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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학이 만난 영화: 프레임의 정치 심리학, 바이스

94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7-29

[심리학이 만난 영화] 프레임의 정치 심리학, 바이스

 

 

우리나라(미국)에서 200만 달러 이상을 상속받는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상속세를 내야만 합니다. 혹시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열 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손을 든다. 상속세 부과에 불만이 있는 미국인들은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만 달러(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약 24억 원)를 상속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곧 부모한테 재산을 24억 원이나 물려받을 수 있는 부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사망세를 내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이제 열 명 가운데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든다. 사망세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죽었다고 세금을 내라니. 지금까지 한평생 국가에 꼬박꼬박 낸 세금이 얼만데, 죽었으니 또 세금을 내고 떠나라고? 죽은 것도 억울한데, 국가가 세금을 매기려고 하다니. 사망세를 물리겠다는 정당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사실 상속세와 사망세는 동일한 세금이다. 가족 구성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고 간 재산을 누군가가 물려받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름만 다를 뿐 실제로는 똑같다. 문제는 명칭이 바뀌면 사람들이 동일한 세금을 보는 방식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속세 폐지를 추진한 공화당 쪽에서 상속세를 사망세로 지칭하면서 미국 전역에 사망세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끼의 정치학

 

실화를 바탕으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부통령을 역임했던 딕 체니의 삶과 정치를 그린, 아담 맥케이 감독의 2018년작 ‘바이스’(Vice)는 세상을 움직이는 미국의 정치 방식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2019년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현실의 인물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 가운데 딕체니 역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그가 2019년 아카데미에서 남우 주연상 후보에 그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미국의 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영화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실제로 이를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진 체니 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사용한 다양한 기법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상징은 바로 미끼다. 체니가 가끔 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미끼는 가짜 미끼다. 지렁이처럼 물고기들이 진짜로 먹을 수 있는 미끼가 아니다. 가짜 미끼는 물고기들이 전혀 먹을 수 없게 금속이나 털, 나무,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다.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낚시를 ‘루어’(lure) 낚시라고 한다. 이때 사용하는 미끼는 루어라는 말의 의미처럼, 물고기를 강렬하게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먹을 수도 없는 것으로 물고기를 유혹하려면 가짜 미끼는 진짜 미끼보다 더 화려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실제로 가짜 미끼들은 인간의 눈을 사로잡을 정도다. 화려함에 매혹당하는 순간 물고기는 가짜 미끼를 덥석 물고 마는 것이다.

 

정치는 사람들에게 미끼를 던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낚으려고 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언제, 무슨 미끼를, 어떤 식으로 던져야 사람들이 그 미끼를 물지 고민한다. 물고기들이 가짜 미끼에 빠질 수 있어야 미끼를 물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진짜보다 더 매력적인 미끼가 필요하다. 그것이 가짜일지라도 매혹적이라면 사람들은 그 미끼를 기꺼이 물고, 심지어는 가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프레임의 심리학

 

영화 바이스에 등장하는 미끼는 화려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프레임’이라는 미끼다. 실제로는 동일한 대상이나 내용임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면, 그 대상이나 내용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어떤 프레임, 곧 어떤 표준의 틀로 세상을 보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은 달라진다.

 

상속세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이 세금은 재화를 공짜로 획득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것처럼 보인다.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에 방점이 찍힌다. 그 반면, 사망세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이 세금은 사망했으니 내야 하는 세금이라는 인상을 준다. 죽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따라서 실제로는 동일한 세금일지라도, 상속세라는 프레임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내야 할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망세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지독한 세금 정책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프레임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에 우방국들이 함께 참여하기를 원했다. 그래야 전쟁에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 우방인 프랑스와 독일, 심지어는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믿고 있었던 이스라엘까지 다국적군 참여를 거부하자 부시 대통령은 망설인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우방들이 모두 인정하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기는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이때, 체니 부통령이 미끼를 속삭인다. 전쟁은 당신 것이라고. 전쟁은 권력이라고. 당신만의 권력을 유엔이나 다른 우방국들과 나누지 말라고.

 

정당성이라는 프레임이 권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뀌자, 다른 우방들이 다국적군에 참여를 거부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시작한다. 미끼에 매혹당한 대통령은 권력이라는 프레임을 선택한다. 전쟁을 결심한 것이다.

 

 

어떤 미끼를 물 것인가?

 

모든 프레임이 나쁜 것은 아니다. 프레임은 여론 조작의 기술이자 설득의 기술이며, 가치관과 비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에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봐야 할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 그래서 세상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기후변화 또는 지구 온난화라는 프레임 덕분에 우리는 무심코 사용했던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에 의문을 갖게 된다.

 

정치는 사람들에게 프레임을 던지는 행위다. 독재는 단 하나의 프레임을 던져 주고, 그것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반면, 민주주의는 여러 프레임과의 만남을 허락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 앞에 던져진 다양한 프레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어떤 프레임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다. 최소한 가짜 미끼를 물지는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매혹적인 미끼가 많을수록 선택은 어려워진다. 선택이 어려울수록 노력 없이는 가짜 미끼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구성원 개개인이 가짜 미끼를 가려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회에서 정치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알아서 크는 나무가 아니다. 까다롭고 끈질긴 시민이라는 밑거름이 없는 곳에서 민주주의는 자라지 못한다. 좋은 정치는 좋은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까다롭고 끈질긴 시민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전우영 -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K-MOOC)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디자인한 ‘심리학 START’를 강의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등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9년 7월호, 전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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