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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 교회 안에서 공동합의성의 의의와 가치

55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9-24

[경향 돋보기 -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위하여] 한국 교회 안에서 ‘공동합의성’의 의의와 가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펴낸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자각하도록 초대하고 또 교회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고자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이 문서를 계기로 하느님 백성의 친교적 사목적 선교적 열정이 새롭게 불타오르기를 희망하며, 이 문서의 의의와 한국 교회 안에서의 실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Synodalitas’라는 라틴말은 신학적 사목적 교회법적으로 매우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공동합의성’이라는 번역으로 불충분하며, 그 의미를 풀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이 문서의 의의와 가치

 

공동합의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전망을 제시하는 이 문서는 교회 모든 구성원의 주체적 공동체적 참여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본질에 대한 충실성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이를 한국 교회의 맥락에서 살펴보자.

 

▶ 공동합의성은 교회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다

 

이 문서의 제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삶과 사명 그 자체이며, 친교인 교회의 구체적 실현이자(43항) 소명이다(72항). 따라서 공동합의성을 교회의 본질적 내지는 구성적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하겠다(1.3.5.6.42.70.116.120항).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삶과 사명을 특징짓는 고유한 방식이다. 이는 … 곧 교회의 본질임을 드러내 준다.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일상적인 생활 방식과 작용 방식 안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한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은 공동체적으로 말씀을 경청하고 성찬을 거행하는 것, 친교의 형제애를 이루는 것, 그리고 하느님 백성 전체가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직무와 역할을 구별하며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고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을 통하여 실현된다”(70항).

 

이처럼 ‘단순한 활동 절차’가 아니라, “교회가 살아가고 활동하는 고유한 형태”(42항)인 공동합의성은 무엇보다도 ‘교회의 여정과 특정 문제들을 식별’하고,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완수하려는 결정과 지침들’을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70항). 이 문서가 공동합의성을 교회의 본질적 차원으로 강조하여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길이자 교회 구성원 전체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사목적 선교적 회심을 위한 길이다

 

이 문서가 삼위일체론, 그리스도론, 성사론, 교회론에 바탕을 둔 신학적 이해 지평에서 공동합의성이 지닌 심오한 상호 관계성과 협력적 의미를 해석해 내고 그로부터 교회의 사목적 선교적 회심으로 초대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심은 무엇보다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진정한 자아실현의 원천’(「복음의 기쁨」, 10항)이요 기쁨으로 삼고, 그 기쁨을 선포하는 제자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에 충실하며, 더 나아가 기존의 태도와 관습과 구조를 쇄신하는 과정으로 이해됨으로써 회심의 주체적 공동체적 구조적 차원이 명료하게 표명된다(104-105항).

 

이는 특히 교회 구성원들이 상호 협력 관계로 변화될 필요성이나 교회 내 다양한 은사들에 대한 합당한 존중, 교회 구성원들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마땅한 인정, 교회의 소통과 의사 결정 구조 쇄신의 필요성으로 표명된다.

 

▶ 공동합의성은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하느님 백성의 친교로 전환하는 길이다

 

공동합의성의 증진은 한국 교회의 맥락에서, 고질적인 성직자 중심주의 문화에서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을 존중하고 복음적 합리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증진하며 평신도들의 주체적 공동체적 참여 의식을 고취시키는 문화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여긴다(57.64.65.73.100항; 「복음의 기쁨」, 102항 참조).

 

성직자 중심주의 극복은 성직자와 평신도의 대립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방적 권위로부터 해방, 성령께 열린 자유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하느님 말씀의 관상자이며 또한 하느님 백성의 관상자’이어야만 한다.”(114항)는 말의 구체적 실현은 성직자 중심주의로부터의 해방이 선사하는 선물이 될 것이며, ‘공동합의적인 교회’(57항)의 진정한 실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문서는 이를 ‘역삼각형’ 교회로 묘사한다.

 

 

한국 교회 내 공동합의성의 적용과 실천

 

▶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의 맥락에서 공동합의성의 실천

 

다른 무엇보다도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이 그 훌륭한 사례로 언급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동시적 변화와 사목 환경의 전국적인 유사성을 고려할 때, 모든 사목 현안을 다룰 수는 없어도 특정한 공통 사목 현안은 전 교구 차원에서 다루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 사회와 삶의 현실에 대한 총체적 통합적인 분석을 통하여 한국 교회가 나아갈 근본 방향을 찾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인 식견과 폭넓은 신학적 해석이 필요한 만큼 전 교구 차원에서 함께 길을 찾는 것도 효율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아시아 교회의 맥락에서 공동합의성의 실천도 소홀히 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특히 아시아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민중들과 연대하고, 아시아 교회의 풍요로운 교회적 사목적 영성적 전망을 공유하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다양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며 연대하는 한국 교회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113항).

 

▶ 교구 내 공동합의성의 실천

 

교구 내 참여 구조를 반영하는 기구들(사제 평의회, 재무 평의회, 참사회, 교구청, 사목 평의회 등)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 적지 않다. 교구마다 환경이 다르겠지만 이러한 논의 기구들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서 공동합의성을 더욱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교구 사목 평의회는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교구 전체의 사목 현안과 과제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에 이 기구의 적극적 전문적 창의적인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81항). 교구 시노드와 관련해서 다양한 분야를 다룰 필요가 있다면 교구의 형편에 따라서 실행하면 되겠지만 중요한 현안 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 본당 내 공동합의성의 실천

 

본당 내 공동합의성의 실천은 한국 교회의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관건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당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신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이 본당의 제반 과제와 현안, 운영에서 공동합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참여 의식 고취와 더불어 본당의 존재 이유인 “신앙과 전례 및 사랑의 공동체로서 그리스도교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생활하는 곳”(「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59조 1항)으로의 실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문서의 지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면 본당은 그야말로 창의적인 신앙 감각이 가장 구체적으로 표명되는 장이 될 것이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가장 직접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문서가 제시하는 바대로 교구 사목 평의회와 본당 사목 평의회의 연결은 교구 내 사목 일치를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해서 보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84항).

 

▶ 한국 사회 내 공동합의성의 실천

 

이 문서가 공동합의성을 교회 내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03.118항). 교회가 세상을 위한 보편적 구원의 성사라고 이해된다면 “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적 삶과 회심, 만남, 연대성, 존경, 대화, 포용, 통합, 감사와 무상성 등의 문화”(118항)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거울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 공동합의성의 구체화로서 조직 운영과 회의 운영의 획기적인 개선

 

공동합의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는 조직과 회의 운영의 획기적인 변화와 쇄신이다. 이 점은 교회의 권위를 수행하는 교회 내 모든 형태의 직무자들(주교, 사제, 평신도, 수도자)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문화가 합리적인 소통 구조와 결정 구조를 위한 조직과 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요청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소통이 보장되지 않은 조직과 회의는 교회의 것으로 기능할 수 없다! 또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비판적이며 그래야 창의적인 의견이 보장된다.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복음의 합리성에 비춰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 김정용 베드로 - 광주대교구 신부. 교구 사목국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9월호, 김정용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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