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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칼럼: 파이란

119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2-22

[영화 칼럼] 파이란

 

 

영화 <파이란>은 개봉한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한국 영화 걸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이강재는 배 한 척 살 돈 벌어오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고향을 떠나 건달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청소년들에게 불법 비디오를 팔고, 동네 구멍가게를 협박하여 자릿세나 뜯어내는 그야말로 한심한 삼류 건달 처지일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강재를 찾아와 아내 사망 소식을 전해줍니다. 아내의 이름은 ‘백란’.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파이란’입니다. 그런데 강재는 중국인 아내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거기에는 나름 까닭이 있습니다.

 

파이란은 어머니가 죽고 난 후 그녀의 유일한 친척을 찾아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친척은 이미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난 후였습니다. 갈 곳이 없게 된 파이란이 당장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여권의 체류 기간이 짧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소개소에서 제안한 방법이 위장 결혼이었고, 돈을 받고 일면식도 없는 파이란의 호적상 남편이 된 사람이 바로 강재였습니다.

 

파이란은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작은 어촌에 있는 세탁소에서 힙겹게 보금자리를 잡습니다. 진심으로 강재를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파이란은 혼인신고 서류에 붙어 있는 강재의 사진을 바라보며 남편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남편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그나마 평화롭던 파이란의 일상도 잠시, 그동안 잠잠했던 기침병이 다시 도지고, 치료비를 구할 수 없었던 파이란은 결국 외롭게 죽어갑니다.

 

난데없이 아내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게 된 강재는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파이란의 유품 중 강재에게 쓴 편지 한 장을 보게 됩니다. 편지에는 결혼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이 서툰 한글로 적혀있었습니다. 그 순간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강재의 마음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따스한 온기가 한 줄기 햇살처럼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러자 강재의 영혼에 신비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강재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버린 아내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파이란의 유골함을 들고 바닷가 방파제에 앉아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고 나서 오열하기 시작합니다. 강재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온 따듯한 온기는 강재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아본 진심 어린 감사와 그리움과 사랑이었습니다. 파이란의 순수한 사랑은 그동안 강재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강재를 깨웠던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람에게는 세 가지 ‘자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자기’는 남이 아는 자기이며, 두 번째 ‘자기’는 남들은 모르지만 내가 아는 ‘자기’이고, 마지막 ‘자기’는 자기도 모르는, 오직 하느님만 아는 ‘자기’라고 합니다. 세 가지 ‘자기’ 가운데 진실 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기’는 본인은 모르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을 닮은 자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사상가는 인생이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참다운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엔딩은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남들이 알고 있는 삼류 건달 강재로 보자면 처참한 비극이지만, 하느님이 아는 강재로서는 참다운 자기를 찾은 후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2019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서울주보 5면, 최종태 베드로(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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