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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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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우리 시대의 선교와 복음화: 특별 전교의 달 제정 이유와 배경

56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2-02

[경향 돋보기 – 우리 시대의 선교와 복음화] ‘특별 전교의 달’ 제정 이유와 배경

 

 

베네딕토 15세 교황의 교서 「가장 위대한 임무」

 

392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의 국교로 선포한 이래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거의 언제나 서구의 정치적 · 군사적 비호를 받아 왔고, 그 안에서 세례받은 이들의 수를 늘려 갔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 유럽의 정복자들이 들어갈 때, 선교사들도 정복자들과 함께, 또는 그들의 앞이나 뒤에서 이른바 ‘신대륙’에 함께 들어갔다(물론 성 앙트완 다블뤼나 성 프란체스카 카브리니와 같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라는 명확한 자의식을 가지고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복음을 전파하고자 목숨까지 내놓았던 이와 다른 선교사도 많이 있었음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서구 열강의 팽창적 식민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가 촉발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1919년 「가장 위대한 임무」라는 교황 교서에서 유럽 중심적이고, 자민족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팽창적 식민주의와 연관되어 있던 선교관이 모든 이의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하는 교회의 선교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쳤다. 또한 선교사들은 선교지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파견되는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6일 아마존 지역을 위한 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 개막 미사 강론에서 선임 교황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의 불은 태우지만 태워 없애지 않습니다. 그 불은 사랑의 불로서 빛과 온기와 생명을 주지만, 세상의 불은 사람들과 문화를 태워 삼킵니다. 얼마나 자주 하느님의 선물이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강요되었는지, 또 얼마나 자주 복음화보다는 식민지화가 자행되었는지! 하느님, 새로운 식민주의 형태들이 불러일으키는 탐욕에서 저희를 지켜 주소서!”

 

 

「가장 위대한 임무」 반포 백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교의 달

 

2017년 10월 전교 주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에게 서한을 보내 「가장 위대한 임무」 반포 100주년을 맞이하여 2019년 10월을 특별 전교의 달로 거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서한에서 교황은 친히 ‘세례받고 파견된 이들: 세상 안에서 선교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특별 전교의 달 주제를 제시하고, 특별 전교의 달 지정에 대해서 “만민 선교 의식을 함양하고 다시금 새로운 열정으로 교회 생활과 사목 활동을 선교적으로 변모시키고 … 모든 신자가 복음 선포에 참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신자 공동체 안에 선교와 복음화의 열정이 자라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이미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은 “교회의 관습과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 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27항)라고 가르친 바 있다. 삼위일체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어 생명을 얻는 교회의 모든 것은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별 전교의 달을 통해 모든 세례받은 교우가 이 ‘가장 위대한 임무’를 다시금 자각하고, 교회의 본성 자체인 선교를 어떻게 하면 오늘날 저마다의 사회 현실 안에서 효과적으로 살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기회이자 ‘선교적 회심’의 계기가 되길 바랐다.

 

 

“밖으로 향하는 교회”와 “증거로 수행되는 복음 전파”

 

그렇다면 세속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본성인 선교 사명을 완수할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교황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밖으로 향하는 교회가 될 것”과 “증거로 복음화를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밖으로 향하는 교회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1일 특별 전교의 달을 시작하는 기도에서 “밖으로 향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그리고 편안히 지내려고 안전한 오아시스를 찾는 교회는 밖으로 향하는 교회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벗어나 그분께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길 때 참으로 온전한 인간이 되며,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역설한다(「복음의 기쁨」, 8항 참조). 자족하는 교회는 생명을 잃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원한 기원이신 성부, 영원히 성부로부터 파견되시는 성자, 영원히 성부와 성자로부터 파견되시는 성령의 모습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자신 안에 매몰되려는 유혹을 이기고, 복음적 새로움에 자기 자신을 개방할 때 하느님의 생명을 누리게 된다.

