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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우리 시대의 선교와 복음화: 현대 교회의 상황과 선교 복음화 개념의 변화

56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2-02

[경향 돋보기 – 우리 시대의 선교와 복음화] 현대 교회의 상황과 ‘선교’ ‘복음화’ 개념의 변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은 선교 · 복음화이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사명을 주시는 장면이 나온다. 곧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고(마르 16,15 참조),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는 것(마태 28,19-20 참조)이다. 또한 제자들은 나아가서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3 참조). 교회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 역사가 바로 선교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실천하고자 노력해 왔다.

 

선교 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초세기를 제외하고 중세와 근대에는 수도자 성직자 중심의 선교 활동이 이루어졌다, 세속 정치의 도움으로 교회를 확장하였고, 내세에서의 영혼 구원을 선교의 일차 목적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사회 약자를 돕기 위한 활동은 자선 수준에 머물렀고,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간 발전과 해방, 존엄성의 수호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오히려 교회의 확장을 위해,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도외시하고 세상의 지혜와 타협한 적도 있으며(노예 제도, 차별과 착취-식민 선교), 인간의 역사를 선도하기보다 흡수되어 만민 평등의 형제적 사랑보다 위계적 힘의 질서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종족과 민족, 언어와 문화, 종교들을 만날 때,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특정 지역(로마-그리스) 문화를 우월시하였고, 다른 민족의 문화와 종교를 열등한 이방인의 것으로 대하였다. 비록 당시 교회가 지역 문화에 적응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상과 현실의 격차로 실행이 부족했다. 이는 긴 안목에서 볼 때 선교의 장애가 되었고, 교회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면 오늘날의 선교는 어떤 상황일까? 복음이 온 세상 모든 곳에 선포되었다는 공간적 차원의 선교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 보고서(2015 Pew 통계)에 따르면 인류의 31.3%가 그리스도교 신자(천주교 17.6%, 개신교 13.7%)이고, 이슬람교 24.1%, 힌두교 15.1%, 불교 6.6%, 민간 종교 5.7%, 유다교 0.2%, 그리고 아무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 16% 등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신생 독립 국가들이 탄생하였고, 젊은 교회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교회는 급속하게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겨난다. 다른 종교와 문화에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 세상의 곳곳에는 지역 교회가 존재하고, 이들이 자기 관할 지역의 선교 활동에 책임진다면 굳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 선교할 필요가 있는가? 과학 문명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가치관이 달라진 이 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 인간의 구원은 현세의 삶과 상관없는 내세에서의 영혼 구원을 위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답은 오늘날 선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고, 지난날의 선교 역사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 공의회와 그 이후 50년 동안 선교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선교 개념의 확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인류 구원을 위해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교로부터 파견된 존재임을 깨달았다(교회 헌장, 1항 참조). 그 이전까지 선교 목적이 교회 확장에 집중되었다면, 공의회는 교회 확장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선교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교회가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었다면, 세례를 통해 교회의 일원이 된 평신도들 또한 선교 사명을 부여받는다(선교 교령, 2항 참조), 이는 바로 공동체로서 선교 활동에 참여했던 초대 교회의 특징이었다.

 

이런 초대 교회의 선교 활동을 회복하고자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선교의 동기가 그리스도의 파견에서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전환되었고, 선교의 목적이 영혼 구원과 더불어 현세 질서 안에 하느님 나라의 구현으로 확장되었다. 지난날의 선교가 주로 성직자와 수도자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은 평신도(수도자)와 성직자의 상호 협력을 필요로 한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교회와 젊은 교회가 모녀 관계에서 자매적 관계로 변하면서, 각 대륙의 지역 교회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교 방법을 성찰하고, 지역 교회들 간에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의 나눔을 통한 선교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복음 선교 방법으로 독백이 아닌 대화(문화와 대화,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대화, 종교 간의 대화)의 중요성이 제시되었다

 

 

바오로 6세 교황 「현대의 복음 선교」(1975년) : ‘복음화’

 

과거 식민 선교의 이미지를 지닌 ‘선교’라는 용어보다 인류의 내부로부터 변혁(18항)을 지칭하는 ‘복음화’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교회 안과 밖에서의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다섯 가지 차원의 활동을 뜻한다. ① 교회적 : 회개와 세례를 통한 교회 건설, 신자들과 교회에서 멀어진 이들을 돌보면서 생동하는 교회를 만드는 것 ② 인간학적 :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인간의 해방-발전을 위한 활동 ③ 사회학적 : 인간 삶의 현장,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안에서 공동선, 사회 정의와 공정한 분배의 구현,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의 구조 변화를 위한 노력 ④ 문화적 : 복음의 빛으로 세상 문화의 도덕적 가치를 정화하고 승화하려는 노력 ⑤ 범세계적 : 인류 평화와 정의, 국가 간의 올바른 부의 분배, 연대와 발전 협력,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 복음화의 방법으로 대화와 토착화 또한 재차 강조되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회의 선교 사명」(1990년)과 베네딕토 16세 : ‘새로운 복음화’

 

복음화가 교회의 고유한 은총이고 소명이며, 교회의 가장 깊은 본성임을 강조하였고, 1990년 외방 선교를 담당하던 포교성성(1622년)을 ‘인류복음화성’으로 개명했다. 복음화의 장을 세 가지로, 곧 신앙의 부재, 신앙의 현존, 신앙의 미약이나 상실에 빠져 있는 상황들로 구분하였다(33.34항 참조). 그리하여 마지막 부류에 속한 이들을 위해 ‘새로운 복음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이런 상황은 전통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젊은 교회에 속하는 한국 천주교회에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인과 교회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현상, 새로운 사조를 따르는 사회, 문화, 현대의 아레오파고스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신앙의 감수성을 가지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술과 방법, 심리적 자세로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개인과 교회가 ‘재복음화’ 되어 성령 강림의 경험을 재발견하고, 엠마오의 길에서 제자들이 체험한 뜨거운 감동을 느끼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 다음 세상의 국경과 정치, 경제 체제는 물론 문화와 문명과 발전의 광대한 영역에 나아가 복음을 전하고 증거(「평신도 그리스도인」, 35항 참조)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 구조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두 교황은 그 가능성을 평신도 선교에서 보았다. 따라서 평신도 스스로가 선교 단체를 조직하고, 전문적 능력으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활동에 투신하도록 장려하고 지지했으며, 이들의 여정을 동반해 주었다. 이 시대 서구에는 수많은 교회 운동과 새로운 공동체가 태동하였고, 오늘날까지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교적 교회의 회복

 

「복음의 기쁨」에 선교적인 공동체로 거듭나는 방법을 명시하였다. “교회는 자신의 관습과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구조가 자기 보전을 위하기보다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27항)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생생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세상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주는 야전 병원과 같은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교회가 야전 병원이라면, 신자들 개인은 야전 병원의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위험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교회의 안팎에서 복음화를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제를 만드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보다, 문제를 일으키고 여기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방법을 찾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현대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신앙의 감수성, 창조적인 활동에 열린 마음, 함께 식별하고 결정하는 교회 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선교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 - 단순함, 진정성, 열정

 

세상의 복음화, 교회의 재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현대 세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선교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키워드로, 단순함, 진정성, 열정을 제안하고 싶다. 이를 통해 신앙과 삶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현장에 있는 평신도들이 교회의 격려와 지지를 받으며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가능해질 것이다. 그 열매로 현대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실천이 어렵지 않은 언어로 자신의 신앙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 이현숙 아가타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현재 수원 하상신학원에서 선교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위원이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이현숙 아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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