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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3: 평화 없이 되는 게 있을까요

54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1-05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3) 평화 없이 되는 게 있을까요


온 인류가 오순도순 형제애 나누며 평화롭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4월 평화협정을 맺은 남수단 정치 지도자들을 바티칸으로 초대해 피정을 함께 한 뒤 무릎을 꿇고 그들 발에 입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이들에게 “제가 형제로서 부탁합니다. 평화 안에 머무르십시오”라고 호소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월 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세계만방에 평화의 메시지를 반포하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합니다. 2020년의 메시지는 ‘평화, 희망의 여정: 대화, 화해, 생태적 회심’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 평화의 날인 1월 1일 오전 10시 교황청 외교단을 모두 초대한 가운데 세계 평화의 날 미사를 집전,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세계 평화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새해 벽두의 평화 미사는 바오로 6세 교황님이 1968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한 이후 교황청의 관례가 되었습니다. 교황님은 ‘평화의 사도’로서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사목활동을 펼칩니다.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무엇일까

 

예수님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 믿음? 사실 이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본질적으로 경중의 차이가 없는데다, 모든 가르침이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동시에 ‘완전한 인간’이셨던 예수님의 고민을 좀 더 깊이 묵상해 보는 차원에서 어리석은 질문을 하나 던져 봤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인간 예수’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가장 간절한 소망은 평화가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 봅니다.

 

예수님에게 사랑이나 믿음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평화를 이야기한 이유는 그것이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없는 상태에서도 사랑이나 믿음은 가능합니다. 혹독한 박해 시절에도 사랑과 믿음이 있었고, 그것은 평화 시절보다 더 순수하고 더 거룩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그 믿음은 큰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처량하고 처연한 사랑이고 믿음이었습니다.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백성들이 평화 속에서 사랑과 믿음을 실천하며 살기를 소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예수님의 평화를 묵상할 때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곤 합니다. 여러 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가 임종할 때 그들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당부 말씀은 무엇일까요. “돈 많이 벌어 부자 되어라”, “승진 빨리해서 출세해라” 이런 말일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는 자신이 낳은 자녀들의 손을 꼭 잡고 “사이좋게 오순도순 살아야 한다!”라고 당부할 것입니다. 형제끼리 싸우지 말고, 서로 양보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라는 유언이겠지요.

 

 

인종 언어 문화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

 

하느님의 자녀가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역사와 문화가 다른 민족이 수없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대표하는 12명의 사도에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평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수난 후 부활하시어 제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첫 마디가 ‘평화’였습니다. 요한복음은 당시 상황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실감 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요한 20,19) 예수님은 사목 활동의 지침으로도 평화를 강조하셨습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5)

 

평화가 무엇일까요? 너무 거창하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형제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며 오순도순 사는 것 아닐까 합니다. 바로 형제애(fraternity)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취임 후 발표한 첫 평화 메시지(2014년)에서 형제애를 내세웠습니다. “형제애는 인간성의 핵심이며 평화의 기초이다. 우리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명한 자각이야말로 서로를 존중하며 친형과 친동생으로 혹은 친누이로 대하도록 한다.”

 

평화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화 없이 되는 게 있을까요? 사랑이나 믿음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개인의 문제입니다. 본인 스스로 마음먹고, 실천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평화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입니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과 대화해야 하고, 설득해야 가능합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문제입니까. 개인 간이나, 민족(국가) 간이나 말입니다. 예수님이 왜 그토록 간절하게 평화를 이야기했을까. 역설적으로 평화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1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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