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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학이 만난 영화: 중년의 심리학, 로건

91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4-02

[심리학이 만난 영화] 중년의 심리학, 로건

 

 

“이런 게 인생이야, 가족,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 자네도 여유를 가지고 잠깐만 느껴 보게.”

 

찰스 자비에 교수가 로건에게 한 말이다.

 

 

젊음과 불멸의 엑스맨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돌연변이 인간. ‘엑스맨’ 팀에는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간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울버린이다.

 

울버린은 젊음과 불멸을 상징한다. 그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보통은 총을 맞으면 죽거나,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해도 큰 부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울버린은 다르다. 총을 맞으면 피부가 순식간에 총알을 밖으로 밀어낸다.

 

울버린의 몸에는 특수 치유 인자가 존재한다. 덕분에 그의 몸은 상처를 매우 빠른 속도로 치유한다. 마치 피부에 묻은 물을 털어 내듯 총상이 치유된다. 울버린이 가진 뛰어난 생체 재생 능력 덕분에 그는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다. 그가 즐겨 입는 옷, 곧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와 하얀 러닝셔츠는 젊음을 상징한다.

 

그의 손등에는 기다란 ‘발톱’이 숨겨져 있다. 발톱은 가장 원시적인 무기이다. 하지만 몸에 주입된 특수 금속인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그의 발톱은 단숨에 탱크도 둘로 조각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그는 죽지 않는다. 그래서 울버린은 그 누구와 싸워도 죽지 않고 끝내 이겨 낸다.

 

 

중년이 된 엑스맨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2017년 작 ‘로건’은 멀지 않은 미래인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절대로 아프지 않고, 늘 청년으로 살 것만 같았던 울버린의 초췌해진 모습으로 시작한다. 헐렁한검은 양복을 입고 등장한 그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모습이었다. 호출 리무진 기사로 일하면서 술 취한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는 그의 모습에서 엑스맨 최강의 전사 울버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단박에 베어 버렸던 발톱은, 마치 녹슨 금속처럼 손등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아다만티움의 독성에 중독되어 그의 몸은 점점 망가진다.

 

다리를 절며 알코올에 중독된 그는 더 이상 초능력자 시절의 울버린이 아니다. 그는 로건이라는 이름으로 산다. 흰 머리와 주름진 피부, 덥수룩한 수염과 검은 양복. 그는 중년의 모습이다.

 

 

치매에 걸린 현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찰스 자비에 교수. 그는 이성과 현명함의 상징이었다.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차별받던 초능력자들을 위해 자비에 영재 학교를 만들어 이들을 보듬어 왔다. 돌연변이인 자신들을 배척하는 보통의 인간을 미워하지 말고, 그들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현자였다.

 

하지만 마음을 지배하던 찰스 자비에는 이제 늙고 병들었다. 노년의 그를 돌보는 로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정신 발작을 일으킨다. 초능력을 동반한 그의 발작은 주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성과 현명함의 상징이었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통제할 수 없어서 주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가 거주하는 거대한 빈 물탱크에는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시설에 갇혀 지내는 자비에 교수는 치매 노인이 되어 있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영원한 젊음을 누릴 것 같던 청년 울버린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고, 충동적인 울버린을 타일렀던 현명한 어른과도 같은 존재였던 자비에 교수는 이제 치매에 걸려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 버렸다.

 

 

발톱을 지닌 사춘기

 

2029년. 더 이상 돌연변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기존의 돌연변이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 머지않아 멸종할 운명임이 뻔해 보였다. 돌연변이들을 위한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물을 주사하고 정신이 돌아온 자비에 교수는 새로운 돌연변이의 탄생을 감지한다.

 

돌연변이 부대를 만들려고 비밀 실험실에서 울버린의 유전자로 만든 돌연변이 인간 로라. 울버린처럼 손등에서 아다만티움 발톱이 나오고, 특수 치유 인자 덕분에 뛰어난 생체 재생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초능력 인간이다. 울버린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울버린의 딸이다.

 

이 소녀는 세상의 규범도 모르고 자신의 마음도 조절하지 못한다. 가게에 들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꺼내먹고, 갖고 싶은 것을 갖는다. 돈을 내라는 종업원에게 으르렁대며 아다만티움 발톱으로 그를 공격하려고 한다. 이런 로라를 붙잡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줘야 하는 울버린. 로라는 야생의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다.

 

 

인생의 느낌

 

청년 시기에 우리의 젊음은 영원할 것만 같다. 청년은 울버린처럼 세상을 산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우리는 젊음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직감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노안이 오고, 어떤 염색약이 좋은지 찾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남아 있는 날들이 짧게 느껴진다.

 

중년은 자신의 몸이 늙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신이 영원히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시기이다. 거울 앞에서 자신이 더 이상 울버린이 아닌, 로건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이인 것이다.

 

흔히 중년을 샌드위치 세대 또는 끼인 세대라고 한다. 중년은 자식을 부양하는 동시에 부모 세대를 돌보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전히 어리고 철없는 자식이 있고, 예전에 고민과 방황의 시기마다 길을 알려 주었던 부모는 이제 늙고 병들어 간다. 위험천만한 로라와 치매에 걸린 자비에 교수를 동시에 돌보아야 하는 로건은 중년의 힘겨움을 보여 준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사회 발달 이론에 따르면, 중년의 시기에는 생산성 대 정체성이라는 두 개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생산성은 자신의 에너지를 다음 세대와 공동체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투여하는 선택이다.

 

그 반면 정체성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정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와 공동체가 자신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라도 현재의 나를 지킬 것인가. 로건은 자신이 아니라 로라와 돌연변이 아이들의 미래를 선택한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로건.

 

“아빠!” 로라가 울먹인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 낸 로건이 말한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구나.”

 

* 전우영 -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K-MOOC)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디자인한 ‘심리학 START’를 강의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등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9년 3월호, 전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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