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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천주가사 속 하느님 나라 이야기: 사심판가의 하느님

104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7-29

[천주가사 속 하느님 나라 이야기] ‘사심판가’의 하느님

 

 

죽음 뒤에 맞이할 개별 심판을 다룬 ‘사심판가’는 개별 심판에서 현세의 공로로 천국에 가는 것보다 ‘죄과’로 말미암아 지옥에 가는 것을 더 강조한다. 이는 이 노래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공로보다는 현세에서 회개하고 보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하느님의 은혜와 이를 내친 자

 

이 노래의 특징은 원고인 마귀와 증인으로서의 수호천사가 등장하는 연극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세에서 악하게 산 자에 대한 질책을 보다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하려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개별 심판이 아득한 미래의 가상적인 일이 아니라, 미구에 생생하게 마주할 현실적인 일로 자각하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수호천사는 자신의 도움을 외면했던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일일이 거론하며 그를 질책한다. 70-82행이 그러하다.

 

주의은혜 생각하니 무한함도 무한하다

천복지재(天覆地載) 일월조림(日月照臨) 만물내어 양육하고

영혼실어 선악분별 생명주어 행선립공(行善立功)

강생수난 받으심은 네복락을 위함이오

만고능욕(萬苦凌辱) 받으심도 네영광을 위함이오

십자가에 죽으심도 네생명을 위함이라

상생영복(常生榮福) 원치않고 영고지옥(永苦地獄) 네원이라

공은사은(公恩私恩) 드리우나 배은망덕 모르는체

훈계로써 가르치나 귀를막아 듣지않고

위엄으로 놀래거늘 고집하여 두리잖고

항상주를 경만하고 개과천선 아니하며

인자하신 아비에게 탕자(蕩子)되어 배역하니

공의(公義)하신 천주대전 사죄정법(死罪定法) 영벌이라

 

 

죄인의 만시지탄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어 하늘이 인간을 덮고 땅이 인간을 싣게 하셨다. 그리고 해와 달을 비추시어 인간을 양육하셨다. 아울러 인간에게 영혼을 주시어 선악을 분별하게 하시고, 인간이 선을 행하여 공을 세우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강생하시어 수난을 받으신 것도 인간의 복락을 위해서였다. 능욕을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것도 인간의 영광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간은 주님의 구원을 외면하였다. 영원한 생명도 원치 않았으며, 여러 은혜를 받았음에도 개과천선하지 않는 탕자가 되었다. 훈계도 듣지 않고 고집하여 스스로 죽을죄에 이른 것이다. 하느님의 큰 은혜를 스스로 배반하였으므로 지옥의 영원한 벌은 스스로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어지는 83-92행은 그런 이들의 만시지탄을 그린다.

 

죄범한자 말이없고 도망할길 영원이라

성모천신 성인에게 긍련(矜憐)함을 간구하고

본명성인 주보님께 애휼(愛恤)함을 기다리나

배주배은(背主背恩) 대죄인이 정벌시(定罰時)에 늦었도다

죽자하니 못죽겠고 머리조아려 통곡이라

마귀곁에 대령하여 다섯손톱 벌려들고

달려들어 둘러싸서 지옥으로 들어가네

맹호독룡 마중나와 맹화중(猛火中)에 끌어가니

뭇마귀와 악인들은 원수하고 괴로워라

영원영원 무궁하니 놀랍고도 아픔이여

 

죄인은 변명할 방도도 없고, 도망갈 길도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성모님과 천사, 주보성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죄인은 통곡하는 가운데 마귀에게 둘러싸여 맹호와 독룡이 마중 나온 맹렬한 불길 속으로 끌려가게 된다. 영원한 고통과 죽음만이 있는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감으로 전해지는 육체적 고통인 ‘각고’(覺苦)와 하느님을 영영 뵐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인 ‘실고’(失苦)가 엄습하는 나락으로 말이다.

 

 

어떠한 태도로 현세를 살았는가

 

이 노래는 ‘심판받을 운명, 심판의 엄함, 죄의 통회와 보속 권고, 마귀의 말, 수호천사의 말, 만시지탄’으로 전개된다. 개별 심판의 앞뒤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추보식 구성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구조에서 작가는 신자들을 위시하여 비신자와 적대자들이 살아있을 때 회심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살아있을 때 죄를 통회하고 보속했다면 죽은 뒤에 질책받지도, 후회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죄의 통회와 보속’을 권고하는 대목이 이 노래의 주요 단락이라 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마귀가 죄악상을 고발하는 것보다 수호천사가 질책하는 대목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죄인이 어떠한 죄를 범했느냐의 문제보다는 그가 어떠한 태도로 살았느냐를 더욱 중시한 데에서 비롯된다. 곧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어 인간을 돌보시고, 나아가 예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공은’(公恩)과 ‘사은’(私恩)을 잊고 산 죄인의 마음가짐이 더 문제라는 점을 부각한다.

 

이러한 양상은 죄인이 하느님의 심판에 따라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하느님의 명에 따라 살지 않은 자의 말로를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세에서의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이 노래를 향유하는 이들이 현세에서 그릇된 삶을 통회하고 보속하여 복음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표출한다.

 

‘사심판가’는 하느님께서 다양한 방식으로 죄인을 구하려 하시지만, 인간은 마귀의 유혹에 빠져 그 큰 은혜를 잊고 스스로 영원한 고통의 지옥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라는 말씀을 되새기게 한다. 결국 이 천주가사는 사람이 죽음 이후에 천주 대전에서 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운명이므로 이를 묵상하여 천주의 자녀다운 태도로 살아가길 촉구하는 노래인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하느님의 입김을 받아 생명을 얻었다. 우리는 해와 달의 광채를 받으며 드높은 하늘을 이고, 드넓은 땅을 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생리적인 생혼(生魂)을 지닌 식물, 감각적인 각혼(覺魂)을 지닌 동물과 달리 인간은 사물을 분별하고 이치를 추론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선을 행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찬미할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

 

더욱이 누구나 개과천선한다면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를 통하여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자신의 영혼을 구하고, 영원한 생명과 복락을 누릴 수 있는 하느님 나라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인이 될 것인지, 하느님 나라의 복락을 누리는 선인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달렸다.

 

* 김문태 힐라리오 -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과 교수이며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기획홍보위원장으로 계간지 「평신도」 편집장을 맡고 있다. 중국 선교 답사기 「둥베이는 말한다」, 장편 소설 「세 신학생 이야기」 등을 펴냈으며, 「천주가사」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경향잡지, 2019년 7월호, 김문태 힐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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