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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특별기고 - 아시아의 흙 속에서 움트는 복음의 씨앗

56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1-05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특별기고 - 아시아의 흙 속에서 움트는 복음의 씨앗


아시아 복음화의 가장 효과적인 길은 ‘대화’

 

 

2020년 새해를 맞아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에 관한 신학적 전망을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 박 신부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 전문신학위원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제9대(2014-2020)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지난 2019년 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FABC 특별회의에서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맨 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아시아 주교 및 신학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준양 신부 제공.

 

 

국제신학위원회(International Theological Commission)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실로서 1969년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설립되었다. 필자는 2019년 11월 26-29일에 개최된 국제신학위원회 총회 및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이번 전체회의는 제9대 위원회 활동의 정점이기도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그 직전에 태국 및 일본 방문을 막 마치고 오신 교황님께서는 여독과 시차 속에서도 활력 있는 모습과 환한 미소로 국제신학위원들을 맞아주셨다. 교황님께서는 제9대 국제신학위원들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문헌을 작성해 출간한 것에 대해 특히 고마움을 표시하셨다. 사실, ‘공동합의성’(Synodalitas)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어느덧 현대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필자는 신앙교리위원회 동료들과 함께 번역한 그 한글판 문헌을 교황님 개별 알현 시에 선물로 드렸다.

 

한마디로, ‘공동합의성’이란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 백성이 친교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가리키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기회를 통해서 ‘공동합의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는데, 보편교회의 순례 여정 안에서 지역교회들의 고유성이 보다 잘 드러나야만 한다는 것도 그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교황은 최근에 특히 아시아교회의 중요성과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지난 12월 8일 필리핀의 마닐라대교구장이며 국제 카리타스 의장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에 임명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필자는 FABC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14년 국제신학위원으로 임명되었기에, 국제신학위원회 회의에서 무엇보다도 아시아교회의 목소리와 신학적 전망을 전달해 반영시키는 데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 동시에, 국제신학위원회의 작업을 FABC 신학위원회에 소개해 연결하고자 또한 노력하였다. 사실, 국제신학위원회와 FABC 신학위원회의 작업에는 방법론적으로 차이가 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전통적 신학 방법론에 입각해 작업을 진행해나가는 데에 비해서, FABC 신학위원회는 아시아의 현실과 맥락에 대한 복음적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 타글레 추기경은 그동안 FABC 신학위원회를 위원장으로서 이끌며 아시아교회의 신학적 전망 형성과 방향 정립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 2018년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FABC 신학위원회 회의 중 박준양 신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준양 신부 제공.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의 복음화가 복음적 대화로부터 시작됨을 늘 강조한다. 아시아의 지역교회들은 FABC 차원의 협력과 활동으로 축적된 경험과 논의를 통해, 아시아 복음화의 가장 효과적인 길은 ‘대화’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아시아 대륙은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역사와 사회 상황에서 빈곤, 전쟁, 식민 지배의 경험 등과 같은 공통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다양성과 공통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많은 대화로써 이해하며 깊은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한 ‘삼중 대화’ 개념이다. 특히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제5차 FABC 총회를 통해 이 원칙이 분명하게 천명되었다. 즉, 아시아의 복음화는 단지 신자 수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및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세계종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삼중 대화는 방법론적 수단을 넘어 아시아에서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과의 깊은 연대이고, 토착화된 아시아 지역교회의 아름다운 열매이며 또한 그 존재 양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시아 신학은 종교-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가난과 고통이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아시아 민족들의 삶을 대화로써 공감하고 복음의 빛에 입각해 해석하는 시각과 전망들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타글레 추기경은 논리적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서구 철학적 전개보다는,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가 아시아에서 더 효과적인 신학적 담화라고 주장한다. 예수님의 이야기(스토리)는 한마디로 ‘참 하느님이 참 인간이 되신 이야기’이다. 이에 대한 증언은 교회의 가시적 경계를 넘어서 모든 보편적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구원적 서사(내러티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아시아 신학은 변화하는 아시아 대륙의 맥락에 따라 새로운 성찰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는 여전히 지속되지만, 과거와 달리 난민과 이주(migration)의 문제가 새로운 성찰 요소로서 통합되어야 한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강조하듯이, 최근 아시아의 가난하고 어려운 지역에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특히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아시아 문화와의 대화에서도 새로운 성찰 요소들이 등장한다. 아시아의 전통문화 가치가 점차 간과되거나 상실되는 상황 속에서 급격하게 서구화, 산업화, 정보화, 상대주의화 되어가는 사회적 흐름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종교와의 대화 역시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횡행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그리스도교계 신흥종파들이 급격히 부상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삼중 대화에서 이처럼 새로운 요소들에 대한 성찰과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

 

FABC 신학위원회 문헌들을 모은 책이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Sprouts of Theology from the Asian Soil, Bangalore, 2007)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겸손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험블’(humble)은 어원적으로 ‘흙’을 가리키는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한다. 즉, 아시아의 토양(humus)에서 비참한 인간 본성을 취해 육화하신 겸손한(humble) 모습이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제 창조주 그리스도께서 뿌리신 말씀의 씨앗들이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터나고 있다. 마치 아기 예수님이 구원의 신비를 향해 성장해나가듯이, 그 말씀의 씨앗들도 점차 자라나게 될 것이다. 이제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의 인도를 따라 말씀의 씨앗들을 찾아내고 꽃피우게 도우며 아시아의 땅에서 역동적으로 복음을 증언하게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0년 1월 5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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