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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신앙: 교만 - 마르티노 성인이 전하는 교만

5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8-17

[교부들의 신앙 – 교만] 마르티노 성인이 전하는 교만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사람에게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쉬운 일이라면 남을 충고하는 일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 또한“알아야 할 자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한없이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자만’과 ‘교만’에서 벗어나 자신의 분수를 깨닫고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호모 데우스’(Homo Deus), 곧 ‘신이 된 인간’이라는 말이 새로 생길 만큼, 오늘날의 인간은 근대의 산업화와 과학 기술 문명에 도취되어 스스로 하느님인 것처럼 착각하는 교만의 길로 끝없이 나아가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수많은 고층 건물과,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의 굴뚝을 바라보노라면 현대판 바벨탑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브라가의 마르티노(Martinus Bracarensis) 성인이 남긴 「교만」(De superbia)이라는 작품을 통해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의 모습을 겸손되이 돌아보고자 합니다. 성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자부심과 교만이라는 양날의 칼

 

양날의 칼처럼 ‘자부심’이라는 뜻을 지닌 ‘Pride’는 ‘교만’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또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순간, 자칫 교만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마르티노 성인도 이러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교만’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백성으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살아갈 수 있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현세에서 많은 것을 가지고 누렸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만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도 있었던 위대한 예언자 ‘다윗’을 예로 들며 말합니다.

 

다윗 임금은 교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죄의 위험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다음의 성경 말씀을 읊으며 신심어린 마음으로 늘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거만한 발길이 제게 닿지 않게, 악인들의 손이 저를 내쫓지 않게 하소서. 그러면 나쁜 짓 하는 자들은 넘어지고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리이다”(시편 36,12-13).

 

또한 “하느님처럼 되어서”(창세 3,5), “주님께서는 마음이 교만한 자를 역겨워하시니 그런 자는 결코 벌을 면하지 못한다.”(잠언 16,5), “오만의 시작은 죄악이고 오만에 사로잡힌 자는 악취를 뿜어낸다.”(집회 10,13),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이사 14,14)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교만은 죄의 뿌리이자 근본임을 항상 자각해서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

 

 

하느님을 적으로 대하는 교만

 

이처럼 교만은 자신의 처지 이상으로 높이 오르려는 ‘오만’이기도 합니다. 교만 가운데 가장 사악한 것은 자신이 하느님과 동등하거나 능가한다고 생각하여 하느님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마르티노 성인은 이야기합니다.

 

성인은 하느님의 첫 번째 천사였던 ‘루치페르’(Lucifer)를 예로 들며, 교만으로 말미암아 그가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고, 그 폐해로 인간에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영광과 빛 때문에 ‘루치페르’라고 불리는 첫 번째 천사는 숭고하고 축복받은 천사계에서 떨어졌습니다. 자신의 빛나는 아름다움이 천국의 어떤 능력보다도 위대하다고 착각한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하느님의 배려와 도움 없이 오롯이 스스로의 능력인 것처럼 믿어서, … 스스로 하느님인 양 착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하느님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받았던 축복이 하느님께서 먼지와 재에서 빚어 만드신 인간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질투에 사로잡혀, 자신을 넘어뜨린 교만이라는 똑같은 무기로 사람들을 공격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질 것이다.’(이사 14,14)라고 스스로에게 말한 것처럼 아담과 하와에게도 ‘하느님처럼 될 것이다.’(창세 3,5 참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이 되고 싶다는 인간의 탐욕, 오직 이 이유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명령을 위반했습니다”(「브라가의 마르티누스」, 18-19면).

 

결국, 교만이라는 씁쓸한 꿀로 만든 매혹적이고 위험한 첫 번째 독약이 천사와 사람까지 속여, 하늘과 땅의 창조물 모두를 쓰러지게 했습니다.

 

이처럼 교만은 다른 대상이 아닌 오직 하느님만을 적으로 대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신다.”(야고 4,6; 1베드 5,5)고 일러 줍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

 

교만이라는 악은 많은 사람을 유혹과 위험에 빠뜨립니다. 교만한 자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사람은 영적으로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사람과 부자 그리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입니다.

 

교만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더 강하게 유혹하여 자신을 위대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그래서 무엇을 행하거나 생각하고 말할 때, 자신의 지혜와 분별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알아보면서도 하느님을 찬미하거나 감사드리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치켜세워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존경하라고 강요합니다.

 

교만이라는 주제는 성경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밀착되어 만연하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마르티노 성인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교만이라는 욕망이 생겨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당부합니다.

 

“진실로 죄의 악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뿌리부터 완전히 잘라 내야 합니다. 죄의 모든 산물은 그 씨가 자라나기 전에 제거해야만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입니다”(같은 책, 23면).

 

마르티노 성인의 당부처럼 우리 마음에 교만이라는 싹이 자라나지 않도록 늘 마음의 거울을 함께 닦아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다윗 임금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 안셀모 - 부산교구 신부로 부산교구 언양성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목 단상을 담은 수필집 「나그네 생각」을 펴냈으며, 역서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5, 브라가의 마르티누스」가 있다.

 

[경향잡지, 2019년 8월호, 김현 안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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