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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기쁨과희망은행: 출소자들의 꿈과 희망

118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0-30

[세상에 열린 공동체]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기쁨과희망은행


출소자들의 꿈과 희망

 

 

해마다 2만여 명의 출소자가 이른바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나온다. 그렇지만 이들이 범죄자,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 새 삶을 누리기란 매우 어렵다.

 

상당 기간 사회에서 격리되다 보니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아 생활 기반도 취약하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 작은 가게를 운영해 보려 해도 신용이 낮아 은행 대출은 그림의 떡이다. 수중에 돈도 없고 주변의 도움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해 볼 수 있는 게 없다.

 

무언가 이를 악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려 해도 출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일하다가도 출소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쫓겨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진다. 갈 데가 없어 고시원에서 살다가 결국 노숙의 길을 걷는다.

 

사회의 편견과 냉대, 무관심, 전과자라는 낙인, 가족과의 단절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출소자들은 쉽게 재범의 유혹에 빠진다. 먹고 살려고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출소자 가운데 25%가 3년 안에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 유일의 출소자 무담보 대출 은행

 

사회적 낙인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가난한 출소자들에게 자활의 불씨를 제공하는 은행이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산하 ‘기쁨과희망은행’이다.

 

기쁨과희망은행은 출소자와 살해 피해자 가족에게 창업과 자립 자금을 대출해 줘 꿈과 희망을 찾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2008년 6월 25일 문을 열었다. 이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 가운데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의 이름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에서 따왔다.

 

출소한 지 3년 이내의 출소자에게 무담보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해 주는데 이자율은 연 2%다. 지금까지 210명에게 37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또 이곳에서 창업 교육을 받은 인원은 380여 명이다.

 

출소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기쁨과희망은행의 취지는 자립 기반이 전혀 없는 출소자들에게는 둘도 없는 희소식이다.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자활의 종잣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새 출발을 하는 데 파란불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쁨과희망은행은 출소자에게는 ‘기쁨’이요 아직 담 안에 갇혀 있는 수용자에게는 앞날의 ‘희망’이다.

 

 

출소자들에게 희망의 씨앗

 

기쁨과희망은행의 자금 지원은 창업 기초 교육을 시작으로 사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창업 교육은 세무, 상권 분석 등과 함께 인성 교육도 한다. 총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대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신청자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사업성과 자활 의지 등을 심사한 뒤 개별 면담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출 약정서에는 ‘갑’과 ‘을’이 아니라 ‘동행’이라 적는다. 험한 세상 ‘함께 이겨내 보자.’는 의미에서다.

 

창업한 뒤에는 다달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방문해 고민 해결을 돕는다. 이런 정기적인 조언은 대출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며 느낀 어려움을 해결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기쁨과희망은행에서는 창업 자금 이외에도 자활 자금과 특별 자금도 지원하며, 2년 동안 잘 운영하면 경영 개선자금도 지원한다. 앞으로는 채용 연계방식의 점포 지원 사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쁨과희망은행에 보내 주시는 후원은 우리 출소자 형제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요 사회에서 처음으로 믿음을 경험한 형제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게하며 범죄를 억제하는 큰 힘이 됩니다.”

 

지난 6월 24-28일 열린 스물한 번째 창업 교육에서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현대일 루도비코 신부가 출소자들에게 한 말처럼 기쁨과희망은행의 자금은 뜻있는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을 바탕으로 한다. 출소자를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이들의 소중한 후원금은 속죄의 삶을 사는 출소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된다.

 

 

‘믿음’을 대출해 주는 은행 

 

기쁨과희망은행의 목적은 출소자들이 경제적 빈곤으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고 삶에 대한 기쁨과 희망을 되찾아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사례가 적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사업이 자리를 잡아 빌렸던 돈을 모두 갚은 완납자가 16명이며, 현재 가게를 운영하는 대출자도 80여 명이나 된다.

 

“대출자들에게서 ‘못 갚아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상환율도 낮은 편이고요. 은행의 목적이 절실한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인데 그나마 회수되는 금액이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죠. 우리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는 아직 믿어 주고 받아 주는 곳이 있구나.’ 하는 희망과 믿음을 전해 주는 은행이고 싶어요.”

 

김일호 미카엘 본부장의 말처럼 기쁨과희망은행의 가치는 상환율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출소자에게 지속적인 응원과 더불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기회를 제공하는 ‘자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금을 지원받은 대출자들의 재범률은 일반 출소자들보다 현저히 낮다. 재범률이 1% 감소하면 연간 1,000억 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하니 기쁨과희망은행의 활동은 그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너 쓸모없어.’라며 출소자를 다시 교도소로 보낼 것이 아니라, ‘너도 좋은 사람이야, 잘할 수 있어. 우리 함께 잘해 보자.’라고 따뜻하게 격려한다면, 출소자도 숨통이 트이고 재범률도 낮춰 결국 우리 사회를 따뜻한 사회로 변화시키게 되지 않을까요.”

 

현대일 신부는 기쁨과희망은행의 활동이 재복음화의 의미와도 연결되어 있다며, 당연히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응축해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두려움이 희망이 되고 다시 행복이 되는

 

창업 교육을 마친 출소자들은 대부분 이런 소감을 발표한다.

 

“부모 형제도 손잡기를 꺼리는데 기쁨과희망은행은 품을 내어 안아 주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받은 것은 단순한 대출금이 아니라 희망의 빛이요 성공의 씨앗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주시는 마지막 선물이며 희망의 등불임을 명심하겠습니다.”

 

“2,000만 원 대출해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귀한 대접도 받아 보고, 출소자라고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저를 믿어 주신 것만으로도 대출받은 것 이상으로 충분히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까이는 부모, 형제, 조금 더 넓혀 친구까지 한마디로 사람 취급을 안 했어요. 그런데 설마 주랴? 정말 주더라고요. 무척 기뻤죠. 아주 큰 도움이었고 은혜였죠. 저를 믿어준 사람에게 도리를 다하고 싶었어요.” 1호 완납자 박철종 씨는 완납한 자금이 다른 출소자들에게도 희망의 자금이 되기를 바랐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갈림길에서의 선물입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신용불량자인 출소자에게 돈 떼일 것을 생각하고 대출해 주는 곳은 없습니다.”

 

어떤 대출자의 말처럼 기쁨과희망은행은 꼭 필요하고 계속되어야 한다.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빛과 소금의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소자들이 다시 사회 속에서 ‘우리’의 한 사람이 될 뿐 아니라 그 받은 사랑을 다시 더 어려운 출소자들을 위해 써 달라는 출소자가 있다는 것은 작지만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래서 김 본부장은 더 많은 출소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소할 때 강한 의지로 준비를 좀 하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려라. 작고 미약하더라도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저희가 애쓰는 진실을 출소자들이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어요.”

 

예수님께서는 수없이 많은 죄인의 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시고, 그들을 품으셨다. 기쁨과희망은행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도구이기를 바란다. 출소자들을 계속 믿어 주고 안아 주며, 단 한 사람이라도 희망을 품고 있다면 끝까지 이 일을 계속해 주기를….

 

그리고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따뜻한 사랑의 마음들이 모여 기쁨과희망은행이 출소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버팀목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10월 28일은 교정의 날이다.

 

문의: ☎ 02)921-5093 기쁨과희망은행 catholic-correction.co.kr

국민 512637-01-001051 / 신한 140-008-146888

예금주: (사)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

 

[경향잡지, 2019년 10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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