 

증거로 수행되는 복음 전파 : 오늘날 무차별적 상대주의가 절대 진리의 위치를 탐하는 현실에서 ‘선교’라는 말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그리스도교 신자들 가운데에서도 많은 이가 주님의 명령(마르 16,15 참조)이자 교회의 본성(선교 교령, 2항 참조)인 ‘선교 사명’을 일종의 교세 확장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릇된 편견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교 활동은 신자 수를 늘리려는 숙련된 마케팅이나 선전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한없는 기쁨을 누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다른 이들에게 그 기쁨의 길, 참 인간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을 삶의 증거로 ‘제안’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복음의 기쁨」, 14항 참조).

 

같은 맥락에서 특별 전교의 달 홈페이지에서는 여러 신앙의 증인들과 더불어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선교의 위대한 모범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특별 전교의 달

 

이번 특별 전교의 달 행사 담당 부서인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 전교회는 특별 전교의 달에 교구 또는 전국 차원으로 특별 전교의 달 개막식과 폐막식 마련, 전교의 달의 주제에 초점을 맞춘 철야 기도 주최, 전교주일에 교구 차원의 미사 거행, 성지 순례 장려, 선교사 양성과 선교 사도직 활동 지원 기금 마련 등을 각 지역 교회들과 수도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활동 계획으로 제안했다. 보편 교회의 권고에 따라 한국 교회에서도 각 교구와 수도회 차원에서 이에 따른 다양한 활동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특별 전교의 달이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단순히 한 달 동안 거행되는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필자의 한 가지 구체적인 소망을 남기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은 한국 교회가 앞으로 더 많은 선교 사제들을 사제가 부족한 세계의 각 지역 교회에 파견하는 것이다. 정확히 100년 전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가장 위대한 임무」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본인은 존경하는 열심한 형제 주교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교구 사제와 신학생 안에서 해외 선교를 자원하는 이들의 성소를 열심히 기른다면, 여러분은 가톨릭 종교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에 걸맞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 여러분이 한 선교사를 선교지로 보내 주면,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교구에 유능한 사제들을 더 많이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특별 전교의 달이 거행되는 때에 열리는 ‘아마존 지역을 위한 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 준비 문헌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 각지의 신자들, 특히 남미의 신자들은 심각한 사제 부족으로 성체성사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날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성사를 집전해 줄 목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의 은혜로 풍요로운 사제 성소를 누리고 있는 한국 교회는 이 형제자매들에 대한 형제적 책임감을 느끼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더 많은 선교 사제를 파견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사제를 파견하는 교구에도 큰 영적 사목적 유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한국의 여러 교구의 시노드 문헌을 보면, 많은 교우가 교회 쇄신을 위한 최우선 과제들 가운데 하나로 사제들의 쇄신을 꼽고 있다. 이에 필자는 만일 지금보다 더 많은 사제들이 사제가 부족한 교구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돌아온다면, 사제들의 쇄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출신 교구를 떠나 사목하는 선후배나 동기 선교 사제들을 통해 한국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은 각 지역 교회의 다양한 현실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될 것이며, 익숙하지 않은 사목 현장에서 외국어를 더듬거리며 웃고 울었던 선교 사제들은 교구로 돌아온 뒤에 교구 사제단에 선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가 한국 천주교회가 겪는 주요 어려움으로 성소의 위기, 선교의 위기를 꼽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 교회가 날마다 거행하는 성체성사의 정신, 곧 나눔의 정신에서 점점 멀어지고, 때로는 자기 안에 폐쇄되는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 자족적인 교회가 되어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교회의 위기는 나누지 않는 것의 결과라기보다, 나누지 않는 것 자체가 교회의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명을 나누지 않는 만큼, ‘밖으로 향하는 교회’ ‘세상에 파견된 복음의 증인’이라는 교회의 근본 정체성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복음의 기쁨’을 자신 안에서 생생히 회복하는 길은 자신이 받은 은혜를 이웃들과, 특별히 받은 도움을 갚을 수 없는 이들과 나누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모르는 이들에게 세상 그 어떤 것도 빼앗을 수 없는 기쁨을 주는 신앙을 나눌 때, 우리는 파견된 자의 소명을 살게 되고, 그렇게 하느님의 생명을 더 풍성히 누리게 될 것이다(루카 6,38 참조).

 

* 한현택 아우구스티노 - 대전교구 신부. 2015년 9월부터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근무하며, 스위스 제네바-로잔-프리부륵 교구 한인 공동체 담당 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한현택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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