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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미처 깨닫지 못하고(넛지)

67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2-03

[레지오와 마음읽기] 미처 깨닫지 못하고(넛지)

 

 

미세한 변화나 사소한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큰 영향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뜻으로 ‘나비 효과’란 말이 있다. 이는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자 대기가 영향을 받아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커져서 미국을 강타하는 토네이도가 될 수도 있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 현상에서 ‘작은 요인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한 마리의 파리 그림이 그려졌다. 이것은 소변기 밖으로 새는 오줌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한 화장실 관리자의 아이디어였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신기하게도 밖으로 새는 소변량이 80% 정도가 줄었는데, 이 결과는 어떤 강력한 표어보다도 훨씬 큰 것이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파리를 겨냥하여 조준사격하면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새는 소변량이 줄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학교 영양사가 학생들에게 급식하는 음식의 진열을 바꾸었다. 그러자 음식의 종류가 바뀐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정 음식의 소비량이 25%나 증감하였다.

 

이런 상황들처럼 ‘부드러운 개입을 통하여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넛지(nudge)’라고 한다.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혹은 ‘주위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인데,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이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라는 책에서 사용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넛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개입을 하되 ‘간접적’으로 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니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붙이는 것이 넛지이지, ‘파리 그림을 맞추라’고 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며, 과일과 야채를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이 넛지이지, 패스트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하여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넛지’

 

이런 넛지가 생활 속에 유용한 이유는 우리들의 본성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들으면 상대가 자신을 가르치려든다고 생각되어 대개 반발심을 느끼게 되지만, 같은 메시지라도 이벤트나 오락의 형식을 취하면 그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즐기면서 하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넛지는 강요를 느끼지 않고 스스로 한 선택이 주는 자발성으로 인해 참여도를 높인다. 한 예로 밟을 때마다 음악소리가 나는 피아노 모양의 계단이 있으면, 계단 옆 에스컬레이터보다 오히려 더 즐겁게 계단을 이용하여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과 같다.

 

S성당의 꾸리아 단장인 K형제는 요즘 성인 단원뿐만 아니라 소년 레지오 단원까지 늘어 즐겁다고 한다. 시작은 신부님께서 영세할 사람들의 신청서에 가입단체 칸을 넣었던 것이다. 예비자들은 그 칸을 보고 당연히 단체에 가입해야하는 줄 알고 성당 단체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로 성인 단원들이 늘었던 것이다. K단장은 이것에 착안하여 첫영성체를 할 아이들에게도 이 방식을 건의하였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소년 단원도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새영세자들은 영세 동기모임에서 단원들끼리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다른 동기들에게는 레지오를 권면하는 등 활성화가 되고 있다고 한다.

 

K단장은 말한다. “선택지를 어떻게 만들어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단체가 선택지에 들어가면서 저절로 레지오가 알려지고 단원도 늘었으니까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구조나 규칙들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그것에 의해 결과도 크게 영향을 받으니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꾸리아 단장인 제 역할의 중요성이 느껴져 예전보다 더 많이 꾸리아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성전에 들어서면 절로 조심스러워지고 마음도 경건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장소에 들어서면 그곳에서 느끼는 분위기에 의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채게 되는데 이는 공간이 주는 힘이다. 이런 맥락에서 Pr. 주회합을 포함한 장소가 주는 분위기는 중요하다. 특히 제대 차림이나 단원들의 앉는 위치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회합이나 평의회 때 성모상과 단원들이 앉는 위치도 매우 중요해

 

우선 제대는 단원들 안에 두어 성모님을 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교본에 “성모상은 모후께서 당신을 따르는 군사들의 한 가운데에 함께 계시는 모습을 드러내야 하므로, 제대를 회합 탁자로부터 분리시켜 차린다거나, 둘러앉은 단원들의 바깥쪽에 별도로 차려 놓아서는 결코 안 된다.”(교본 162쪽)에서 기인한다. 심리적으로 보면 성모상이 눈에 들어오면 성모님이 우리를 보고 계신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이것은 회합이나 평의회에 대한 존경심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단원들이 앉는 위치 또한 중요하다. “좌석 배치를 산만하게 하면 무질서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질서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레지오의 정신이 길러지지 않는다.”(교본 183쪽)고 하니 좌석 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평의회의 경우는 “레지오 평의회의 본질은 그 업무와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하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장소”(교본 239쪽)이니만큼 평의원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구조가 좋다. 이를 위해 평의회 좌석 배치는 평의원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O자(원탁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는 형식에서부터 평등과 공정성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자유롭게 발언하기 쉬운 분위기를 준다. 하지만 여건 상 O자 구조가 불가능할 경우, 그나마 U자 구조가 O자 구조의 장점을 지닐 수 있다. 이들은 기존 교사 중심의 전형적인 교실 형태인 학생들이 서로의 등만을 바라보는 구조와는 많이 달라, 참가자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불러와 의견제시나 창의적인 방안이 나오기 쉽다.

 

사실 평의회를 할 때마다 적합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레지오의 발전은 해당 평의회가 얼마만큼 노력을 쏟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교본 232쪽)는 말을 생각하고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이 수고를 바탕으로 한 공간에서 평의원들은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고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하게 되어 레지오 정신에 맞갖은 의결안이 채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야말로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세상을 소리 없이 바꾸게 하는 ‘넛지’가 아닐까!

 

“어느 날 저녁, 정해진 시간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앉았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들이 지극한 사랑의 섭리에 쓰일 연장이 되리라고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교본 2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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