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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커피16: 커피의 영혼과 인간 영혼이 빚어내는 하모니

60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9-01

[사유하는 커피] (16) 커피의 영혼과 인간 영혼이 빚어내는 하모니


커피의 향과 맛이 주는 행복

 

 

커피의 신비로운 효능과 소중함을 강조하려고 커피 애호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영혼(靈魂)’이다. ‘졸음을 쫓고 영혼을 밝게 하는 커피’, ‘영혼의 향기를 담아낸 수 커피’라는 식이다. ‘커피의 영혼이 인류를 위로한다’며 커피에 영혼을 부여하기도 한다. 커피와 인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힘이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실려 있는 듯하다.

 

종교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도 커피를 영혼에 빗대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혼을 언급하는 것이란 쉽게 발심(發心)하는 게 아니겠다. 영혼은 사전적으로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국립국어원)로 풀이된다. 불교에서 영혼은 ‘해탈에 이르지 못한 자의 헛된 망상’, 유교에서는 기(氣)의 작용으로 생겨난 혼백이다. 원불교는 죽을 때 떠나는 영혼이 다시 이 세상에 새 몸을 받아 태어난다고 본다. 자이나교는 생명체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의 관점을 가진다.

 

구약과 신약 성경에서 영혼은 266차례 언급되는데, 영혼을 ‘인간 그 자체’ 또는 ‘생명이 있는 존재’로 바꿔 읽어도 문맥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영혼에 대한 논의는 ‘영’과 ‘혼’으로 나눠 더 깊은 사유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이란, 현재로선 과학자들에게는 영역을 넘어서 논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대상이다.

 

철학에서 다루는 영혼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 있다. 플라톤은 영육이원론을 설파하면서 영혼은 감각의 세계인 육체와 달리 불멸한다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혼은 육체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영혼은 곧 그 생명체의 본질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영혼은 살아 있는 동안 육체와 일체를 이루지만, 숨지면 단독으로 존재한다며 영혼의 세계로 사유의 지평을 열어 놨다.

 

그리스도인에게 영혼은 믿음의 시작이자 끝이다.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당신과 같은 형상을 빚은 후 코에 ‘생명의 숨’(영혼)을 넣음으로써 인간을 생명체로 만들었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은 믿음의 목적은 영혼의 구원이라고 적었고, 재림하실 예수가 구원해주실 대상이 바로 인간의 영혼인 것이다.

 

‘소울’(Soul)이 영혼의 의미를 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영혼의 어원은 히브리어로 ‘네페쉬’(Nephesh)에서 헬라어 ‘프쉬케’(Psyche), 라틴어 ‘아니마’(Anima)로 이어졌다. 단순히 ‘정신’이나 ‘혼’으로 풀이해 소울이라고 적기에는 담지 못하는 게 많다. 근대로 접어들어 영혼은 데카르트의 코지토(Cogito, 사유)와 헤겔의 가이스트(Geist, 정신)로 풀이되면서, ‘영혼은 마음(mind)’이라는 은유로 소통하기도 한다.

 

라틴어 성경의 아니마가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져 신비함을 뜻하는 ‘영’과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 넋을 의미하는 ‘혼’을 합한 영혼으로 번역됐다. 한국에서 “영혼은 신령하여 불사불멸하는 체(體)이니, 육신과 합하여 그 생명이 되는 것’(「천주교 요리문답」)으로 풀이됐다. 예수회는 식물에도 식물적 기능의 원천이 되는 ‘식물의 혼’(생혼)이 있다고 봤다. 나무의 본성과 본질이 농축돼 있는 씨앗, 곧 커피 원두에 영혼이 있다고 보는 것은 결코 애니미즘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커피 향미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은 단지 뇌가 만들어낸 정신 활동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 아직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탓이라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인간 영혼과 커피 영혼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하모니일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8월 30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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