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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부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권녕숙의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106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4-10

[성화 속 성경 이야기] 부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권녕숙,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2023년, 목판에 에그템페라, 14.5x19x1.5cm

 

 

지난 사순시기에는 암흑의 세상에 빛으로 오신, 고전적이면서 인간미 넘치는 프란치스코 고야(1746-1828)의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소개했습니다. 저는 십자가를 바라볼 때, 예수님을 못 박은 이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억압된 현실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라고 믿었던 이가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못 박히는 걸 보고 얼마나 낙담했을까요. 그들은 한때 가졌던 희망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절망감은 비이성적 분노로 이어졌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은 얄팍합니다. 자신에게 이익이라고 여길 땐 열광하다가, 희망이 꺾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여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죽음’을 외칩니다. 이 같은 비열함과 악함은 나약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감히 장담할 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예수님의 부활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십자가는 절망의 암흑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과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준 신비의 사건입니다.

 

여기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고야의 고전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치 어린이가 그린 듯 단순하고 순수한 모습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간 예수’입니다. 그리스도는 고야의 캄캄한 배경이 아닌, 밝고 경쾌한 생기가 느껴지는 붉은 십자가에 달려있습니다. 붉은색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린 피, 바로 ‘희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는 죽음으로 인한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희망’ ‘정열’ 그리고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암시는 십자가의 테두리를 두르는 가는 녹색과 그 안의 새싹이 움트듯 이어진 백색의 점들로 드러납니다. 약간 어눌해 보이는 예수님은 두 눈을 꼭 감고 입을 다문 채, 세상의 모든 것에 초연한 듯 보입니다. 그분이 고귀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알려주는 건 가시관을 쓴 둥근 머리 주위에 눈부신 황금색 후광과 십자가의 황금 테두리뿐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는 ‘부활’과 ‘영생’의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당신을 못 박은 세상을 안으려고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예수님.

 

높이 20cm가량 되는 이 작은 십자고상은 한국 가톨릭 미술계의 원로인 권녕숙 리디아 선생의 작품입니다. 멋을 내어 인위적으로 꾸며낸 성스러움이 아니라 소박하고 진솔한 그리스도 모습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지독한 사랑은 죽음이 아닌 ‘부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의 지성인 박갑성(朴甲成, 1915-2009) 선생은 “현대는 무엇보다 부활에 대한 희망을 회복해야 인간회복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활에 대한 희망은 막연히 긍정적인 사고가 아닙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나의 뿌리와 죽음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내가 발 딛고 있는 자리를 끊임없이 되새길 때, 비로소 우리는 부활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의 희망이 깃든 십자가에는 바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새겨져 있습니다.

 

* 박혜원 소피아 : 저서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2020)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2023), 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2024년 4월 7일(나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4면, 박혜원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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