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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9: 모르면 적이 되고 알면 이웃인 일본

55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9-01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9) 모르면 적이 되고 알면 이웃인 일본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일본사회… 자연 재앙에도 함께 기도”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관한 한국 대법원 판결로 한일관계가 날로 냉랭해지고 있다. 한일 양국의 주교단은 최근 담화문을 통해 양국을 더 잘 이해하고 대결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피데이 도눔’으로 일본교회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 주임 이정윤 신부의 기고를 통해 종교에 대한 일본인의 사고와 양국의 이해 확대를 위한 한일 양국 주교단의 활동을 알아본다.

 

 

일본을 알아야 하는 이유

 

하느님께서는 15년 전 일본을 잘 모르고 싫어했던 나에게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보내주셨다. 일본으로 떠나는 나에게 당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일본에 가서 많이 배우고 프라도회 소속 사제라고 해서 너무 사서 고생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당부했다. ‘알면 병, 모르면 약’이라고 하지만, 모르면 병이 되고 적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왜 일본교회를 알아야 하는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바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일본에 가느냐고 물음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신자도 없고 다 죽어가는 교회에 가느냐고 말리는 사람도 있다. 나도 한때 일본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이끄심에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확고하고도 가난한 마음을 원하셨다. ‘당신의 백성을 위해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저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언제라도 대답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잘 살고 풍요로운 큰 섬나라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모든 백성들이 다 잘 살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도 함께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의 상처와 경제발전의 희생양이 됐던 백성들은 모두 하느님의 백성이다. 일본인의 종교적 심성도 남다르지 않고 평범하다고 볼 수 있다. 신당을 모셔놓은 신사와 아기들을 위해 모셔놓은 아기보살상이 마을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띈다. 이는 어디서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일본 고유의 종교적 신심을 보여준다. 불교 사찰이나 신도의 신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보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오래된 종교뿐만 아니라 신흥종교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만큼 여러 종교와 종파들이 섞여 있는 다종교, 다원주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신흥종교는 테러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옴진리교나 합동 국제 결혼식을 하는 통일교 정도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잡신을 믿고 있는 일본의 종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삶의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잡신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자연종교와 신비종교가 혼합된 민간종교의 힘이 많은 것뿐이다. 물론 지금 일본의 종교들은 박해를 받으며 일본의 풍토에 토착화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7월 12일 일본 불교 승려와 가톨릭 사제가 후쿠시마현 에나항에서 열린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위령제를 함께 지내고 있다. 살레시오회 일본관구 제공.

 

 

일본인들의 종교심성

 

일본에서 상대방의 종교나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서로의 예의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다.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친해진 다음에는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남 앞에서 자신의 종교나 정치적 신념을 쉽게 말하면 문화적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악귀를 쫓아내는 축복식을 하고, 성인이 되어 결혼식을 할 때에는 교회나 성당, 아니면 이런 분위기를 한 장소에서 가짜 신부 주례로 웨딩식을 한다. 물론 일본교회는 비신자들에게도 성당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들은 혼인강좌를 듣고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이수한 다음에 정식으로 성당의 제대 앞에서 사제와 증인들 앞에서 혼인서약을 한다. 신자가 적은 일본교회가 선교의 씨앗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때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사찰 옆에 있는 묘지에 묻히게 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앙인의 시각으로 보면 참 희한하고 어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문화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든 불교 신자든 미신자든 서로의 종교와 신앙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종교는 다르지만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종교인들이기 때문이다.

 

8년 전 일본열도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앞에 문명의 허무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게 되면서, 모든 종교인들과 백성들은 한마음으로 서로 모여 기도한다. 지금도 매월 3월 11일이 오면 함께 모여 추모 기도회를 열고 있다. 일본의 가마쿠라 불교와 에도시대의 발상지인 도쿄 근교 가마쿠라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종교가 밀집된 곳이다. 이 지역의 그리스도인과 불교인, 신도 신자들이 모여 지역 종교인 협의회를 창설해 매년 돌아가면서 함께 성당이나 사찰, 신사에 모여 같이 희생자들의 추모와 피해지 복구를 기원하며, 기도의 연대를 통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대표적인 종교 신심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려는 그리스도인과 함께 차별받고 인간 존엄을 위협받는 원주민과 한센병 환자 등을 위해 지금도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머리를 모아 고민하고 연대해 나가고 있다.

 

 

한·일 교회 이해 폭 넓히는 한일주교교류모임 

 

올해로 24년째 진행되고 있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은 양국 공통의 역사 인식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시작됐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양국 주교단의 노력에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대립과 혐오, 비난과 증오 등으로 평탄치 않았다. 하지만 양국 교회 안에서는 많은 발전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과거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이었던 일본의 하마오 후미오 추기경은 로마에 거주하면서도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했다. 휴가로 일본에 왔던 하마오 추기경은 한국어가 어렵다며 나에게 가끔 물어보기도 했다. 어느날 나는 하마오 추기경에게 “추기경님, 이 늦은 나이에 어떻게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셨나요?”라고 물었다. 하마오 추기경은 “예전에는 한국 주교님들 중에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주교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요즘 젊은 주교들이 일본어를 몰라서 나라도 한국어를 좀 배워 젊은 주교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어 배우는 것”이라고 답했다. 

 

너무나 놀라운 발상이 아닌가? 한국의 젊은 주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더 많은 양국 교회의 교류와 아시아교회의 연대와 이해를 위해 이렇게 70대에도 만학도가 되시다니.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은 양국의 사회와 교회를 더 폭 넓게 이해하고 나누기 위해 바쁜 일정에도 매년 한 번씩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참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특히 양국 주교들은 아시아교회의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왜곡된 역사, 갈라진 민족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금도 함께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1일, 이정윤 신부(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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