혼란이 찾아왔어요. 당시 교수들의 작품 성향이 제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교수님들이 새로운 조류와 경향을 따라 쉽게 그림을 바꾸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4학년 1학기 때에 학교도 잘 안 가고 그냥 놀았죠. 그런데 학교에 가질 않으니 바로 입대영장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군대에 갔다가 다른 친구들보다 늦은 1974년에야 졸업할 수 있었어요. 대학 졸업을 하고 미술교사로 취업을 했어요. 그런데, 또다시 그림 세계에 대한 회의가 오더라고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대학원에 가는 거였어요. 미학을 배우자고요.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며 공부하다 보니 대학원 졸업에 5년이 걸렸어요.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구걸하다시피 생활했죠. 도대체 예술이 무엇인데 한 인간, 한 작가의 내면에서 상반된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가 제 의문이었는데,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답은 찾지 못했어요.

 

 

네 멋대로 그려라!

 

하지만 대학원에 다니면서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어요. 제가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거다라고요. 너무 잘하려고 하는 그 욕심을 버리자고요. 그래서 잘난 척 그만하고 1등 욕심을 버리고 진정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자고 다짐했어요. 누구나 이름을 알리고 출세하고 싶은 욕심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다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했어요.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얻은 결론은 그거였어요. ‘네가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해. 그것에 전념해서 하는 것이 잘 하는 예술가다. 네 멋대로 그려라’라고요.

 

이후,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자연은 꽃을 비롯해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생명력도 가지고 있어요. 여기에 제 안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 유근영 作 ‘성모승천’

 

 

쉽지 않은 신앙생활과 성미술

 

1976년 세례명이 마르타인 아내와 결혼했어요. 당시 관면혼배를 주시던 신부님께서 ‘마누라 신앙생활에 방해만 하지마!’라고 딱 한마디 하셨어요. 속으로 ‘참 멋있는 신부님이네?’라고 생각하고 바로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신앙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서 성당에 잘 나가고 있어요.

 

그동안 성당 활동도 안 하려고 뺀질거리다가 목동성당에 다니면서 여기를 이제 ‘내 집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성당 교육관에 그림을 그려서 가톨릭미술상도 받게 됐고요. 그런데 원체 성미술 쪽으로는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한번은 김형주(이멜다) 화백과 김겸순(마리 테레지타) 수녀님이 제 화실에 오셔서 「매일미사」 표지 그림을 한번 그려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제 작품은 하나도 못하고 거의 2년을 매달려서 그렸어요. 쉽지가 않더라고요. 매일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열정을 다해 그려야 하는데, 저와 같이 속세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사람이 성미술을 하기는 어렵죠.

 

그림을 좋아해서 성경 그림도 그렸지만, 어떤 주제가 저에게 주어졌을 때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쉽고 간단한 일이 전혀 아니거든요. 몸소 성경을 체험해야 그릴 수 있는 거지요.

 

가톨릭 미술가로 활동하면서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는 화두는 우리 실정에 맞게 창의력을 발휘해서 한국적인 성화와 성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 유근영 作. The Odd Nature

 

 

◆ 유근영(루카) 작가는

 

1948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1974년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28회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전가톨릭미술가회 창립에 공헌했으며 이후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21년 가톨릭미술상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24년 3월 24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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