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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5: 공동합의성의 실험과 FABC의 미래

47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6-10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5) 공동합의성의 실험과 FABC의 미래


“가난한 교회 향한 ‘공동합의적 모습’ 되살려야”

 

 

- 2013년 필리핀 세부 한 도로변에서 배고픔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가는 ‘시노드로서의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드로서의 교회’와 ‘공동합의성’의 정신이 어떻게 아시아 차원에서 더 작게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 FABC) 수준에서 ‘하느님의 백성’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전체가 어떠한 모습으로 참여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공동합의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을 시작하면서부터 ‘출발하는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 ‘야전 병원’으로서의 교회 등 ‘새로운 교회상’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용어를 유행시켜 왔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함께 걷는 여정’으로서의 시노드 또는 ‘시노드로서의 교회’(synodal Church), 또 그 과정에서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평등한 ‘친교의 공동체’로서의 합리적 교회상을 제시했다. 

 

전임 교황들도 시노드를 개최해왔지만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짧은 기간 동안 가정과 관련해 이미 두 번의 주교시노드를 열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청년을 주제로, 또 2019년 10월에는 범아마존 생태계 및 그 지역 토착민 문제를 주제로 주교시노드를 개최한다. 교황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가 “교회와 시노드는 같은 말”이라고 한 것을 인용하며 하느님 백성 모두가 그리스도를 향한 ‘함께 걷는 여정’이 교회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이들보다 높을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을 낮추어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함께 걷는 여정으로서의 공동합의성이 단지 결정을 누가 하느냐보다 진지하고 세세한 합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합의과정의 진정성이 확립되면 그 결정에는 논의과정에 참여한 의들의 의견이 당연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인다.

 

 

FABC와 공동합의성의 실험 

 

FABC는 ‘인간발전사무국’(Office of Human Development, OHD)을 비롯해 ‘교회 일치 및 종교간대화사무국’(OEIA), 평신도 가정사무국(OLF), 복음화국(OE) 등 9개 사무국과 중앙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사무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각국의 주교들을 대상으로 연수회를 개최하여 아시아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이를 정치경제학적으로 또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한 뒤 신학적 성찰을 통해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사목적 순환’(pastoral spiral)이라고 부르는 실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FABC 사무국들은 여러 연수회를 진행해왔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온 인간발전사무국의 ‘사회행동 주교연수회’(Bishops’ Institute for Social Action, BISA)는 1970~90년대 초반까지 7차에 걸쳐 여러 나라의 수많은 주교들이 참석했고 이어서 2011년 8차 BISA가 열리기도 했다. 

 

‘공동합의성’과 관련해 인간발전사무국이 주교연수회와의 연계 속에서 추진해 나갔던 ‘아시아 사회사목연수회’(Asian Institute for Social Action, AISA)에 대해 살펴보자. AISA는 1987~1992년 7차에 걸쳐 시행됐다. 제1차는 1987년 8월 필리핀의 안티폴로에서 ‘노동과 가난한 교회’를 주제로 열렸고 제2차는 1989년 1월 마카오에서 ‘가난한 교회가 되기’의 또 다른 노력으로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개최됐다. 제3차 AISA는 ‘도시의 가난한 이, 특히 도시빈민과 함께 하는 교회’를 주제로 1989년 9월 서울에서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가난한 이에 대한 열린 교회로 바뀌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며 행사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AISA 준비실행위원회 위원장이던 강우일 주교는 “서울대교구는 FABC-OHD로부터 서울에서의 연수회 개최에 대한 요청을 받고 숙고한 결과, 대교구의 발전지향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고 제3차 아시아 사회사목연수회(AISA III)를 주최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AISA는 단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여러 번 강조되었습니다… 아시아 민중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난의 문제를 그리스도인의 고통으로서 동참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이 움직임은 지금까지 아시아 각국의 교회가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하는 커다란 영감을 주어왔습니다. 진정 아시아교회로 하여금 가난한 이의 교회가 되게 하려는 성령의 움직임은 강력한 것이었습니다.”(「제3차 아시아 사회사목연수회 보고서」 1989년 9월 25일~10월 2일, 서울대교구)

 

강 주교는 AISA가 갑작스럽게 계획된 행사가 아니라 이미 7차에 걸쳐 정의와 평화 같은 사회 문제에 관한 아시아 주교들의 연수회(BISA)를 추진해왔으며 이것이 주교뿐만 아니라 “빈민현장과 각 본당에서 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애써 온 여러 사람들”이 AISA의 이름 아래 협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곧 ‘함께 하는 여정’으로서 AISA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차원에서 이미 ‘공동합의적 교회’의 씨가 뿌려진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지 1989년 10월 15일자 2면에 보도된 제3차 아시아 사회사목연수회 기사.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목방향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FABC와 아시아 교회의 미래

 

1989년 서울에서 열렸던 AISA가 제안한 ‘가난한 이의 교회되기’가 서울대교구의 발전방향과 일치하며 그렇기에 3차 연수회를 한국교회에서 치렀다는 사실은, 불행하게도 정확히 한 세대인 30년이 지난 2019년 오늘의 시점에서 보건대 마치 남의 나라 얘기하는 것처럼 너무도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현재도 ‘가난한 이의 교회’를 말하고 있지만 말에서 그칠 뿐 1989년 AISA 당시의 열정도, 또 교구와 본당으로까지 사목적 실천을 확산시켜 내려고 애썼던 때와는 몹시도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전혀 가난하지 않고, 오히려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듯한 교회의 태도에서 교회 안팎의 많은 사람들이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FABC의 프로젝트인 주교연수 BISA와 더불어 ‘공동합의적 교회’의 모습을 사목적으로 담아내려 힘썼던 AISA야말로 오늘에 다시 살려내야 할 매우 소중한 아시아 교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FABC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공동의 사목’ 또는 ‘함께 하는 여정’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복음화의 문제도 여기서 크게 멀지 않다. ‘새 복음화’를 거의 전적으로 ‘말씀 선포’에 한정했다고 지적받는 교황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다르마트마자 추기경은 새 복음화란 아시아 지역 교회들이 “아시아의 얼굴을 되찾는 것이며 가난한 이들에게 의미 깊은 과정이어야 한다”고 이해한다. 그는 “복음화는 예수님이 주님임을 명시적으로 선포하지 않고서는 복음화는 있을 수 없다”는 「아시아 교회」의 단언을 긍정하면서도, 아시아에서는 가난한 이와 다원적 종교문화적 삶을 떠나서는 불가능하다고 응답한다. 이는 복음화의 아시아적 방법으로서 ‘아시아의 영혼에 복음 속삭이기’(Whispering the Gospel to the soul of Asia)를 제창한 인도 북부 구와하티대교구의 토마스 메남파람필 대주교의 슬기와 지혜가 번득이는 단 한 문장으로도 집약된다. 이는 지금까지 말해온 FABC의 삼중대화가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를 잘 보여주며, 나아가 이를 ‘공동합의성’에 입각해 추구해 나가는 길이야말로 리더십을 포함해 여러 면에서 후퇴하고 있는 FABC가 풀어야 할 절실하고 급박한 과제라고 보인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9일, 황경훈(우리신학연구소 소장 ·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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