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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6일 (금)부활 제4주간 금요일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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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170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1-06

[알아볼까요]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3주 전 미얀마 중부의 바간(Bagan)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아시아의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우리 단체와 작은형제회JPIC에 의해 아시아의 기후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목격하기 위한 기후여정(Climate Journey)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미얀마를 선정한 이유는 저먼 워치(German Watch)라는 독일단체가 매년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선정하는데, 미얀마는 항상 선두 그룹을 차지하곤 했기 때문이다.

 

중부지역에 위치한 바간은 미얀마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역 가운데 하나로서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그런데 연중 강수량이 2500mm가 넘는 미얀마의 다른 해안 지역과 달리, 바간이 위치한 중부 지역의 총 강수량은 130m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고 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그래서 바간이 위치한 중부는 건조지역(Dry Zone)이라고 불리며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양곤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여정팀은 바간으로 이동하였다. 우리가 방문한 짜욱단 마을은 한국의 국제개발협력NGO 푸른아시아가 2013년부터 지원활동을 해온 곳이다. 마을은, 들어가는 초입부터 드물게 서있는 관목들 사이로, 보기에도 습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땅이 드러나 있고, 그 메마른 땅에서 흩어져 나온 누런 흙먼지들이 나무와 풀들을 덮고 있었다.

 

한국과 미얀마 왕복 비행기, 미얀마 국내선 비행기 이용으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상쇄시키기 위해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뒷산으로 이동해 70여 그루의 망고나무를 심었다. 땀이 비 오듯 했던 나무 심기가 고되었을 법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우리의 미얀마 여정 중에서 가장 값진 체험으로 기억했다.

 

마을의 가장 연로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40~50년 전에는 마을 앞에 개울이 흘렀고 숲도 울창했다. 멱을 감을 정도로 개울의 물은 맑고 풍부했다. 그런 개울과 울창한 숲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어르신들은 더운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고 말했다. 우기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니 겨울이 되었는데도 비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이어져 언제 파종하고 언제 농작물을 수확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마침 막 겨울이 시작되었는데도 바간에는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했다.

 

마을의 식수원인 개울이 사라지자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큰 곤란을 겪게 되었다. 마을 뒤편에 있는 작은 저수지가 있지만 우기에 내린 비의 양이 많지 않은데다 건기가 되면 물이 흙탕물이 되었다. 지하수의 염분 농도가 높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흙탕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물 없이는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으니, 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소중한 자원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기후위기는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의 이주를 낳고 안보까지 위협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농업에서도 물은 필수적이다. 오랜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2014년 방문했던 미얀마 중부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10년 째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했다.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자 마을 주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져, 한 집 당 1명은 대도시로 또는 이주노동자가 되어 해외로 떠났는데 그 수는 1천 명의 주민 가운데 200명이나 되었다. 삶의 터전인 고향과 고국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개발도상국,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정당한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만약 우리가 그러한 처지에 놓였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를 겪는 곳이 비단 미얀마의 바간 지역만은 아니다. 지난 해 외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인 인도에서만 기후위기로 인해서 매년 평균 6만여 명의 농민들이 자살한다고 보도했다. 오랜 가뭄과 물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다. 미얀마와 인도 외에도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물 부족 외에도 더 강력해진 태풍과 홍수, 해수면 상승, 과도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다의 산성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세상의 취약한 이들이 생존의 위협을 겪는다. 다큐멘터리 ‘지구의 수호자들’에서 태평양의 섬, 마셜군도 정부의 기후협상 대표단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는 “우리에게 시간은 사치다. 오늘밤 당장 파도가 우리를 덮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더 기다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기후위기는 이처럼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의 이주를 발생시키며, 안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UN은 지난해 기후변화 때문에 고향을 등진 인구가 전 세계 1천7백만 명이라고 보고했다. 세계은행은 2050년이면 이 숫자가 1억4천3백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5년 파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했지만 각국이 내놓은 감축목표는 2100년 이전에 지구의 평균기온을 2.7~3.3도까지 증가시킬 위험이 높다. 선진국의 보다 과감한 에너지 전환, 기후위기로 피해를 겪는 기후취약국에 대한 재정과 기술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진국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해서 2012년부터 매년 약 1천억 달러를 모금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GCF가 모금한 금액은 겨우 100억 달러를 넘어섰을 뿐이다.

 

 

기후위기는 인간 탐욕의 결과이며 인간의 위기

 

오늘날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통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려온 선진국들이다. 반면, 기후위기로 인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미얀마의 바간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처럼 가난하고 취약한 나라의 주민들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후위기의 부정의와 불공평함을 보여준다.

 

올해 5월 호주의 한 군사관련 연구소는 2050년이 되기 전에 인류문명이 붕괴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소의 진단처럼 이제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기후붕괴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후위기의 원인과 현상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탐욕과 이것이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제도화된 결과이며 단지 시스템의 위기만이 아니라 인간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위기는 인류가 마주한 위기의 한 부분일 뿐이지만, 이 위기를 통해서 인간이 마주한 전체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종교적인 통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인구의 85%가 종교를 신앙하고 있으며, 모든 종교기관과 종교인들이 그러했던 것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왔던 이들 대부분이 종교인들이었다. 1945년 2차 대전 이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취약한 나라에서 주민들의 기아와 빈곤해소를 도왔던 단체들 대부분이 종교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하다. 현재까지 이어온 종교의 이러한 활동 경험과 더불어 각 종교가 제시한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점, 그리고 사랑과 자비의 윤리는,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인류의 위기를,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관점에서 해결할 힘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톨릭교회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시한 가르침만으로도 이 위기를 성찰하고, 대안을 만들어가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가톨릭 평신도들이 이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정의롭고 윤리적인 기후대응 운동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월호,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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