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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춘천교구 우두본당 새 성당

68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1-26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춘천교구 우두본당 새 성당


‘우두동 총각’과 신자들 함께 이룬 새 성당 건립의 꿈

 

 

- 우두본당 공동체가 설립 20년 만에 지은 새 성당은 강원도 춘천 소양강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동판 지붕 아래 성당과 1층 성체조배실, 카페를 비롯해 별도의 담 없이 지역주민들에게도 열린 널찍한 마당까지 새로 갖췄다.

 

 

“♬ 춘천에서 왔습니다 성당 짓겠다고~ 주님의 은총을 믿고 십자가를 짊어집니다~ 송구한 마음을 갖고 도움 청해요~ 여러분들 모른 척 하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아 사랑 찾아 우두성당에서 온 우두동 총각~”

 

‘대한민국 대중가요’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소양강 처녀’. 절로 콧노래 흥얼, 어깨춤 들썩이게 하는 노래다. 그런데 이기범 신부가 개사해 부르는 것을 듣고 있으려니 코끝이 찡해온다. 새 성당 건립이라는 십자가의 무게 때문일까. “신자분들에게 너무나 송구스러워” 건축기금을 보태달라는 말이 차마 나오질 않는다는 춘천 우두동본당 신부. 떨리는 목소리지만 새 성당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자들을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해왔다.

 

 

20년 만에 이룬 꿈

 

강원도 춘천의 명물인 소양강 처녀 동상이 서 있는 강변에서 1.5㎞ 남짓 떨어진 곳. 우두 성 마르티노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2015년 ‘새 성전의 꿈’을 선포한 5년여 만에, 본당 설립 이후 20년 만인 지난 11일, 춘천 우두본당 신자들은 꿈을 이뤘다.

 

지난 1999년 9월 소양로본당에서 분가, 본당을 설립했지만, 신자들은 오랜 시간 임시로 지은 조립식 성당과 컨테이너 교리실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했다. 슬레이트를 얹은 지붕 아래에서 신자들은 “우리 성당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친환경 건물’”이라며 쓴웃음을 짓곤 했다.

 

이제 새로 지은 성당에선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화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창주(안드레아) 건축위원장은 “계단에 놓인 한국적 형태의 성가정상, 로비에 세운 성모상, 성당 제단 좌우측에 걸린 심순화 화백의 성화 덕분에 따스한 색감과 기운은 그 깊이를 한층 더한다”고 소개했다. 성당문 앞 로비 좌우 통창도 유리화로 채워 환하다. 특히 우두성당에 들어서는 이들은 꼭 한 번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보곤 한다. 팔각 돔 유리화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빛이 신자들을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2층 성당을 비롯해 1층에는 성체조배실과 식당, 카페도 갖췄다. 최첨단 위생시설을 갖춘 화장실도 본당 신자들이 자랑하는 새 성당의 한 부분이다.

 

 

기도를 디딤돌 삼아 달려 달려

 

본당 공동체 구성원 평균 연령은 60대. 미사 참례자 수가 600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 성당 건축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갖고 있는 예산으론 땅을 사기에도 버거웠다. 그래도 신자 85% 이상이 새 성당을 짓는데 찬성했다. 어쩔 수 없이 타본당 모금을 계획했다. 신자들은 서로 조를 짜 춘천교구 뿐 아니라 가깝게는 수원교구, 멀리 광주대교구까지 가서 모금 활동을 펼쳤다. 그 선두에 섰던 이기범 신부는 기타를 둘러메고 달려가 노래를 불렀다. 신자들은 성당 건립에 도움을 준 은인들에게 강원도 찰옥수수며 시래기 등을 선물했다. 신자들이 직접 키운 콩으로 담근 된장·막장 등도 선물했다. 장 담그기는 꽤나 힘든 노동이었지만, 선물로 받은 장맛을 본 신자들이 온라인 주문을 하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신자들은 한겨울 매서운 높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컨테이너 철거 등에 나섰고, 성당 공사장 식당까지 직접 지으며 예산을 줄였다. 성당을 짓는 과정에서 본당 신자들이 봉사에 참가한 횟수는 누적 1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신자들이 이렇게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준 이는 바로 본당 주임 이기범 신부였다. 이 신부는 새 성당 건립을 선포한 이후 5년간 5차례에 걸쳐 ‘춘천 국제 마라톤 대회’ 42.195㎞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 신부는 “진짜 성당을 짓는 건지 마는 건지, 신부가 호들갑만 떨다가 다른 본당으로 가버리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신자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마라톤 풀코스, 그 달리기는 은인들을 몰고 오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신자들도 행사 내내 음료수 봉사와 가두선교 등을 펼쳤다. 그리고 그 모든 활동이 지치지 않고 이어지도록 기도 봉헌을 꾸준히 해왔다. 100만 단을 목표로 시작한 묵주기도는 현재 350만 단을 훌쩍 넘어섰다.

 


전국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정성으로 결실 맺어

 

새 성당 건립 과정에서 신자들 간의 형제애는 물론 개개인의 신앙이 더욱 단단해졌다. 성경 속 가난한 과부의 실천을 직접 체험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고운봉(알베르토) 사목회장은 지난 몇 년간 전국 각지에서 만난 신자들을 소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꼬깃꼬깃 접은 천 원짜리들을 꺼내 고 회장의 손에 쥐어 준 할머니, 천 원, 오천 원, 만 원짜리 몇 장씩을 고무줄로 묶어 숨겨둔 쌈짓돈을 통째로 봉헌한 신자, 주머니 속 전 재산 3천원을 꺼내주면서 “너무 적어서 미안하다”면서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 준 신자, “북녘 땅에도 주님의 집이 지어지길 바란다”면서 생활비를 모아 낸 탈북신자의 헌금, 성당이 잘 지어지길 바란다며 기금을 보태준 타종교인…. 이 신부가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을 듣자 1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오르간을 봉헌해준 이도 있었다. “된장·막장 팔아서 어느 세월에 성당을 짓겠냐”며 방문 모금 미사를 봉헌하러 오라고 흔쾌히 성당 문을 열어준 타본당 사제들. 고 회장은 전 신자들을 대신해 깊이 깊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기범 신부와 신자들의 활동은 성당을 지었다고 끝나지 않았다. 마라톤 1㎞에 100원, 4300원에 조금씩 정성을 더해 보내준 1만원씩이 쌓여 최근 다시 1500만 원가량의 기금이 모였다. 아직 건축비 대출금이 남아있지만, 이 신부와 신자들은 이 기금을 예년과 마찬가지로 우두본당보다 더 어렵게 살림을 꾸리는 타본당 후원금과 지역 내 불우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우선 전달할 예정이다.

 

이 신부는 “사람이 건물을 만들고 건물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 멋진, 제대로 된 건물에서 더욱 감사하면서 주님 보시기에 예쁘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새 성당 완공 후 우두본당 신자들의 모습이 전에 없이 밝다. 너나 할 것 없이 성당 오는 게 즐겁다고 한다. 성당을 오가는 냉담신자들의 수도 알음알음 늘었다. 이 신부는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고 전국 각지 수많은 은인분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라며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24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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