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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학이 만난 영화: 통과 욕구, 원더

92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5-22

[심리학이 만난 영화] 통과 욕구, 원더

 

 

“성형 수술 받아 보는 거 생각해 본 적 있어?”

 

‘어기’의 단짝 친구 ‘잭’이 묻는다. 어기가 잭에게 ‘뭘, 잘 모르나 본데.’ 하는 투로 말한다. “이거 성형 수술받은 얼굴이야. 여러 번 해서 그나마 이 정도로 괜찮게 나온 거라고.”

 

 

평범하지 않은 얼굴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2017년 작 ‘원더’(Wonder)의 어기는 열 살짜리 소년이다. 그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전거를 타며, 게임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어기의 탄생은 평범하지 않았다. 엄마 배 속에서 나오자마자 수술실로 직행한 어기는 그 뒤 27번의 수술을 받았다.

 

덕분에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며, 보청기를 끼지 않고도 귀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경험하는 세상에 어기는 수술을 통해서 가까스로 다가갈 수 있었다.

 

어기는 얼굴도 평범하지 않다. 스물일곱 번의 수술 중에는 어기의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려는 수차례의 성형 수술도 포함되었다. 수술 전보다는 얼굴이 나아졌지만 그 어떤 성형 수술도 어기를 보통 아이처럼 보이게 만들지는 못했다. 어기의 얼굴에는 아직도 많은 흉터가 남았고, 얼굴 전체가 마치 큰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잭’의 착하기만 한 어린 동생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어기의 얼굴을 처음 보고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을 정도다. 다른 아이들도 어기가 괴물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기가 아주 고약한 전염병에 걸렸을 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어기와 악수만 해도 자기에게 병이 전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감출 수 있어 좋은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멋진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날이다. 더구나 어기가 다니는 학교는 2주 동안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단지 사탕을 몇 개 받을 수 있는 핼러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어기가 가장 좋아하는 날은 핼러윈이다. 평상시 어기는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인 채 걷지만, 핼러윈에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한다.

 

주변 사람들도 어기와 몸이 닿으면 마치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는 듯 어기와의 신체적 접촉을 피한다. 하지만 핼러윈 가면과 복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춘 어기는 사람들 눈엔 그저 평범한 아이로 보였다.

 

주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실컷 함께 웃고, 마음껏 사람들과 몸을 부딪칠 수 있는 날이다. 다른 사람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하이 파이브도 한다. 어기에게 핼러윈은 얼굴을 감출 수 있어서, 자신의 본성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날이다.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쓴 아이

 

어기는 열 살이 되던 해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집에서 엄마와 함께 홈스쿨링을 했다. 그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하고만 마주 대하면서 살았다. 밖으로 나갈 때는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어기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그 덕분에 어기는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어기가 열 살이 되던 해에, 어기의 부모는 더 이상 학교에 보내는 것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 열 살의 소년에게는 더 많은 인생이 남아 있고, 언제까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 수는 없었다.

 

이제는 헬멧을 벗고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현실과 직면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통과 욕구

 

어기가 학교에서 가장 싫어하던 장소는 정문 앞 작은 광장이었다. 전교생이 오가며 만나고, 수다를 떨며, 장난치기도 하는 곳이다. 어기가 그 광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수많은 학생의 시선이 그곳에서 자신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도 어기에게 못되게 굴지도, 수군거리지도, 비웃지도 않는다. 어기가 지나가면 그를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어기에게로 시선을 다시금 돌릴 뿐이다.

 

시선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시선을 받는 사람은 그 시선의 의미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존경의 시선이 있고, 경멸의 시선이 있다. 사랑의 시선이 있고, 미움의 시선이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대체 뭐지?’, ‘이상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눈에서 광선이 발사되는 것도 아니건만, 시선이 폭력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샌더 길먼은 자신의 저서 「성형 수술의 문화사」에서 사람들은 소속되어야 하거나 소속되고 싶은 집단의 일원으로서 다른 구성원의 시선을 끌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과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과 욕구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기를 원한다. 시선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것이다.

 

시선의 폭력이 현실의 폭력으로 바뀌기는 매우 쉽다. 경멸과 미움의 시선은 바로 차별과 폭력으로 변환될 수 있다. 부정적 시선은 단지 싫은 것이 아니라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가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정상성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한다.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자신의 외모를 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게 만들려고 한다. 타고난 외모 때문에 고정 관념과 편견으로 차별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한 사회일수록 성형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이유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 것일까? 수십 번의 성형을 해서라도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성의 기준에 맞추려고 얼굴을 바꿔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가 갖는 고정 관념과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시선은 바꿀 수 있다

 

어기가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좋아했던 곳은 과학 교실이다. 그곳에서 어기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어기는 과학에 관한 한 동급생들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났다. 아이들은 가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답을 하는 어기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과학 교실에서만큼은 어기의 얼굴이 아닌 그의 지식과 재능으로 시선이 향했다. 시선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어기를 괴롭힌 학생의 부모에게 말한다.

 

“부인, 어기가 얼굴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어기를 보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요.”

 

* 전우영 -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K-MOOC)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디자인한 ‘심리학 START’를 강의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등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9년 5월호, 전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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