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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25: 황금 숭배

53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6-15

[교부들의 사회교리] (25) 황금 숭배


부모가 자식을 노비로 팔아야 하나

 

 

“눈물을 흘리면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을 내다 파는 부모를 보아도, 그대는 그들의 고통에 무심합니다. … 이들이 흘리는 눈물에도 그대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이들이 부르짖는 신음소리에도 그대의 마음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습니다. 그대는 무자비하고 동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대는 항상 금만 바라보고 금만 생각합니다. 잘 때도 금에 대한 꿈을 꾸고, 깨어나서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금입니다. 얼빠진 사람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탐욕이라는 눈으로 보듯이, 그대의 영혼도 금이라는 악마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금과 은으로만 봅니다. 그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대의 생각과 마음은 온통 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대 바실리우스, 「내 곳간들을 헐어내리라」 4. 노성기 옮김)

 

 

부자들의 탐욕과 물신주의

 

바실리우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겪은 가슴 아픈 사연을 들려준다. 자식을 굶겨 죽이느니 차라리 노비로 팔아넘기기로 작정한 부모 이야기다.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우스도 「나봇 이야기」에서 똑같은 일화를 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일이 동방과 서방을 가리지 않고 로마 제국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이 슬픈 가족은 버티다 못해 자식을 노예 시장에 내다 팔기로 결심한다. 어느 아이를 팔 것인지 고뇌하는 가난한 부모의 애간장은 끊어지지만, 돈과 이윤만 생각하는 부자들과 장사치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돈벌이의 기회일 따름이다. 거기에는 자비도 연민도, 공감도 눈물도 없다. 인간다움을 잊은 인면수심의 행위들이 그들의 경제 활동이고 금융 산업이다. 

 

인간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이 극단적인 현실은 가난한 사람들의 무능이나 게으름 탓일까? 바실리우스를 비롯한 교부들은 그 근본 원인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으니, 돈을 최고선으로 섬기는 물신주의와 부자들의 무한 탐욕이 빚어낸 구조적 폭력이며 죄악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우상, 새로운 황금 송아지

 

이 시대를 일컬어 자본이 종교가 되고 돈이 신적 권력을 누리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돈이라는 이름의 물신(物神) 마몬을 경배하는 일에는 그리스도 신자 비신자가 따로 없다. 하느님과 마몬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주님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길들여진 우리는 돈이 생각과 삶을 지배하도록 스스로 최적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황금이라는 악마에 사로잡혀 오로지 돈만 밝히는 비정하고 야만적인 세상을 대 바실리우스가 날카롭게 비판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가치보다 돈을 앞세우는 이 사회 현상을 “새로운 우상 숭배”이며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라고 규정한다.(「복음의 기쁨」 55) 

 

옛날에 황금 송아지를 떠받들던 우상 숭배가 오늘날에는 돈을 섬기는 무자비한 물신주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절규 앞에서도 함께 아파할 줄 모르고 다른 이들의 고통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며 그들을 도울 필요마저 느끼지 못하게 된 이 고약한 현실은 지독한 황금 숭배의 결과라는 엄혹한 진실을 가장 일찍 일러준 교부가 바로 대 바실리우스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6월호,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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