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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32: 사랑학 교과서 아가

58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7-26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32) 사랑학 교과서 ‘아가’


‘아가’(雅歌)를 모르고 어찌 청춘을 말할 수 있으랴

 

 

구약 성경 ‘아가’와 안소근 수녀의 아가 해설서 「아름다운 노래, 아가」. 아가는 원죄 이전의 인간적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학 개론’이다.

 

 

‘아가(雅歌)’를 아시나요? 주님 하느님 예수님 등 거룩한 말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이상한’ 성경, 가슴 뜨거운 청춘 남녀가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사랑학 개론’ 말입니다. 아가를 펴들면 첫 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아, 제발 그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 당신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달콤합니다.”(1,2)

 

아담과 하와는 원죄를 짓기 전 에덴동산에서 어떤 사랑을 나누었을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아가가 그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저는 독특한 독서 버릇을 갖고 있습니다. 책을 손에 들면 책의 가장 뒷부분에 있는 저자 후기를 먼저 읽고 난 다음 본문을 읽습니다. 안소근 수녀님의 「아름다운 노래, 아가」(성서와 함께)를 볼 때에도 후기를 먼저 읽었습니다. 수녀님이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 이런 재미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2011년 어느 봄날 1교시 히브리어 수업시간이었습니다. 학교 마당을 쓸고 온 서울 신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정말 한 명도 빠짐없이 졸고 있었습니다. 연계형, 절대형, 단수, 복수, 아무리 문법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설명을 중단하고 물었습니다. ‘예레미야서를 읽어 줄까요, 아가를 읽어 줄까요?’ 학생들이 갑자기 이구동성으로 ‘아가요!’하고 대답했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인간적인 사랑을 노래

 

그러면 그렇지! 신학생들도 청춘은 청춘이구나. 아가를 모르고 어찌 청춘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아가가 젊은 신학생들의 춘곤증을 몰아내 준 각성제였다니, 아가를 읽는 제가 갑자기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가는 수녀님의 인생도 바꾸어 놓은 모양입니다. 수녀님의 고백입니다. “아가는 저를 뒤집어 놓았던 책입니다.”

 

대체 아가의 내용이 어떻길래, 젊은 여성 수도자를 뒤집어 놓았을까. 아가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또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청춘 남녀의 사랑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녀님의 해석은 다릅니다. “아가는 남녀의 사랑, 감각적이고 인간적인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것이 아가의 주제입니다.”

 

청소년 교육과 관련한 의문점입니다. 사람들은 왜 에로스(인간적 사랑)를 가르치지 않을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성당에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반면 아가페(도덕적 사랑)에 대한 교육이나 훈계는 차고 넘칩니다. 청소년들에게 성 문제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데 말입니다. 성욕을 이야기하면 수준 낮은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위선이지요.

 

성욕은 식욕과 함께 인간 존재와 관련된 가장 원초적인 생물학적 본능입니다. 식욕이 없다면 현재가 없고, 성욕이 없다면 미래가 없습니다. 식욕이 있어야 현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성욕이 있어야 미래의 후손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욕과 성욕은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품위 있게 발산하느냐입니다. 제대로 가르쳐 주는 곳이 없으니 딱하지요. 식사예절에 대한 교육은 많습니다만, 성 예절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잖습니까.

 

아가 속의 사랑은 무척 관능적입니다. 목 허벅지 배꼽 젖가슴 등 상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7장)는 제가 봐도 낯간지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품위 있습니다. 원죄 이전의 사랑이 이런 것이었구나, 사랑이란 상대방에게서 하느님의 모상을 확인하는 과정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수녀님의 의견입니다. “아가는 죄로 물들기 전 낙원에서 살던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다시 완성될 낙원의 모습을 그려 보입니다.”

 

 

주인공은 여성

 

관심을 끄는 대목은 남녀의 위상입니다. 여자가 시종일관 남자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남녀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사랑하지만, 주인공은 분명히 여자입니다. 아가의 또 다른 맛입니다. 구약 신약 통틀어서 여성이 주인공인 성경은 아가가 유일하지 않습니까. 고대 근동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가 극에 달했었지요.

 

아가는 최고의 사랑학 교과서입니다. 세상 어디서 이렇게 격조 높고 우아한 사랑의 기교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어느 종교의 경전에 이런 내용이 있을까요. 아마도 성경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녀님은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아가를 읽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십니다. 저는 생각이 약간 다릅니다. 사춘기 청소년들, 그리고 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 부모님들과 선생님들(학교와 성당)에게 아가를 강추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7월 26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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