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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

71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3-22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


눈빛과 손짓으로 드리는 미사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에 서울대교구 최초의 청각 장애인 전용 에파타성당이 있다. ‘에파타’(EPHATHA)는 아람어로 ‘열려라’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입과 귀를 열어준 성경의 일화(마르 7,31-35 참조)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울 최초의 청각 장애인 전용 성당

 

에파타성당은 1957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미사를 시작한 이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신자들의 오랜 바람으로, 2019년 8월 25일 봉헌되었다. 대성전과 소성전, 언어 청각 치료실 등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6층(연면적 2,405㎡) 규모이다.

 

기둥이 없는 대성전은 어디서든 제대의 신부와 수어 통역자가 잘 보일 수 있게 입구가 높고 제대 쪽이 낮은 계단식이다. 자막과 수어 통역이 나오는 대형 LED 전광판은 미사에 집중하게 한다. 고해소는 고해성사를 수어로 할 수 있도록 내부 창을 넓혔다.

 

“청각 장애인은 글보다 그림으로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해서, 시각적인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또 무거운 분위기를 싫어해 성당 전체를 밝게 꾸몄습니다. 이곳에서만큼은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각 장애 사제이자 에파타성당 주임인 박민서 신부는 그것을 또 다른 ‘치유’라고 했다.

 

 

예수님의 오상을 상징하는 거대한 돌 제대

 

백색 과테말라산 돌로 만든 에파타성당의 제대는 가로 220센티미터, 세로 100센티미터, 높이 99센티미터 크기로 무게는 7톤이나 된다. 본디 10톤이었는데 안쪽을 파내 3톤을 줄였다.

 

석재 공장을 뒤져 어렵게 찾은 돌을 하나뿐인 귀한 것이라며 절대 팔 수 없다고 했다. 그 마음을 청각 장애인 신부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성당을 짓는 데 쓰려 한다는 말이 움직였다. 무게와 크기 때문에 크레인으로 들여오는 과정도 힘겨웠다.

 

제대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의 다섯 상처, 곧 오상(五傷)이 새겨졌다. 성당 건립 기금 모금 중 만난 캐나다 교포건축가 콜베 씨의 아이디어를 조각가 서정자 씨가 디자인했다. 콜베 씨는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청각 장애인에게 소통의 어려움이 ‘작은 십자가’라고 생각했다.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을 따르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오상’에 담았다. 그런 생각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박 신부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시지만 그것을 기쁨으로 바꾸실 수 있으심을 의미하는 오상입니다.”

 

에파타성당은 주민들은 물론 모든 이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건립에 힘을 보탠 이들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지만, “일반인과 청각 장애인의 벽을 허물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성당을 만들고 싶다.”는 박민서 신부와 에파타성당 신자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들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어도 마음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에파타성당의 오상 제대가 전해 주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청각 장애인들과 청인(일반인)들이 장애·비장애인의 경계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으로 함께 손을 잡고 하느님을 찬미하면, 하느님께서 그런 모습을 보시고 기쁘게 은총의 빛을 비추시리라는 것이다.

 

[경향잡지, 2020년 3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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