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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화로 만난 하느님20: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

67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0-09

[성화로 만난 하느님] (20)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


믿음으로 고통 넘어서는 예수… 위로하는 어린아이

 

 

16세기 들어 예수회를 설립한 성 이냐시오 로욜라(St. Ignatius Loyola, 1491~1556)는 시각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관상 방법론을 주장했다.

 

성 이냐시오는 ‘영신수련’(靈神修鍊)을 통해 그리스도를 잘 알기 위해서, 나아가 더 사랑하고 따르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를 보라고 권했다. 이 방법론의 기원은 중세 말부터 전해 오는 가톨릭 명상전통이다.

 

성 이냐시오는 작센의 루돌프가 그리스도 삶의 신비를 묘사한 책인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해 이를 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조금 더 앞서 나온 보나벤투라의 「그리스도의 일생 명상」의 이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방대하게 학문적으로 접근한 글이다. 이 두 책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읽을 때 상상력을 동원해 그 장면들을 내적으로 음미하라고 권한다. 특히 독자가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사건의 이미지를 만들어 그 장면으로 들어가 사건에 참여하도록 권고한다. 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단순히 머리로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주는 교훈에 대해 생생하게 묵상할 수 있게 된다.

 

화가들은 복음사가들이 기록한 예수의 말씀에 영감을 받아 그 내용을 시각화한다. 우리는 성경을 읽듯 이 그림들을 읽어 나가며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할 수 있다. 또 그림 속 장소로 들어가 예수를 직접 만날 수 있으며, 그의 말씀을 듣고 따를 수 있다.

 

벨라스케스의 ‘채찍질 당한 후 그리스도인의 영혼을 응시하는 그리스도’, 1630년경,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나를 바라보는 예수 그리스도

 

예수는 커다란 돌기둥에 두 손이 묶인 채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다. 그림은 로마 군인들에게 돌기둥에 묶여 막 채찍질 당한 뒤의 장면으로, 바닥에는 채찍 도구들이 널려 있다. 스페인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는 예수를 그리스-로마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반나체의 몸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종교화를 거의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예수의 눈빛에서 무언의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매우 단순하지만, 벨라스케스가 젊은 시절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카라바조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명암법과 사실주의적 묘사로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화가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여러 대가와 고대 작품을 연구했는데, 그 결과 예수의 몸을 조각의 기념비적인 분위기로 연출하면서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다.

 

더욱이 화가는 예수의 수난을 주제로 한 ‘채찍질을 당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육체적 고문보다는 그리스도의 인내의 참된 가치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품 제목은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기도’를 비롯해 성녀 비르지타가 어려서 예수의 수난을 체험한 신비에 기인한 ‘성녀 비르지타의 환시’ 등으로도 불린다.

 

화면 정중앙에 위치한 예수는 모진 채찍질을 당한 뒤라 매우 지쳐 보이지만, ‘어떤 사람보다 수려한’(시편 45,3) 아름다운 몸으로 묘사돼 있다. 예수의 얼굴은 엄숙함과 절제로써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있다. 예수께서는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 상상할 수도 없는 육체적 고통을 일으킬 공포를 엄숙한 절제로 극복하고 있다.

 

예수는 당신의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하느님의 요구에 순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육체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하느님께서는 결코 자신을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카라바조의 ‘채찍질 당하는 예수 그리스도’, 1607년경, 캔버스에 유채, 이탈리아 나폴리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어린아이

 

무방비 상태로 앉은 예수는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에게 의지하며 위로 받기를 원하는 듯하다. 천사는 어린아이에게 “보아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채찍질 당한 예수를 가리킨다. 예수의 힘없는 얼굴에서 어린아이의 가슴으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든다.

 

예수 수난의 주제인 ‘채찍질을 당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수 세기에 걸쳐 많은 화가가 그렸다. 그 사건에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고문하는 사람들이다.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가 이탈리아 나폴리의 산 도메니코 마조레성당의 제대를 위해 그린 작품처럼, 기둥에 묶인 예수는 세 명의 고문자들에게 둘러싸여 고문을 당하고 있다. 기둥에 묶인 예수의 몸은 채찍의 아픔을 말하듯 몹시 비틀려 있고, 강한 명암대비로 어둠 속에서 예수의 상체를 강렬히 비추는 빛은 고통의 정도를 극대화한다. 고문자들은 빽빽하게 밀집된 공간에서 고문을 즐기기라도 하듯 역동적인 몸동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벨라스케스는 카라바조에서 보이는 역동적 분위기 속의 고문자들 대신 조용히 어린아이를 등장시킨다. 예수 수난 장면에서 매우 보기 드문 등장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는 순수함을 상징한다. 예수를 바라보는 깨끗한 눈과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의 순수성이 예수의 무고함을 증명하며, 이 어린아이만이 예수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작품 제목인 ‘채찍질 당한 후 그리스도인의 영혼을 응시하는 그리스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어린아이는 그리스도인(믿는 사람들)의 영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예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수호천사의 인도로 이미 예수의 피땀으로 얼룩진 기둥과 앞에 놓인 고문 도구들을 바라보며 수난 장면으로 들어가 예수 수난에 동참하게 된다. 채찍질을 당한 예수의 눈과 마주하고, 잠시 머문다. 우리는 수난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리스도의 고통을 마음속으로 헤아리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체험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0월 6일, 윤인복 교수(아기 예수의 데레사 ·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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