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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

67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2-03

[레지오 영성]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

 

 

프랭크 더프는 1951년 수에넨스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로 자기를 지칭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했지만, 1973년 리스본의 대주교에게는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이며 더블린에 있는 콘칠리움의 새로운 부단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하였습니다. 그의 전기를  쓴 피놀라 케네디는 그가 비록 스스로 자신을 창설자로 표현했지만, 마음속으로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는 성모님이라는 생각을 바꾼 적이 없다고 기록하였습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되는 과정에서 프랭크 더프는 중요한 사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를 발견하며, 성모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쓴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신심서적을 우연히 알게 되고 또 우연히 그 책을 구입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을 토론하고 마침내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우연히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이 성장하여 마침내 하나의 단체로 명칭을 정해야 할 시기가 되어 고민하고 있던 1925년 11월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성모님의 성화를 바라보던 그에게 ‘레지오 마리애’라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성 루도비코의 책에 이미 예언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프랭크 더프는 마음속으로 성모님을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로 굳게 확신하면서도 자신을 창설자라고 표현하게 되었을 때, 교회 안의 여러 수도회처럼 자신에게 특별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주장할 의도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가 쓴 교본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참된 신심”의 정신과 이것에 대한 구체적 실천들이며, 카리스마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천에 대한 가르침의 대부분이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의도는 단원들이 사도직 실천을 통해 각자 새롭게 성모님의 현존을 체험하도록 인도하는 발판을 제공하는데 있습니다. 이것은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사도직 활동을 답습하면서 배운 방법, 즉 도제 제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로부터 우리는 프랭크 더프가 스스로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그가 레지오 마리애 최초의 단원으로서 걸어온 길을 다른 모든 단원들이 모범으로 삼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군사로서 프랭크 더프가 성모님의 초대에 어떻게 응답하였는지를 배우려는 마음으로 그가 걸어간 발자취를 항상 주목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성모님이 마련하셨고 지도자도 이미 준비시켜

 

프랭크 더프와 20년 넘게 교류하고 그의 전기를 쓴 로버트 브래드쇼 신부는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 관한 프랭크 더프의 감동을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날 저녁 레지오 제대에 있는 그 성모상의 모습은 프랭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남은 생애 동안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했다. 번개처럼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즉, 새로운 단원들이 함께 모인 후 성모님을 그들과 함께 하도록 초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분이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계셨고 그들을 받아들여서 당신께서 그들에게 봉사하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그들은 단지 한 단체를 만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봉사하기 위해 가고 있었다. 그 성모상은 항상 그들에게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신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으리라. 처음에 이 새 단체는 ‘자비의 모후회’라 불렀다. 그리고 후에 레지오 마리애로 바뀌었다.”

 

단체의 명칭은 바뀌었지만, 최초의 회합에서 이루어졌던 회합 장소의 제대 꾸밈과 회합의 진행 순서 등은 세계 모든 곳에서 진행되는 레지오 회합에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서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는 단원들도 회합 장소에 들어설 때마다 최초의 회합에서 프랭크 더프가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성모님이 초대해 주시고, 성모님이 레지오의 활동에 함께 하신다는 느낌이야 말로 레지오 단원들이 각자의 삶에서도 자신을 통해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손길을 알아보고 투신하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당신의 탄생 전야인 1921년 9월7일 저녁 8시에 최초의 레지오 모임을 여셨을 때  프랭크 더프는 자신이 계획하지 않은 이 모임을 위하여 스스로 준비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만약 이 모임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하려고 했다면, 그는 아마 이때 모인 사람들과 함께 공동 창설자라고 불리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레지오 제대를 최초로 꾸민 알리스 키오프는 스스로 무슨 영감을 받았는지 알지 못했고, 제대의 중앙에 자리 잡은 성모상을 구입했던 조셉 가베트는 이런 모임을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모든 것은 성모님이 마련하셨고, 당신의 군대를 이끌 지도자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시켜 오셨던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맡기시는 역할에 창설자의 마음으로 최선 다해야

 

조셉 가베트는 개신교의 개종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조반센터를 설립하면서 모금한 금액으로 무염시태 성모상을 구입하고, 봉사자들의 모임을 “무염시태회”라고 불렀는데, 조반센터가  그 역할을 끝냄으로써 이 성모상은 레지오의 제대 위로 옮겨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셉 가베트의 오른팔 역할을 한 사람이 프랭크 더프였는데, 그는 빈첸시오회에 가입한 이듬해에 개신교 개종 본부의 활동을 조사하는 일에 지원하면서 그를 만났던 것입니다. 조셉 가베트는 프랭크 더프에게 평신도 사도직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 스승이 되었고,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도직 활동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자기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조셉 가베트를 엘리트 공무원이었던 프랭크 더프가 스승과 모범으로 삼았다는 사실에서 그의 겸손함과 더불어 성모님의 배려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 양성을 위한 도제 제도”는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교본은 평신도 사도직의 모든 일들이 실질적인 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실제로 모범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단원만이 진정한 레지오 단원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프랭크 더프의 생애를 다룬 전기 작가들은 그의 삶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하나같이 빈첸시오회 가입을 지적합니다. 이 사건은 그가 신앙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한정하던 당시의 풍조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는데, 빈첸시오회 가입의 동기는 뜻밖에도 세속적인 것이었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직장 동료인 잭 캘러한으로부터 가입을 권유 받자 그를 존경한 나머지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브래드쇼 신부에게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모임에 참관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고, 곧 서기의 임무를 맡아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 마리애가 물질적이거나 정치적인 분야와는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하지만, 세속적인 동기는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서 레지오 마리애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라는 표현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성모님의 초대에 충실히 응답함으로써 창설자로 인정받게 된 것처럼 다른 단원들도 성모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시는 역할에 창설자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평신도 사도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원 각자가 창설자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병사가 로마를 대표한다는 마음을 가져 강력한 로마군단이 탄생하였듯이, 레지오 단원들도 각자 레지오 마리애를 대표한다는 자세로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레지오 마리애는 충성스러운 성모님의 군단이 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2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상주 가르멜 여자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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