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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이콘 – 두 번째 이야기, 예수님의 이콘

73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7-08

이콘 – 두 번째 이야기, 예수님의 이콘

 

 

예수님을 그린 이콘을 보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콘과 같이 주로 반신상이나 간혹 얼굴만 묘사되기도 한다. 이 이콘들은 ‘전능자 그리스도’와 ‘구세주’ 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실제로 정교회의 성화 전문가들도 이 두 명칭을 혼용하기도 하고 많은 문헌들도 명확한 구분을 하고 있지 않다.

 

 

1. 전능자 그리스도(Christ Pantokrator)

 

판토크라토르라는 말은 희랍어 Παντός(모두, 전체)와 Κράτος(지위, 상태, 힘)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모든 힘을 가진 자 즉 전능자 그리스도(Almighty)라 번역된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거나(Arianism), 혹은 인성을 부인하는(Monophysitism) 이단과 3세기에 걸친 투쟁의 시기가 이어진 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완벽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확정하고, 그리스도가 신성과 인성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는 교리를 확립하면서 이 전능자 그리스도 이콘은 이 교리의 상징이 되었다. 그로인해 성화상 파괴주의자인 레오 3세 황제(717-41)의 집권 시기에는 이 이콘이 파괴의 주된 표적이 되어, 참 하느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의 이 이미지를 보호하던 많은 이들이 박해를 당하고 처형되었지만, 성화상 파괴 논쟁이 종식된 843년까지 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여 이단을 대적한 정통신앙의 승리를 나타내는 상징도 되었다. 이 전능자 그리스도 이콘은 많은 경우 성당 중앙의 돔에 왼손에 복음서를 들고 오른 손으로는 축복을 주는 모습으로 커다랗게 그려지는데 그 주위에는 “야훼께서 저 높은 성소에서 굽어 보셨다.”(시편 102,19)라는 글귀가 함께 새겨진다. 그리고 때로는 시칠리아의 몬레알레 성당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성당의 제단위의 반원형 천장(엡스)에 묘사되기도 했다.

 

 

 

 

2. 구세주(Our Savior)

 

이 이미지는 Pantokrator 이콘의 변형으로, 심판자로서의 그리스도의 힘과 권위의 표현이 구원자의 자비로운 얼굴로 완화하며, 그의 눈은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도 보는 것이다.”(요한 12,45)

 

이 이콘은 대개 작은 크기로 지성소 앞 성화벽(iconostasis)이나 개별적 이콘으로 많이 제작되며 예수님이 들고 있는 복음서는 닫혀 있기도 하고 열려 있기도 한데 열려 있는 경우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마태 11,28-30).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요한 8,12), “남을 판단하지 말아라, 그러면 너희도 판단 받지 않을 것이다.”(마태 7,1) 등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들 중에 선택하여 쓰여 진다.

 

 

3. 옥좌에 앉으신 그리스도(Christ Enthroned)

 

이 옥좌에 앉으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형상은 이미 8세기 이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12-13세기에 카파도키아를 통해 러시아에 유입되었고, 그리스에서 건너간 성화작가이며 수사인 테오판네스와 그의 러시아인 제자 안드레이 루블료프에 이르러 오늘날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형태로 정형화된다.

 

이 주제는 옥좌에 앉아 계시는 야훼를 둘러싸고 날고 있는 스랍들을 본 이사야의 환시(이사 6:1-4)와 네 생물의 형상에 둘러싸여 옥좌에 앉아 계신 주님을 본 에제키엘의 환시(에제 1,4-28), 그리고 주님 어좌 둘레에 무지개가 있음을 본 요한의 환시(묵시 4,2-9) 등의 성서의 구절들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특히 요한 묵시록의 네 생물(천사, 사자, 황소, 독수리)은 교부들에 의해 4복음서 저자의 상징들로 해석되어 왔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둘러싼 세 겹의 후광 중 가장 바깥쪽의 붉은색 사각형 후광의 네 모서리에는 4복음서를 상징화한 네 가지 동물의 형상이 흐릿하게 그려져 있으며, 이 붉은색 후광은 또한 동, 서, 남, 북 4 방향을 나타내고 있어 세상 어디에나 주님이 존재하고 계심과 그분의 빛과 말씀이 함께하고 계심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안으로 약간 푸른빛이 도는 녹색의 둥근 후광이 다시금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는데 여기에는 천사들의 희미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이 천사들은 이사야서 6장 1-2절에 언급된 여섯 개의 날개의 스랍들로 위로 두 개, 아래로 두 개, 그리고 좌, 우로 두 개의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에 몸통 없는 얼굴만 그려져 있고, 하늘 높은 곳의 보좌(옥좌) 주위를 날며 하느님을 둘러싸고 모시며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라고 외치고 있다. 즉 바로 여기에 묘사된 그리스도 바로 그분이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성한 위엄을 지니신 창조주 하느님 바로 그분이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천사들이 그려진 둥근 후광 안쪽으로 다시 붉은색 후광이 그리스도께서 앉아 계신 옥좌를 감싸고 있고, 이 세 겹의 후광 한가운데에 옥좌에 앉으신 그리스도를 묘사했다. 여기의 두 개의 붉은색 사각형 후광은 겹쳐져 꼭지점이 8개가 된다. 이는 영원한 미래를 상징하며 이러한 후광은 ‘예수의 거룩한 변모 이콘’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발 받침 좌, 우에는 둥근 원형과 작은 날개가 붉은색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에제키엘 1장에서 묘사하는 “그분은 하늘 위 불 수레 위에 앉아 계시며 그 아래에 바퀴가 보이며 그 둘레에 눈이 가득 박혀 있었다.”라고 한 부분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오른손으로 강복을 주시며, 왼손에는 자신의 무릎에 복음서를 올려 놓고 펼쳐 보이신다. 그 안에는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셨던 내용을 복음서에서 선택하여 쓸 수 있는데, 요한 7,24의 ‘겉모양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공정하게 판단하라.’는 위엄에 가득 찬 말로부터 시대가 지남에 따라 마태 11,28의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는 등의 위로의 말로 변하고 있다.

 

[평신도, 2020년 여름(계간 68호),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이콘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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