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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1) 그리스도인의 탐식 다루기

92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5-21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1) 그리스도인의 탐식 다루기

 

 

탐식이 치욕을 벗다

 

“그 음식점 가 봤어?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해외에서 온 유명한 요리사가 직접 요리해 주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어. 엄청 비싼 데다가 예약 손님들만 받는데 다들 품위가 있어서 딱 우리 분위기더라.”

 

“우와 부럽다. 거기가 어딘데? 나도 가고 싶다.”

 

칠죄종 가운데 탐식은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현대의 문화 안에서 탐식은 치욕이나 죄가 아니라 자부심과 부(富), 풍성함의 대명사가 된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방송에서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부쩍 늘고 있다. 전문 요리사의 요리 경연, 연예인들의 요리 미션, 국내외 음식점을 방문해 요리를 맛보고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이러한 문화를 반영하듯 선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서적은 요리와 다이어트 관련 서적이고,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요리사는 상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는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앙인들의 모임은 자연스럽게 음식과 술을 매개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루어진다. 열심인 신자라 할지라도 탐식을 뉘우쳐야 할 죄로 여겨 고해성사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음식에 대한 절제도 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동기보다는 다이어트나 건강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졌다. 어쩌면 이러한 시대에 탐식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적 교훈보다는 다이어트나 건강과 연결해야만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탐식의 시대를 경험한 그리스도교

 

유다인에게 음식의 풍요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겨져 일찍부터 다양한 종교 축제일이나 전쟁에서의 승리, 손님을 환영할 때 잔치를 여는 풍습이 있었다. 그들은 다양하고 많은 향연을 즐겼지만, 신앙과 종교적 규율을 통해 방탕에 이르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한편, 그리스와 로마 문화 안에서도 음주와 향연은 시민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적극 권장되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철학자로부터 무절제함의 위험성이 강조되었던 것을 보면 음식과 술을 즐기는 것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로마 제국의 전성시대는 향연과 음주에서 자주 절제를 벗어났다. 한가지 예로 향연을 주최하는 이는 손님이 더 많은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구토 용기’를 준비해야 했으며, 자신의 사회적 지휘를 드러내고자 호화로운 음식과 술, 창녀를 동원해야 했다(프랜신 프로즈, 「탐식」, 민음in, 2007, 32-36쪽 참조).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제국 안에서 벌어지는 퇴폐적이고 무절제한 음주와 향연에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초기 그리스도교 교부들과 수도자들은 탐식이 단순히 음식을 먹고 마시는 육적인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영혼의 문제이며 타인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죄임을 강조하게 되었다.

 

 

탐식의 의미

 

칠죄종에서 탐식은 ‘음식이나 술에 대한 무질서한 욕구’로,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나 윤리적 자유를 잃게 하여 인간의 품위를 하락시키는 죄다. 초기 교부들과 수도자들은 탐식이 슬픔과 자기파괴, 타인에 대한 무관심, 영적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주요 악습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칠죄종에서 탐식을 지칭하는 데 사용한 라틴어 ‘굴라’(Gula)는 ‘목구멍’, ‘식도’를 뜻하기도 한다. 비유적으로는 ‘방탕’을 뜻하는데 ‘음식을 급하게 목구멍으로 삼키는 행위’를 뜻하는 ‘글루티레’(gluttire)에서 유래했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는 일부 현대어에 남아 탐식에 대한 당시의 관점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예컨대 ‘대식가’(gourmand)와 ‘미식가’(gourmet)는 어원이 같다.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음식의 과도함을 강조하지만,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음식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이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로 우리의 삶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단어 안에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소개하는 탐식

 

성경에 칠죄종에서 언급한 ‘탐식’을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는 없다. 「성경」에는 ‘탐식’이라는 단어가 일부 사용되었지만 주로 ‘많이 먹는’ 행동이나 사람을 말한다. 한편 성경은 탐식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보다 음식과 술의 양면성을 소개하면서 인간 역사에서 축복과 파멸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하느님의 축복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의 시대를 예언하며 하느님께서 모든 민족들을 위해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의 잔치를 베푸실 것이라고 말한다(이사 25,6 참조). 이러한 사상이 반영되듯 코헬렛은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일은 우리가 기뻐하며, 빵을 먹고 기분 좋게 술을 마시는 것(9,7 참조)이라고 말하면서 음식과 술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으로 소개한다.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성경은 사람의 진정한 살길이 단순히 음식에만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신명기 저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지난날 광야 생활을 언급하며 인간의 진정한 살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신명 8,3). 예수님 또한 광야에서 첫 번째로 만난 빵의 유혹 앞에서 같은 말씀을 인용하시며 유혹을 뿌리치신다(마태 4,1-4 참조).

 

■ 멸망의 표지, 탈선과 폭력, 슬픔과 상처, 병과 죽음의 원인

 

이사야 예언자는 사마리아의 멸망(28장 참조)을 소개하면서 그들을 ‘주정꾼’, ‘술에 빠진 자’와 같은 단어로 표현한다. 특별히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제들과 예언자들 또한 술에 취해 비틀거리게 될 것이라며, 이 모습을 혼란과 멸망의 표지로 소개한다.

 

또 성경의 여러 지혜 문학에서는 음식과 술이 슬픔과 상처의 원인(잠언 23,29-35 참조)이고 다른 이의 권리를 해치게 하며(잠언 31,5 참조), 병과 죽음을 일으킨다고 보았다(집회 37,27-31 참조). 술꾼은 ‘지혜롭지 못한 이’(집회 31,25; 잠언 20,1)와 같은 의미로 지칭된다.

 

■ 가난한 이, 구원에 대한 무관심

 

신약 성경은 음식과 술을 즐기는 것이 자칫 폐쇄적으로 되어 가난한 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소개한다(루카 16,19-31 참조). 가난한 이에 대한 무관심은 나아가 구원에 대한 무관심과도 연결되는데, 예수님께서는 종말(루카 17,20-35 참조)에 관해 말씀하시며, ‘롯의 시대’(창세 7,7 참조)를 언급하신다. 요약하자면, 그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먹고 마시며 살았지만, 그것이 구원을 얻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일상을 사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하느님에 대한 시선을 잃었기 때문이다.

 

■ 우상 숭배

 

바오로 사도는 서간을 통해 탐식을 추구하는 삶은 자신의 배를 하느님으로 섬기는 우상 숭배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필리 3,19; 로마 16,17-18 참조).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5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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