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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집 스마트쉼: 스마트폰, 양날의 검인가?

171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3-07

[특집 스마트쉼] 스마트폰, 양날의 검인가?

 

 

얼마 전에 ‘두 교황’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이 된 후 처음 방문하셨던 람페두사로 가기 위해 전화로 상담원에게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마지막 신은 전화로 예약이 힘들자 교황님은 온라인으로 예약하기 위해 경비병에게 와이파이 사용법을 묻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경비병은 놀라서 스마트폰을 꺼내 교황님의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주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람의 경험과 지능을 디지털 기술로 바꾸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스마트폰의 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쇼핑, 음식 · 커피 배달, 새벽 배송, 은행 업무, 각종 예약, 농작물 키우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기능으로 편리함을 더해 주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날로 발전되는 카메라 기술과 함께 사진 찍기의 열풍은 선사(先寫)시대라는 신조어까지 낳고 있습니다.

 

또한 무한한 콘텐츠를 무기로 하는 스마트폰 유튜브앱으로 세상을 동영상으로 시청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세상을 처음 만난 세대에게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 그 이상이며, 유튜브로 소통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만나면서 생활의 패라디임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갓난아기부터 실버세대까지 모든 세대를 다 품어버린 유튜브는 없는 것이 없는 갓튜브라고 불립니다.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도 전에 먼저 유튜브를 보고, 아이들은 학습과 정보 검색도 인터넷보다는 유튜브를 통해서 보면서 자랍니다. 요즈음 많은 초등학생들의 꿈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에는 고등학생이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 촬영을 하다가 한강에서 익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문명입니다. 신문물입니다. 소통의 새로운 채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을 펼칠 수 없습니다. 고개를 수그리고 스마트폰을 쓰는 ‘수그리족’,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스몸비’, 식당에서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보고 있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고, 팝콘브레인, 거북목, 불면증, 어깨증후군, 터널증후군, 유령진동증후군, 방아쇠수지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모들과 자녀들 사이에는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 되었습니다. 게임과 SNS에 몰입하는 것은 물론 은밀하게 포르노 영상에 빠져들어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4,982만 명(과기정통부)에 이르면서 사회적으로 스마트폰의 과다사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래 세대인 유아동, 청소년 계층의 위험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인데, 유아동(만3~9세)은 5명 중 1명, 청소년은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스마트폰중독이라는 용어를 중독 대신 ‘과의존’, ‘과몰입’으로 바꾸면서 정책도 ‘예방과 선용’ 쪽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단체인 한국정보화진흥원과 NGO 단체, 종교계가 함께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를 만들어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운동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야한다는 취지로 천주교에서는 작년에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를 발족하여 ‘소통과 영성’을 통한 스마트쉼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과다사용의 위험성은 기기 사용 자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소통방법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SNS로 개인과 개인이 거미줄처럼 엮어져있는 디지털시대에 살다보니 SNS를 통한 대화에 익숙해져 가는데, 얼굴을 마주보고 한 번 이야기하는 것과 SNS를 통해서 120번 대화하는 것이 같다고 합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내 의사를 말로 전달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의 태도가 필요하므로 디지털 기기를 통한 비대면 대화로는 소통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간의 소통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에 빠지면서 가족 간에 대화가 없어졌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SNS에 가족방을 만들어 대화하다 보니 재미있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더 좋아졌다고도 하는데, 사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직접 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소통방법에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스마트폰 과다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까지 새롭고 획기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답답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답이 우선 가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관계회복이 필요합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인정해 주어 자신이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완벽함을 내세워 상대방을 야단치기보다는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하느님께 비춰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열등한가를 표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정 안에서 배워야 합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영원한 생명의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요한 4,14-15) 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른 후 예수님을 증언하면서 자존감이 회복되었듯이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려고 노력하며, 매일 자녀들을 위하여 스마트쉼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자녀에게 안수를 해주도록 합니다.

 

또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 조절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절제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녀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함께 정한 사용규칙은 가족 모두 지키도록 노력하고, 스마트폰을 끌 때는 강압이 아닌 자녀 스스로 끌 수 있도록 유도하며, 끄는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 이후에는 모든 가족이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넣도록 합니다.

 

한편 스마트폰 선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오늘날 선교활동을 포함한 복음화는 교회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방식만 고집한다면 그리스도가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 갈 수 없게 되므로 그리스도를 선포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모든 참다운 복음화 활동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교회는 급변하는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서 예수님의 복음화 방식에 비추어 성찰하면서 과거의 복음화 방식에서 벗어나 새 길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전의 방법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의 사명을 실천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교회 안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활발히 개발하여 매일 성경쓰기, 읽기, 기도문, 성지순례 안내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는 교황님의 말씀, 신부님들의 강론 등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나는 하느님보다 스마트폰에서 더 안식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점점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인간의 개입보다는 물질 간의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미 들어선 지금, 디지털시대에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참된 인성의 계발이 시급히 요구되며, 그것의 정점은 바로 ‘영성’일 것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하느님 안에서 ‘디지털 쉼’을 하고, 매일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기도로 영성의 첫 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평신도, 2020년 봄(계간 67호), 오현희 세실리아(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장,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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