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자료실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16일 (화)부활 제3주간 화요일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신학자료

sub_menu

세계교회ㅣ기타
사유하는 커피17: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커피

60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9-07

[사유하는 커피] (17)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커피


겉보기 그럴듯 하지만 본질은 숨길 수 없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새삼 되새겼다. ‘사이비(似而非)’는 ‘가짜(假)’와 같은 뜻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이 다르다. 일단 사이비가 붙으면 더 음흉하고 못되게 느껴진다. 사이비 교주, 사이비 기자, 사이비 무당, 사이비 논객, 사이비 검사 등이 그렇다. 가짜의 반대말은 진짜(眞)이지만, 사이비의 반대말은 ‘올바르다(正)’는 가치 판단이 들어간 ‘정통’이 제격이다.

 

사이비는 사전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출전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사이비는 기원전 3세기에 편찬된 맹자(孟子)에 나온다.

 

제자 만장은 2세기가량 앞서 살아간 공자의 태도 가운데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었다. 온 고을이 점잖다고 하는 사람을 공자만이 ‘덕의 도적’이라고 지적한 이유가 궁금했다. 스승인 맹자에게 여쭈어 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며 더러운 세상과 호흡을 했기에 그의 태도는 충실하고 신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행동은 청렴하고 결백한 것 같기도 했다. 모든 사람도 그를 좋아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는 함께 참다운 성현의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공자께서 ‘덕의 도적’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맹자의 말씀에 사이비의 탄생 배경과 성격이 담겨 있다. 사이비는 사회의 허점을 파고든다. 사이비가 건강하고 멀쩡한 사회를 공격해 병들게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혼탁해져 면역력이 느슨해지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성장할 토대를 만든다. 사이비가 기생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말씀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이비를 방치해 일정 세력을 넘어서게 되면 그것을 좋아하고 따르는 군중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사이비 세력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까지 갖게 되는 판이 구축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됨을 맹자는 경고했다.

 

공자는 “돌피는 잡초에 불과하나 벼포기와 비슷한 까닭으로 더욱 성가시다”며 사이비를 농부의 눈을 속이며 은밀하게 뿌리를 내려 농토를 망치는 돌피에 비유했다. 공자는 “나는 같고도 아닌 것(似而非)을 미워한다”면서 “수작이 능한 자가 정의를 혼란하게 만든다”고 일갈했다.

 

사이비는 모든 실체에 작용해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사이비 커피’의 횡행이 도를 넘고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커피들이 품질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 가면을 쓰고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수확한 지 1년을 넘기지 않고, 좋은 상태가 유지되도록 잘 보관돼야 하며, 설익거나 타지 않게 볶여 제때 올바로 추출해 한 잔에 담겨야 좋은 커피이다. 그런데 브랜드나 수상 실적, 커피 전문가란 이름을 내세워 ‘닥치고 따라와’라는 식이다.

 

이런 사이비 커피들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본질은 숨길 수 없다. 커피의 본질은 맛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맛이 식초처럼 날카로우면 볶은 지 오래된 커피이고, 목을 넘긴 뒤 인삼이나 여주처럼 떫은맛이 나면 수확한 지 오래된 묵은 커피이다. 탄 누룽지처럼 뒤에 남는 쓴맛이 편도선 주변의 여린 점막을 찌르듯 거칠게 만든다면 묵은 향미를 숨기려고 일부러 태운 커피일 위험성이 높다. 다행히 커피의 향미를 구별해 사이비 커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이비 커피 세력만이 서로를 에워싸고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사이비는 결국 스스로 붕괴한다. 그것이 사이비의 본질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6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0 1,337 1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