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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8: 일본교회와 불교의 대화 재해석

55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8-18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8) 일본교회와 불교의 대화 재해석


일본교회, 불교 적응주의 내세웠지만 그 실제엔 대립과 갈등 고조

 

 

16세기 전란에 시달리던 일본 민중은 정토종과 정토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에 의지했다. 유럽 선교사들은 일본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불교와의 대화를 통해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이번 호에서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세훈(토마스 아퀴나스) 상임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당시 선교사들의 불교에 대한 몰이해와 잘못된 타종교에 대한 이해가 일본의 복음화에 어떤 악영향을 줬는지 알아본다.

 

 

에보라 병풍문서와 천주(天主)

 

천주(天主)라는 한자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에서 먼저 사용하였을까? 알레산드로 발리냐노 순찰사가 유럽에 파견한 덴쇼(天正)소년사절단 4명은 1584년 포르투갈 에보라를 거쳐 로마로 갔는데, 소년사절단이 유럽에 선물로 갖고 간 일본병풍이 1902년 에보라에서 파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병풍문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병풍 초배지에 표기된 일본 가나와 한자가 1580~1581년 발리냐노 순찰사가 규슈 붕고 우스키에 설립한 노비샤드와 세미나리오에서 강의 교재로 사용한 가톨릭 교리서의 필사(筆寫)이기 때문이다.

 

병풍문서는 일본과 중국의 가톨릭 포교 역사상 ‘천주’(天主)라는 용어 사용시기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천주’라는 용어는 마테오 리치 신부가 1604년에 출판한 「천주실의」를 연상하고 중국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천주실의」는 마테오 리치가 1595년 자신이 쓴 「천주교의」라는 제목의 논고를 개정한 것으로, 이 「천주교의」의 기초는 루지에리 신부가 1584년 11월에 편찬한 「천주실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루지에리 신부의 「천주실록」과 마테오 리치 신부의 「천주교의」, 「천주실의」는 그들의 스승이었던 발리냐노 순찰사가 1586년 출간한 「일본의 카테키즈모」가 저본(底本)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에보라 병풍문서는 「일본의 카테키즈모」 보다 훨씬 시기가 앞서고, 이 병풍문서에는 천주(天主)라는 표기가 두 번 확인된다.

 

포르투갈 리스본 상 로크 박물관 소장된 안드레 레이노소의 ‘야마구치 영주의 법정에서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일본의 카테키즈모」와 불교 비판

 

발리냐노 순찰사가 리스본에서 라틴어로 출간한 「일본의 카테키즈모」에 나타난 불교 비판에 대해서 살펴보자. 발리냐노의 「일본의 카테키즈모」는 1권 8강, 2권 4강으로 구성된 교리서로, 앞서 지적한 대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위해 자신이 파견한 제자 루지에리 신부나 마테오 리치 신부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

 

발리냐노의 「일본의 카테키즈모」에 나타난 불교 비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사람들이 가르치고 있는 모든 교의는 분명한 허위이고 미망(迷妄)이며, 또 ‘카미’(神)도 ‘호토케’(佛)도 ‘샤카’(釋迦)도 ‘아미타’(阿彌陀)도 현세에만 존재하고, 내세를 지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가르치고 있는 정복(淨福)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1권 제4강) 

 

또 일본 사람들에 의해 연유된 모든 율법은 허위이고 사악하다. 그것에 의해서는 그 어떠한 영혼의 구령(救靈)도 있을 수 없다. 그것들의 숭배자는 단죄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제5강) 발리냐노 순찰사는 석가, 부처, 아미타는 악마의 창조물이고, 인간의 구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단죄하고, 가톨릭 이외의 다른 종교에는 구원의 길이 없다는 확신에서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발리냐노의 일본불교 비판에서 알 수 있듯이, 가톨릭 전래 초기의 교회는 표면적으로 적응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타종교와의 대화, 특히 당시 일본의 지배종교인 불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분명 발리냐노의 적응주의는 수백 년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반면 일본 불교에 대한 오해와 선입관에서 비롯된 모순되거나 단정적인 결론에 치우치는 한계가 엿보인다. 가톨릭 사제로서 아미타불과 일체가 되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었겠지만, 일본 불교신자들이 아미타불을 따름으로서 최소한의 선으로 다가가는 심성과 지향, 인격화된 자연에 대한 애정, 정결해지고 싶다는 의지, 선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적 바람, 평화를 원하는 마음 등 불교의 윤리적 요소를 간과했다. 

 

 

불완전한 불교와의 대화와 시사점

 

발리냐노 순찰사의 선교정책이 지닌 부정적 측면이지만, 이 시기 가톨릭교회는 끊임없이 불교와 대립하고 충돌을 반복했다. 예를 들면 1570년대 중반 그리스도교 영주인 다카야마 우콘(2018년 시복)은 영내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했다. 영주민은 물론 불승들에게도 개종을 강요하고, 불상을 불태우고 사원을 파괴했다. 또 다른 그리스도인 영주인 오오토모 스미타다의 영내에서도 사원이 파괴되고 불상을 강에 떠내려 보내거나 불쏘시개 장작으로 사용했다. 영주 아리마 하루노부가 세례를 받는 신앙의 증거로, 자신의 영지에서 신사와 사찰을 파괴할 것을 명하자, 발리냐노 순찰사는 이를 지지했다. 이러한 일상적인 불성모독 폐불(廢佛) 행위는 대다수 일본 민중에게 가톨릭에 대한 결정적인 반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가톨릭은 일본의 기존 종교적 질서를 파괴하는 외래종교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고, 이것은 후일 대중적인 가톨릭 탄압과 거부의 빌미가 된다. 

 

17세기에 들어서 도쿠가와 막부의 금교령, 그리고 가톨릭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박해를 거치면서 일본교회는 쇠퇴하게 된다. 세계 가톨릭 선교역사에서 탄압과 박해는 오히려 순교가 씨앗이 되어 교회가 번성하는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예외였다. 그 역사적 배경에는 16세기 가톨릭 전래 초기 일본의 지배적인 종교, 즉 불교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대화, 교회와 선교사들의 그릇된 판단과 대응이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문화 속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 결국 16세기 일본교회의 적응주의는 불완전했고, 위로부터의 권력자의 탄압과 아래로부터의 민중의 반감이라는 양면의 공격을 받고, 교회의 기반은 붕괴되고 사라져 갔다.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서양의 일본불교에 대한 오해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서양인에게 일본불교는 일반적으로 신의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불교의 각 종파와 교리, 내실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환상적 분위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는 일본불교가, 동양적인 신비로 받아들여지고, 무신론적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선(禪)불교가 일본불교의 주류라고 잘못 알려진 인식은 교황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로 인한 오해도 생겼다. 즉 교황청은 일본의 불교적인 기도방법이 가톨릭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여기서 말하는 불교적 기도란 좌선을 활용한 명상을 말한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에서 젊은이들에게 뉴에이지 운동의 힐링과 명상이 유행처럼 번져나가자, 교회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유사영성으로 단정하고 경계했던 것이다. 이 또한 일본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불교와의 불완전한 대화가 초래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종교와의 대화는 바로 타종교를 존중하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교회도 일본문화의 저류에 흐르는 일본 사람들의 종교관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16세기 근세 일본의 가톨릭교회와 타종교, 특히 불교와의 대화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다양성의 존중과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현대 교회에도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가톨릭신문, 2019년 8월 18일, 이세훈(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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