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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아브라함의 마지막 시련

6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8-12

[허영엽 신부의 ‘나눔’] 아브라함의 마지막 시련

 

 

<아브라함의 희생제사> 렘브란트(1606~1669), 1635년, 유화,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기근을 피해 떠난 이집트에서 부인을 누이동생이라 속이고 부를 얻게 되지만, 거짓말이 들통 나 쫓겨나게 된 아브라함. 그러나 재물 앞에서 다투고 분열하는 가족들 때문에 단순한 혈육 이상이었던 조카 롯과 헤어지게 된 아브라함. 그런 그에게 마지막 시련이 다가옵니다. 그에게는 백 살이 되어서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이사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느님께서 그 어린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셨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일생의 가장 큰 시련을 맞은 것입니다.

 

사실 이제까지의 시련은 아들 이사악을 바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명을 받은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데리고 산으로 향합니다. 산으로 가는 3일 동안 걸은 길은 아브라함이 지금까지 걸었던 길 중 가장 먼 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계속해서 기도를 바쳤습니다. 혼란과 갈등과 고민 끝에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브라함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은 당신의 자녀가 행복해지길 원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느님은 더 깊은 뜻을 가지고 계신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마침내 아들 이사악을 바치겠다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 결정의 순간, 그는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셈이었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길, 삼일간의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이사악이 아브라함에게 묻습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나요?”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것이라고 대답합니다.(창세기 22,7-8). 하느님이 말씀하신 곳에 다다르자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묶어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브라함은 이사악 위로 칼을 내리치려 했습니다.

 

 

신앙은 합리적으로 생각될 수 없고, 오직 비합리적인 열정(passion)으로만 이해

 

하느님이 무엇보다 먼저 아브라함에게 확인해주신 사실은 그가 사랑하는 아들마저 아끼지 않을 만큼 하느님을 두려워하였다는 것입니다. (창세기 22,2)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 이것이 아브라함의 가진 믿음이었습니다. 또한 가장 귀한 것을 요구하는 하느님에게 즉각적으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전해지며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브라함은 신앙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절대복종에서 더 나아간 신앙(faith)으로 행동했습니다. 신앙은 합리적으로 생각될 수 없고, 오직 비합리적인 열정(passion)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조차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필요하시다니 다시 돌려드릴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화로워졌을 것입니다. 실로 아브라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셈입니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하느님을 떠나서는 어디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시련과 시험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끊임없이 하느님과 대화하고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전제로,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순명했던 아브라함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성경에서 만나는 아브라함의 일생은 시련과 시험의 연속이었고,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은 시험하시는 하느님이셨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시련과 시험을 잘 감당했기에 하느님 앞에 인정받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신앙이란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나가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죄인인 채 하느님께 나가는 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위로이고 힘이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의 일생과 그가 겪은 시련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느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아브라함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 더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8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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